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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클럽자본3] 5장~6장발제                                                                                                            2022.06.23 김혜영

 

5장 상품과 화폐의 순탄지 않은 사랑 , 유통수단으로서의 화폐

유통이란 상품의 흐름으로, 홉스가 국가를 하나의 거대한 신체로 상상했듯이 유통수단은 영양분을 나르는 혈액에 비유할 수 있을 겁니다. 마르크스는 상품교환이 이루어지는 유통을 “사회적 물질대사”라고 불렀습니다.

아마포 소유자는 20미터의 아마포를 들고 가서 2파운드스털링(파운드)과 교환했습니다. 그리고 이 2파운드를 성경책 소유자에게 내밀었죠(상품 – 화폐 – 상품 / W – G – W) . 아마포와 성경책이 교환되는 동안 두번의 ‘탈바꿈’이 있었습니다. 아마포가 화폐로 한번 변신했고, 다시 화폐가 성경책으로 변신했지요. 이게 유통입니다.

마르크스는 유통과정을 한 번은 상품유통의 측면에서, 또 한 번은 화폐 유통의 측면에서 읽어냅니다. 첫 번째 탈바꿈 ‘판매’에선 관념적 금, 상상적 금이 더 나아갈 수 없는 곳, ‘머리속 화폐’가 아니라 ‘주머니 속 화폐’를 검사 받아야 하는 장면입니다. “상품의 가치가 상품의 신체에서 금의 신체로 건너뛰는 것은…… 상품의 목숨 건 도약이다. 만약 이 도약에 실패한다면 상품 자체로서는 고통스러울 것이 없으나 상품소유자는 분명 고통스러운 일이다”. 내가 생산한 아마포는 사회 전체가 생산한 아마포의 한조각인 것처럼 취급됩니다. 여러 사람이 여러 조건에서 아마포를 생산했지만 모든 아마포들은 하나의 아마포로서 ‘사회적으로 규정된 동질의 인간노동량이 대상화된 것일 뿐”입니다. 상품의 생산과 유통에 관한 불행은 동종업자 모두에게 닥칩니다. 독일 속담 “함께 잡히면 함께 죽는다”라는 표현대로 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상품사회, 부르주아사회의 중요한 단면을 볼 수 있습니다. 개인들은 상품의 사적 소유자이며 상품의 사적 생산자들입니다. 고립된 개인들을 매개하는 것은 상품과 화폐입니다. 상품과 화폐는 ‘매개적 관계’, 이렇게 불러도 된다면 ‘매개된 사회성’ 입니다. 서로 독립해 있는데 다른 한편으로는 상품과 화폐를 매개로 묶여 있는 것이죠. 자본주의는 “상호 간의 독립성”과 “생산물을 통한 전면적 상호의존성”이 붙어 있는 사회 입니다.

“화폐가 어디로부터 왔든 화폐는 냄새가 나지 않는다” 그러니 과거를 지우는 데 돈만큼 확실한 것은 없습니다. 그래서 화폐는 탈영토화에 사용될 수 있습니다(화폐는 탈영토적 입니다).

“제1막의 판매자는 제2막에서 구매자가 되는데, 제2막에서 그에게 판매자로서 마주 대하는 사람은 제2의 상품소유자이다”, “한 상품의 탈바꿈 전체는 가장 단순한 형태에서도 4개의 끝과 3인의 등장 인물을 필요로 한다” 상품유통은 상품교환의 개인적이고 국지적인 한계를 타파하는 동시에 교환의 ‘사회적 연결망’을 전제하고 있습니다.

“모든 판매는 구매이고 모든 구매는 판매이기 때문에, 상품유통은 판매와 구매 사이의 필연적 균형을 낳는다는 이론처럼 황당무계한 이론도 없다” “현실에서 행해진 판매의 수가 현실에서 행해진 구매의 수와 동일하다는 것이라면 아무 의미도 없는 동어반복” 판매와 구매는 두개의 분리된 행위입니다. 판매자로서 아마포 직조공은 필사적이었던 반면, 구매자일 때 좀 더 여유를 가질 수 있습니다. 일반적 동가물인 화페를 가지고 있다면 말입니다. 판매와 구매가 따로 놀 수 있는 거죠. 여기서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사회의 커다란 위기, 즉 공황의 가능성을 발견했습니다. “두 과정의 외적 자립화가 일정한 점까지 진행되면 그 내적 통일은 공황이라는 형태를 통해 폭력적으로 관철된다” 중요한 것은 이 위기 즉 공황이 자본주의로부터 일탈한 것이거나 예외가 아니라는 겁니다. 상품유통의 형식을 취하는 한에서 이런 상업공황의 가능성은 항존합니다.

유통을 상품유통이 아니라 화폐유통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화폐는 상품이 이동하는 것과 반대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유통과정에서 물처럼 계속 흐르는 것은 화폐입니다(currency). 화폐를 중심에 두고 보면 유통의 주인은 화폐이고 상품은 들락거리는 뜨내기처럼 보입니다. 상품유통이라는 게 화폐유통의 결과처럼 보이는 거죠. 유통에 필요한 화폐량은 동일한 화폐가 매개한 상품거래의 수에 반비례 합니다.

P(상품가격) *T(상품의양) / V(화폐의 회전수) = M(통화량), MV = PT

17~18세기 정치경제학자들은 상품들의 가격은 유통수단의 양으로 결정된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상품의 가격이란 상품량의 비례관계일 뿐이라는 겁니다. 16세기 물가상승 곧 ‘가격혁명’은 당대의 부 개념을 흔들었기 때문입니다. 마르크스는 이를 가격혁명에 대한 그릇된 해석이라고 주장합니다. “금은의 새로운 생산지 발견에 뒤이어 일어난 여러 사실들을 일면적으로 관찰했기에 17세기와 특히 18세기 사람들은 상품가격이 오른 곳은 유통수단으로 기능하는 금과 은이 더 많아졌기 때문 이라는 그릇된 결론에 도달했다” 유통에 귀금속이 많아지고 물가가 높아진 것은 현상일 뿐입니다. 가격혁명, 다시 말해 상품과 교환되는 금량의 급격한 증대는 금의 가치 저하와 관련이 있습니다.

유통 쪽에서는 확실히 금속을 대체할 유통수단의 필요를 느낄 겁니다. “상대적으로 가치 없는 물건, 예컨대 지폐가 금을 대신해 유통수단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생긴 거죠. 17세기 초에 설립된 공공은행(public bank)인 암스테르담 은행은 증서를 내밀면 언제든 은행이 거기 적힌 만큼 금을 내주었습니다. 17세기 말 영국 상인들은 잉글랜드 은행을 세웠습니다. 예금 업무 권한뿐 아니라 은행권(bank note) 발행 권한도 얻었는데, 준비금 이상의 금액으로 발행되었기에 어음, 말하자면 신용화폐인 셈입니다. 마르크스의 표현을 쓰자면, 이는 “은행업자가 발행하는 일람불(일람불)어음”이라 할 수 있습니다. 뒤를 이어 프랑스왕립은행은 은행권으로 세금도 걷을 수 있게 되었고 독점적 무역회사도 갖게 되었지요. “금융가 존로의 체제는 세개의 국가 독점체들의 결집을 수반했다. 세 개의 국가독점체제들이란 발권은행(왕립은행), 무역회사(인도회사), 그리고 중앙집중화된 간접세 징수단위(총괄징세청부구)를 말한다.” 자본주의 초장기인 이때 자본가는 군주의 채무를 이용해 정말이지 엄청난 수익모델을 만들었습니다. 군주가 돈을 쓰고 백성이 그 빚을 갚습니다. 이 과정에서 채권자인 상인이 은행을 통해 이익을 뽑아낼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된 겁니다.

유통수단인 한에서, 종이로 만든 돈은 분명 금으로 만든 돈을 대체할 수 있습니다. 마르크스의 말처럼 “화폐의 기능적 현존이 화폐의 물질적 현존을 흡수”한 것이죠. 우리는 화폐의 유통속도가 빨라지면 즉 동일한 화폐가 매개하는 상품거래의 수가 증대하면, 유통에 필요한 화폐량은 감소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반대로 화폐의 유통속도가 느려졌다는 건 상품거래가 활발하지 않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화폐의 유통속도가 느려지면 우리는 돈의 부족을 느낍니다. 상품거래가 잘 이루어지지 않아 통화량 부족 현상이 나타나더라도 통화량이 부족해 상품거래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처럼 느끼는 겁니다. 그것은 과잉생산의 문제일 수도 있고 소득감소의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산업부문별 균형, 특히 생산부문과 소비부문의 비례가 맞지 않아 생긴 문제일 수도 있고 정부의 어떤 정책이 영향을 끼친 것일 수도 있지요. 이유는 많습니다. 그런데 화페의 유통, 다시 말해 유통수단으로서 나타난 현상들은 그것까지 말해주지는 않습니다.

6장 특별히 사랑스러운 화폐, 화폐로서의 화폐

거래의 최종 목적이 상품이 아니라 화폐인 경우도 있습니다. 화폐를 화폐 자체로 얻고자 하는 경우죠. 이를 ‘화폐로서의 화폐’라고 부를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세 번째의 기능적 현존은 다릅니다. 화폐 자체에 눈이 가는 경우입니다. 상품이 아니라 돈이 갖고 싶은 거죠. 금이 종이가 아니라 “금의 몸 그대로 나타나야만” 하지요.

‘화폐로서의 화폐’, 화폐 자체가 목적이 되는 그런 화폐의 첫 번째 예는 축장화폐 입니다. 축장이란 화폐를 재물로서 모으는 거죠. 동일한 가치라 해도 아마포를 들고 있을 때와 화폐를 들고 있을 때의 심리상태는 완전히 다를 겁니다. 이것은 화폐의 힘 덕분입니다. 케인스는 화폐만의 이런 매력을 ‘유동성 선호’라고 불렀는데요. 이는 ‘불확실성’과 관련이 있습니다. 화폐자산은 불확실성을 대처하는 효과적인 수단이죠. 다양한 형태의 재화를 신속하게 전환할 수가 있으니까요. 상품이 화폐로 교환되는 일은 ‘목숨을 건 도약’에 비유될 만큼 간단치 않지만, 화폐가 상품으로 전환되는 일은 즉각적이고 쉽습니다. 마르크스는 이런 ‘화폐의 힘[권력]’을 “언제라도 사용할 수 있는 절대적인 사회적 부의 형태”라고 불렀습니다. 화폐를 ‘사물들의 힘줄’이라 부르기도 했지요. 마르크스는 축장화폐에서 우리사회의 두가지 흥미로운 면모를 발견했습니다. 첫째, 축장화폐가 보여주는 바는 ‘사회적 힘’을 ‘사적인 힘’으로 만들 수 있는 뜻입니다. ‘부’라고 하는 사회적이고 추상적인 것이 ‘사물’의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개인은 화폐를 축적함으로써 사회적 관계에서 나오는 힘을 사유재산화하는 겁니다. 둘째, 축장화폐는 구체적 상품, 구체적인 물건에 대한 욕망과는 다른 욕망을 보여줍니다. 다시 말해 치부욕을 나타냅니다. 치부욕에는 한계가 없습니다. 더 많이 생산하고 더 많이 판매하되 더 적게 소비하고 더 적게 구매하는 것. 돈을 단지에 넣어두고는 절대로 꺼내 쓰지 않는 수전노 내지 구두쇠가 되는 겁니다. 그것이 화폐축장자의 정치경제학입니다.

화폐 자체가 거래의 목적이 되는 지불수단으로의 화폐가 있습니다. 지불수단은 유통수단과 아주 다른 기반을 가진 화폐의 기능적 현존입니다. “지불수단의 운동은 이미 그 이전에 형성된 사회적 관련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상품매매가 채권채무 관계로 변한 겁니다. 유통에서는 판매자와 구매자라고 불렸지만 지불에서는 채권자와 채무자가 됩니다. 마르크스가 본문에서 언급한 리용이라는 곳은 15세기 중반부터 16세기 후반까지 화폐거래에서 중심역할을 한 도시였습니다. 정기시가 끝날 부렵, 소위 ‘지불주간’이라 불리는 마지막 주에 모두 모여 채권, 채무를 청산하고 지불이 안 된 것에 대해서는 새로운 어음을 발행합니다. 이런 관행은 점차 제도화 되어 17세기에, 오늘날에 흔히 볼 수 있는 ‘거래소’가 만들어졌습니다. 상품생산이 발전하고 이런 제도와 관행들이 발전해가면 지불수단의 기능은 상품유통의 영역을 넘어섭니다. 지대나 조세도 현물형태에서 화폐형태로 바뀝니다. 현물납부에서 화폐조세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착취가 일어납니다. 이는 근대적 시각에서 보면 낡은 생산양식을 혁파하는 효과를 냅니다만, 전통적 시간에서 보면 오랫동안 유리되어온 생산방식과 인간관계를 파탄내는 효과가 있습니다. 헤겔은 화폐조세야말로 보편자로서 국가의 모습에 잘 부합한다고 보았습니다.

화폐를 화폐 자체로, 다시 말해 금을 금덩어리 모습 그대로 원하는 마지막 경우는 ‘세계화폐’입니다. 세계화폐는 거래의 공간적 확장과 관련됩니다. 여기서는 지금 즉 ‘금덩이’가 필요합니다. 세계화폐는 ‘일반적’ 지불수단이고, ‘일반적’ 구매수단이며, ,부 ‘일반의’ 절대적, 사회적 체현물입니다. ‘일반적’이라는 말은 국민국가의 좁은 틀을 넘어 선다는 말입니다. 일반적 구매수단이라는 것은 외국 생산물을 구매할 수단이 된다는 뜻입니다. ‘일반’의 절대적,사회적 체현물이라는 것은 한 나라에서 다른 나라로 ‘부’를 이전해야 할 때 사용될 수 있다는 거죠. 해외원조금이나 전쟁배상금 같은 것입니다.

우리가 만날 ‘자본’의 모습은 오늘 우리가 본 ‘화폐’, 특히 ‘화폐로서의 화폐’와 무척 닮아 보일 겁니다. 하지만 ‘화폐로서의 화폐’와 ‘자본’은 다릅니다. 작은 차이로 보이지만 그것은 천지를 가르는 차이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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