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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클럽자본_발제] 3권(1~4장) 화폐라는 짐승

먼지 2022.06.16 01:34 조회 수 : 83

#핸드폰으로 보니 엄청난 양이네요. 죄송합니다. 

 

북클럽 자본 3 | 화폐라는 짐승 (1~4장 요약)

 

1. 상품소유자 | 상품을 소유한다는 것

| 상품이 소유자의 손에 끌려간다.

17 서로 다른 사물들이 상품으로서 교환되려면 등가여야 합니다. 가치량이 같아야 하죠. 그런데 사람들의 만남은 조금 다릅니다. 일단 사람이 사람을 대등하게 만나는 것은 가치량의 문자가 아닙니다. 인격의 동등성은 상품가치의 동등성과는 다릅니다. 그것은 신분적(사회적)-법적 동등성입니다. 게다가 두 사람이 서로 물건을 교환하려면 가치의 등가성만이 아니라 욕구의 상호성이 있어야 합니다.

18 내가 가진 물건이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느냐가 중요하지요. … 그러니 내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서라도 타인의 욕망을 충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국 나는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게 되죠. 타인의 욕망을 획득해야 내 물건이 하나의 상품으로서 사회성을 인정받으니까요.

19 “사물들이 상품으로서 서로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상품보호자들이 자신의 의지를 이 사물들에 담아 인격으로서 서로 관계를 맺어야 한다.”

| 상품이 고분고분하지 않으면

20 “상품은 스스로 시장에 갈 수 없고 스스로 자신을 교환할 수도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상품의 보호자 즉 상품소유자를 찾지 않으면 안된다. 상품은 사물이므로 인간에게 저항할 수 없다.” … “만일 상품이 고분고분하지 않으면 인간은 폭력을 사용할 수도 있다. 바꾸어 말하자면 그것을 장악하는 것이다.”

21 무언가를 소유한다는 것은 그것을 사물화한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소유물이 된다는 것은 인격을 박탈당하는 일입니다. 마음대로 처분해도 좋은 존재가 되는 것이지요.

22 “신앙심으로 평판이 높았던 12세기에도 상품들 중에는 가끔 아주 민감한 것도 있었다. 당시 프랑스의 한 시인은 랑디 시장에서 봉 수 있는 상품들로 천, 구두, 가죽, 농기구, 모피 등과 함께 ‘몸을 파는 여성’까지 들고 있다.”

23 상품의 자리에 ‘몸을 파는 여성’을 놓는 순간 소유자도 다르게 읽힐 수 있습니다. 소유자는 여성의 몸을 산 사람이겠지요. 여성의 성적 능력을 구매하고 소유하게 된 사람 말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상품은 인간에게 저항할 수 없다”, “상품이 고분고분하지 않으면 인간은 폭력을 사용할 수 있다”라고 했을 때, ‘인간’ 즉 ’Mensch’를 ‘남성’으로 읽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몸을 판’ 여성은 남성에게 반항할 수 없으며, 고분고분하지 않을 경우 남성은 폭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 됩니다.

| 생체에 담긴 상품

28 마르크스는 나중에 노동력의 가치를 ‘가변자본’이라고 부릅니다. 자본의 일종으로 본 것이죠. 자본주의 생산양식 안에서 노동은 자본에 꼭 필요한 기능이니까요. 자본은 원료나 기계와 같은 생산수단에도 투여되지만 노동력에도 투여됩니다. 원료-기계-노동자는 자본주의적 생산의 작은 부품들처럼 움직입니다. 모두가 자본의 일부분이죠.

그런데 부품들이 매끄럽게 움직이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특히 노동력이라는 부품이 자본의 일부임에도 마치 그렇지 않은 것처럼 마찰을 일으킬 때가 있습니다. 이런 마찰의 대부분은 노동력을 담고 있는 생체가 일으킵니다. 이를테면 자본가가 하루 중의 노동시간 즉 ‘노동일’을 연장하려 들거나 노동강도를 높이려 할 때 저항이 나타납니다. 생체가 견디기 힘들어 반발하는거죠. 그러면 자본가는 이 고분고분하지 않은 상품에 폭력을 휘두릅니다. 역사적으로 자본주의가 탄생하던 때, 즉 ‘시초축적’때도 그랬습니다. 자본가는 고분고분하지 않은 생체를 유순하고 유능한 노동신체로 만들기 위해 끔찍한 폭력을 사용합니다. 일종의 생체훈육입니다.

 

2. 화폐, 코뮨을 해체하다

| 상품을 교환하는 사람들은 서로에게 타인이다.

33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을 ‘분업’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는데, 그에 따르면 ‘분업’은 “모든 인간에게 공통적인” 교환 성향에서 필연적으로 생겨난 결과입니다. 그는 인간의 교환 성향이 본능인지 아니면 이성이나 언어 같은 속성에서 나오는지 따지지 않지만 어떻든 인간에게 본래적인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34 경제인류학자 칼 폴라니는 ‘개인주의적 원시인’은 근거 없는 신화일 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원시 공동체들을 보면 “공동체 전체가 궁핍에 빠지지 않는다면 개인은 굶주릴 위험에 처하는 법이 없다”라고요. 공동체 전체가 굶어 죽을 수는 있어도 개인 혼자 굶어 죽지는 않습니다. 생계를 개인별로 책임지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죠. 그러니 생계를 이어가려고 홀로 돌아다니는 개인들이 원시공동체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35 마르크스도 제2장에서 이 문제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상품소유자들은 서로 독립된 인격으로 만나야 하지만, “서로가 서로에 대해 타인인 이러한 관계는 자연발생적 공동체의 구성원들에게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 구성원이란 팔다리처럼 붙어 하나의 신체를 이루는 존재입니다. 애초에 한 몸을 이루고 있으니 서로를 ‘타인’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 퇴니스에 따르면 ‘공동체’의 구성원들은 우리 몸에 붙어 있는 팔다리처럼 ‘내적 규정’에 의해 통합되어 있습니다. 반면 ‘사회’는 개별 구성원의 ‘선택의지’에 따라 그리고 계약 같은 ‘외적 규정’에 의해 통합되어 있습니다.

퇴니스는 사회적 인간관계를 ‘비동료 간 유대’라고 표현했습니다. ‘유대’이기는 하지만 독립 내지 분리가 전제된 유대라는 것이지요. 계약을 맺는다는 건 이미 둘 사이가 남이라는 사실을 말해줍니다. … 그는 “계약이란 한 점에서 분리되는 두 개의 배치되는 개인 의지의 결과”라고 했습니다. 각각의 독립, 더 나아가 서로의 이익충돌이 전제되어 있는 것이죠.

36 17~18세기 사회계약론의 등장은 의미심장합니다. 사회계약론은 ‘비동료 간의 유대’로서 사회가 어떻게 출현했는지를 설명하는 이론입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사회계약론자들은 사회상태 이전의 자연상태를 가정합니다. 자연상태는 일종의 야만상태입니다. 이를테면 토머스 홉스에게 자연상태란 인간이 서로에게 늑대인 상태입니다. 이 상태에서는 언제든 서로의 것을 빼앗을 준비가 되어 있지요.

37 홉스의 이 질문은 사회의 출현을 말해줍니다. 그의 궁금증이 공동체의 해체와 사회의 출현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사회 속에서는 서로가 서로를 독립된 타인으로 보기 때문에 그런 궁금증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죠. … 홉스는 상품가치를 규정하는 방식으로 인간의 가치를 설명하기도 했어요. “모든 인간의 가치(value) 내지 값어치(worth)는 다른 사물과 마찬가지로 그것의 가격(price)라고요

| 힘과 권세를 그 짐승에게 주더라

38 마르크스는 스미스가 상정한 ‘자유롭게 교환하는 개인’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애덤 스미스가… 역사에 선행하도록 한 것은 오히려 역사의 산물이다.” 교환하는 개인들은 역사의 출발점이 아니라 결과물이라는 겁니다. ‘개인’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사회의 출현과 함께 ‘출현’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마르크스의 말처럼 인간은 “사회 속에서만 자신을 개별화할 수 있는 동물”입니다. 우리는 개인과 사회를 곧잘 대비해서 이해합니다만 개인과 사회는 ‘함께’ 탄생했습니다.

39 상품교환을 교환가치의 측면에서 접근하면… 상품은 교환을 통하지 않고서는 가치를 실현할 수 없습니다. … 일정한 가치를 지난 다른 상품과 교환될 수 없다면 자신의 상품은 무가치한 상품이 됩니다. 다시 말해 상품일 수 없는 물건인 셈입니다. 그러므로 상품소유자는 “다른 상품소유자에게 사용가치를 가지든 그렇지 않든” 필사적으로 자신의 상품을 “동일한 가치의 다른 상품으로 실현하고자”합니다. 상품에 대한 욕구의 문제가 아니라 상품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승인이 문제인 거죠. “이런 관점에서 보면 교환은 그에게는 일반적이고 사회적인 과정”입니다.

42 … ‘여럿’의 잡다함은 ‘일자’ 즉 ‘하나’의 통일성으로 전환됩니다. … 그런데 마르크스가 여기서 재밌는 말을 합니다. “곤경 속에서 우리의 상품소유자들은 파우스트처럼 생각한다. ‘태초에 행동이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생각하기에 앞서 행동을 해버렸다.” 이 말은 두 가지 사실을 함축합니다. 하나는 일반적 등가물의 출현이 생각의 산물은 아니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개인적 산물도 아니라는 것이죠. … 일반적 등가물의 출현은 ‘사회적 행동’의 결과물입니다. 마르크스는 이에 대해 ‘사회적 행동’이라는 말을 썼습니다.

43 … 홉스의 [리바이어던]을 연상시킵니다. … 경제적 가치의 통일성과 정치적 권력(주권)의 통일성이 사실상 동일한 논리로 설명되고 있는 겁니다. 군주가 상징하는 주권의 통일성 안에서 개인들이 저마다 시민권자로서 개별화되는 것처럼, 화폐가 상징하는 가치의 통일성 안에서 각각의 상품은 저마다 지닌 가치로 개별화될 수 있습니다. 마르크스는 사회속에서만 인간으로 개별화될 수 있다고 했는데요. 똑같은 말을 우리는 화폐와 상품 사이에서도 할 수 있는 겁니다.

| 화폐는 철저한 평등주의자

45 상품과 화폐의 유통은 특정한 인간관계를 전제합니다. 그런데 그것은 공동체적 인간관계와는 맞지 않습니다. … 등가교환 되는 상품이나 일반적 등가물로서 화폐는 공동체에 고유한 규칙들을 무시합니다. 귀족이 가져왔든 노예가 가져왔든 남성이 가져왔든 여성이 가져왔든 그저 x량의 상품 A는 y량의 상품 B와만 교환됩니다. 상품은 “타고난 평등주의자이나 냉소주의자”이며, “화폐는 철저한 평등주의자”입니다.

46 렐레족 사람들이 라피아를 재화교환에 사용한 경우가 있기는 했습니다. … 그런데 이는 특별한 기술을 가진 장인의 물건에 한정되었습니다. 그것도 둘 사이에 아무런 혈연관계도 없는 경우였습니다. 서로 남일 때만, 특별한 물품에 한해서만 아주 드물게 허용된 겁니다.

47 서구의 역사에서 ‘유대인’은 고리대업자 내지 금융업자로 이름이 높았는데요, … 신이 유대인들에게 명령합니다. “너희는 동족에게 이자를 받고 꾸어주어서는 안 된다. 돈에 대한 이자든 곡식에 대한 이자든, 그 밖에 이자가 나올 수 있는 것은 모두 마찬가지다. 이방인에게는 이자를 받고 꾸어주어도 되지만, 너희 동족에게는 이자를 받고 꾸어주어서는 안된다.” … 일반적으로 돈거래를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동족끼리의 돈거래는 특히 금기시했던 것이지요.

| 공동체가 끝나는 곳, 공동체들의 경계에서

49 마르크스는 [정치경제학 비판 요강]에서 … “화폐 자신이 코뮨이 아닌 곳에서는 화폐는 코뮨을 해체해야 한다.” 화폐는 공동체적 인간관계, 즉 코뮨을 해체하고 자신이 하나의 유대, 하나의 관계, 말하자면 하나의 코뮨으로서 등장했습니다. 어쩌면 근대사회란 공동체를 해체하면서 생겨난 ‘화폐공동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므로 화폐는 공동체적 관계의 발전을 통해서는 생겨날 수 없습니다. 공동체적 관계의 발전이 아니라 해체를 통해 만들어집니다. 화폐가 전제하는 인간관계는 공동체 내부가 아니라 외부에서 온 것입니다.

50 [정치경계학 비판을 위하여]에서는 이렇게 썼습니다. “사실 상품들의 교환과정은 본래 자연발생적 공동체들의 품에서가 아니라, 그것들이 멈추는 곳, 그것들의 경계들, 즉 그것들이 다른 공동체들과 만나는 소수의 지점들에서 나타난다.”

51 공동체와 공동체의 경계는 각 공동체의 규칙이 적용될 수 없는 곳입니다. 규칙을 공유하지 않는 조건에서 어떤 관계를 형성하는 곳이지요.

52 교역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종족, 아예 중간지대에 살면서 교역을 담당한 종족도 있었습니다. 마르크스에 따르면 “페니키아인, 카르타고인 등이 그러했”습니다. “이들은 … 고대 세계의 중간지대에서만 살 수 있었다. 오히려 이 세계 자체가 그런 상업 민족들의 전제였다.”

이들이 중간지대에 살았다는 것은 고유한 영토를 갖지도 않았고 특정한 영토에 속하지도 않았다는 뜻입니다. … 이들은 독자적 생활양식이 있었고, 별도의 언어를 썼습니다. 공동체 속 이방인처럼 살아야했던 유대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마르크스는 중세 유대인들을 고대 상업 민족들에 견주었는데요. 유대인들이 고리대업에 많이 종사했던 이유를 나라 안에서 비시민적 삶, 앞서 내가 쓴 표현을 다시 쓰자면, 국경의 삶을 사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입니다.

화폐는 이처럼 탈영도적 존재들과 관련이 있습니다. 마르크스가 유목민족을 주목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유목민족은 화폐형태를 가정 먼저 발전시켰다. 왜냐하면 그들의 재산 전체가 이동할 수 있는, 따라서 직접 양도 가능한 형태로 존재했기 때문이며, 또 그들의 생활방식이 그들을 끊임없이 다른 공동체와 접촉하도록 함으로써 생산물의 교환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토지를 기반으로 한 화폐는 역사적으로 매우 늦게 나타났습니다. … 마르크스에 따르면 이런 화폐가 나타난 것은 “상당히 발전된 부르주아사회”였고, 이것이 전국적 규모로 나타난 것은 “프랑스의 부르주아혁명이 이루어지고 나서”입니다.

| 상품보다 먼저 날아온 대포알

54 마르크스의 말처럼 “자연 자체는 환율이나 은행가를 낳지 않듯이 화폐도 낳지 않”았습니다. … 상품교환을 유지한 채 화폐를 없앨 수는 없습니다. 문제는 상품에서 화폐가 출현한다는 그것이 아닙니다. 어떻게 공동체 바깥에 머물던 ‘상품교환’이 공동체 내에서 일반화될 수 있었느냐가 중요합니다.

“일단 어떤 물적 존재가 공동체 외부와의 접촉을 통해 상품이 되면, 그 즉시 그것들은 반작용을 일으키며 공동체 내부의 생활에서도 상품이 된다.” 물론 단번에 그런 일이 일어날 수는 없습니다. “규칙적인 사회적 과정”이 될 때까지 “교환이 끊임없이 반복”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공동체의 노동생산물 일부가 “의도적으로 교환을 목적으로 생산되어야만”합니다. 생산 자체가 교환을 목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하면 생산물의 ‘직접적 필요’를 위한 유용성과 ‘교환’을 휘한 유용성이 나뉘고, 사용가치와는 별개로 교환가치 문제가 대두합니다. 이때부터 노동생산물은 상품으로 전환됩니다.

55 렐레족 사람들이 상품거래를 본격적으로 경험한 것은 벨기에가 이곳을 식민화한 이후입니다. 식민지 당국은 화폐를 통한 상품거래를 촉진했지요. 콩코프랑화를 공식 화폐로 지정하고 이것으로 세금과 벌금을 납부하게 했습니다. … 그러나 렐레족은 꽤 오랫동안 상품경제로 이행하지 않았습니다. 공동체 내부의 질서가 계속 작동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 질서는 결국 무너집니다. 식민지 당국이 라피아를 매개로 한 공동체의 주요 관습들에 개입했기 때문입니다. 식민주의라는 조건에서 자본주의가 비로소 들어온 겁니다.

56 이처럼 동동체가 상품사회로 발전해나가기란 어렵습니다. 공동체의 몰락이 상품과 화폐의 유통을 가능케 했다고 하는 편이 옳을 겁니다. 공동체가 해체되고 재구성되어야 화폐가 생겨납니다. “화폐 자신이 코뮨이 아닌 곳에서 화폐는 코뮨을 해체한다” 라는 말을 책에서 읽는 것과 현실에서 체험하는 것은 다릅니다. 전통적 공동체에서 볼 때 이것은 실로 무서운 말입니다. 공동체가 사회로 전환된다는 것은 공동체의 신체를 이루는 뼈와 근육이 분리되었다가 재조립되는 일입니다. 상품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단순히 사물 하나가 들어오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의 인간관계, 하나의 세계가 들어오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상품이 날아오는 것은 공동체의 존망을 가르치는 대포알이 날아오는 것과 같습니다.

| 화폐의 마법이 은폐하는 것들

57 우리는 상품과 화폐의 유동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여겨지는 사회 속에 살고 있습니다. … 인간관계가 변한 겁니다. ‘공동체적’ 관계에서 ‘사회적’ 관계로 이행했다고 할 수도 있겠지요.

58 마르크스에게 ‘사회적’이라는 말은 “한 무리의 공통 규칙들을 공유하지 않는 공동체들 사이에 교환이 지니는 고유한 특징”을 가리킵니다. … ‘사회적’으로 결정된다는 것은 공통의 규칙, 미리 정해진 체계가 없는 상태에서 결정이 이루어진다는 뜻입니다. [자본] 제1장에서 마르크스는 상품의 가치가 ‘사회적’으로 결정된다고 말했습니다. 생산자 개인은 생산물에 들인 자신의 땀방울은 잘 알고 있지만 생산물의 가치는 알 수 없습니다. 그것은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존재, 나와 무관한 존재인 타인과 관련이 있습니다. 게다가 그 타인은 한 명이 아닙니다. 저마다의 사정이 어떤지, 그래서 평균이 어떻게 나올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다시 말하지만 개인들은 알지 못한 채로 행할 뿐입니다. 이것이 ‘사회적 행동’입니다.

60 금이 일단 일반적 등가물로 자리를 잡으면 금이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잘못된 외관’이 만들어지죠. “다른 모든 상품들이 자신들의 가치를 특정한 상품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그 특정한 상품이 화폐가 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한 상품이 화폐이기 때문에 다른 상품들이 일반적으로 자기들의 가치를 그 상품으로 표현하는 것처럼” 나타나는 것이죠. … 마치 한 인간이 왕이 되는 순간 그가 본래부터 특별한 자질을 가진 특별한 인간으로 보이는 것처럼, “금 또는 은은 대지로부터 나오자마자 모든 인간노동의 직접적 화신”이 됩니다. 마르크스는 “여기에 화폐의 법이 있다”라고 했습니다.

61 화폐가 등장하면 흔적들이 지워집니다. 관계가 보이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상품들 사이의 관계를 떠받치는 인간들 사이의 사회적 관계가 보이지 않게 됩니다. 화폐의 눈부심 때문에 다른 것이 보이지 않습니다. [자본] 제1장에서 마르크스는 화폐물신과 상품물신이 ‘관계’를 은폐한다고, 무엇보다 인간들 사이의 ‘사회적 관계’를 은폐한다고 했는데요. … 우리는 거기에 하나를 더 추가해야 할 것 같습니다. 화폐물신과 숭품물신은 ‘역사’를 은폐합니다. 상품과 화폐의 유통이 전제하는 인간관계의 발생 과정에서 자행된 폭력을 은폐하지요. 피와 불의 문자로 기록된 연대기 말입니다.

 

3. ‘화폐’를 기능별로 살핀다는 것

| ‘가치’에서 ‘자본’으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 화폐의 기능적 현존

70 화폐의 ‘물질적 현존’과 대비됩니다. 화폐의 ‘물질적 현존’은 화폐를 소재의 측면서 보는 겁니다. 화폐가 금의 형태로 존재하느냐, 종이 형태로 존재하느냐 하는 것 말입니다. 반면 화폐가 어떤 ‘기능’으로 존재하는지, 이를테면 가치척도로 존재하느냐, 유통수단으로 존재하느냐를 구별하는 것이 ‘기능적 현존’이죠.

… 유통수단(교환수단)으로서 화폐는 서로 모르는 판매자와 구매자의 관계를 일시적으로 매개하지만, 어름과 같은 지불수단은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 믿을 만한 관계가 이미 수립되었음을 전제합니다. 두 화폐는 수행하는 기능도 다르고 전제하는 조건도 다르기에, 문제가 생겼을 때 나타나는 공황의 양상도 다릅니다.

| 화폐는 기능별로 유래가 다르다

76 화폐의 역사를 살펴보면 기능별로 유래가 상이함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고전사회학자 베버는 근대적 화폐가 교환수단-지불수단-계산수단의 종합이지만 각각의 기능은 유래를 달리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특히 그는 이불수단으로서 화폐와 교환수단으로서 화폐의 기원을 엄격히 구분했습니다. 그리고 교환되지 않는 화폐로서 지불수단의 역사가 더 오래되었다고 했습니다.

77 … 일반적 교환수단으로서 화폐는 어떻게 출현했는가. 베버 역시 대외상업을 지목했습니다. … 베버도 언급했지만, 폴라니에 따르면 원시사회에서 가장 일반적 화폐 용도는 지불수단이었습니다. … 오늘날에는 ‘채무’를 경제적인 것으로 생각하지만 고대의 채무는 신이나 조상, 공동체 등과 관련된 사회적-종교적-상징적-법적 성격을 띠었습니다.

78 가치척도는 관리를 위해서도 필요하니까요. “교환이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거대한 궁전이나 사원의 창고관리에 가치척도로서 화폐가 이용”되었습니다 … 큰 창고에 재화를 보관한 뒤 신민들에게 배급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시장을 통한 교환이 아니라 중앙배급 시스템이었던 거죠. 이때도 창고 물품의 계산과 관리에 특정 단위를 사용했습니다.

 

4. 내 머릿속의 금화 | 가치척도로서의 화폐

| ‘가치를 가진 것’만이 가치를 잴 수 있다.

84 마르크스는 화폐의 기능적 현존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누었습니다. 하나는 가치척도이고, 다른 하나는 유통수단이며, 마지막은 화폐입니다.

‘가치척도’는 모든 상품들의 가치를 양적 차이로 표현할 수 있는 것, 이것이 가치척도로서 화폐가 의미하는 바입니다. … 그러나 ‘가치척도인 한에서’ 화폐는 일단 가치를 가진 사물, 즉 상품이어야 합니다. 한마디로 화폐상품이어야 합니다. 마르크스는 이 화폐상품을 일단 ‘금’으로 해두는 겁니다.

85 ‘가치를 잰다’와 ‘가치를 표현한다’는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 저울을 떠올려보면 한쪽에 감자자루를 달아두고 다른 쪽에 추를 달아둔다고 해볼까요. 이때 추는 한편으로 감자자루의 무게를 표현합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감자자루의 무게를 잰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추가 감자자루의 무게를 잴 수 있는 것은 그것 자체가 무게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무게를 가진 것만이 다른 것의 무게를 잴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가치를 가진 것만이 가치를 재는 데 이용될 수 있지요. 가치척도인 한에서 화폐가 상품인 이유가 이것입니다.

| 머릿속의 금화, 관념 속의 금고

86 가격이란 화폐상품으로 표현된 해당 상품의 가치입니다. 가격은 해당 상품의 가치가 표현된 것이지만 가치 자체는 아닙니다. 가격은 가치를 화폐상품으로 표현한 것, 그러니까 해당 상품과 화폐상품 사이의 교환비율이죠.

87 그런데 가치를 잴 때 실제 금이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 가치척도로 사용할 때 그것을 손에 쥐고 있을 필요는 없다는 뜻입니다. ‘가치척도로 사용하는 한에서’는 말입니다.

89 상품들의 가치를 금으로 표시할 때 우리는 금의 단위 무게를 정하고 있습니다. 소위 도량단위라는 것인데요. … 금을 화폐상품으로 전제할 때 ‘금 1파운드’라는 말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물리량으로서 금의 ‘무게’를 뜻합니다. 1파운드 무게의 금이 있다는 뜻이지요. 하지만 금은 화폐상품이므로 그만큼의 ‘가치량’을 뜻하기도 합니다. ‘금 1파운드’에 대상화된 추상노동의 양을 나타내는 것이죠. 전자는 ‘도량표준’이고 후자는 ‘가치척도’죠. … 어떤 명칭을 도량표준으로 사용하려면 이처럼 단위가 고정되어 있기만 하면 됩니다. 하지만 가치척도로서 금 1파운드의 가치는 금의 생산조건에 따라 변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변화한 가치는 상품들의 가격을 변화시킵니다. 금으로 나타나는 상품들의 가치 표시가 모두 변하는 것이죠

| 가치에서 가격으로 바뀔 때

94 마르크스는 “상품가치량의 지표로서 가격이 해당 상품과 화폐의 교환비율에 대한 지표일지라도, 이로부터 그 반대, 즉 화폐와의 교환비율에 대한 지표가 반드시 그 상품의 가치량에 대한 지표라는 사실이 따라 나오는 것은 아니다.”

95 어떤 사정으로 밀의 공급에 일시적 문제가 생겼어요. 그럼 시장에서 밀 가격이 폭등합니다. … 밀과 금의 생산조건은 변한 게 없으니 각각의 가치는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각 상품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사회적 노동량은 그대로입니다. 그런데도 둘의 교환비율이 달라졌습니다. 시장가격이 변한 거죠. … 여기에는 두 가지 사정이 작동했습니다. 첫째, 상품의 가치가 직접 나타나지 못하고 다른 상품, 즉 화폐상품으로 나타난다는 사정이 있습니다. 한 상품의 가치는 다른 상품의 몸을 빌려서만 나타나죠. 이것이 상품가치의 첫번째 ‘변신’입니다. 경제학자들은 이 단어를 ‘전형(轉形)’이라고 옮깁니다. 형태를 바꾸었다는 뜻이지요. 둘째, 시장의 어떤 사정, 이를테면 수요-공급이 가격에 영향을 미칩니다. 독점이 발생할 수도 있고요. 주류 경제학자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균형가격에서 벗어납니다.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들은 이를 ‘단순가격’과 ‘시장가격’의 차이라고도 말합니다. 첫 번째 변화가 가치에서 가격으로의 질적 변신(전형)이라면, 두번째 변화는 단순가격에서 시장가격으로 양적 변화가 일어난 거죠. 그래서 전자를 ‘질적 변형’, 후자를 ‘양적 변형’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101 상품의 가치량은 그 자체로 나타날 수 없습니다. 다른 상품과의 교환 비율로 나타나야 합니다. 화폐상품과 교환비율로 나타날 때 그것을 가격이라 불렀지요. 품의 가치는 그것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사회적 노동시간과 내재적 관계를 맺지만 가격은 해당 상품과 교환되는 화폐상품과 외재적 관계를 맺습니다.

그런데 가치의 내재적 결정과 가격의 외재적 경정은 메커니즘이 아주 다릅니다. 가치는 ‘사회적’으로 결정되지요. ‘사회적’이라는 것은 익명의 생산자들이 여럿 존재한다는 뜻입니다. 이들의 경쟁을 통해 상품생산에 필요한 사회적 노동량이 정해집니다. 이를테면 평균값 같은 것이죠. 이것이 가치의 내재적 결정 과정입니다.

반면 가격은 똑 같은 상품이 아니라 다른 상품과의 관계입니다. 화폐상품을 포함해 모든 상품들의 가치는 각각 내재적으로 결정되지만 상품들 사이의 관계는 그렇지가 않지요.

102 다른 상품들과의 교환인 가격은 그렇지 않습니다. 마르크스는 이 비율의 결정을 두고 외재적이라고 한 겁니다. 외재적이라는 것은 다양한 간섭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뜻이죠.

다양한 외부사정을 반영하는 편차가 나타나는 것이죠. 그런데 마르크스는 이를 결함이기는커녕 오리혀 자본주의 생산양식에 ‘적합한 형태’라고까지 말합니다. 자본주의는 규칙이 “불규칙성 사이의 맹목적 평균법칙으로 관철”되는 생산양식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맹목적 평균법칙’이라는 말을 눈여겨봐둘 필요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맹목적으로 행동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법칙의 성격을 갖는다는 뜻인데요. 여기서 말하는 법칙이란 ‘통계학적인 것’입니다.

103 양심이나 명예는 분명 상품이 아닌데 그 소유자가 판매용으로 내놓을 수 있습니다. ‘뇌물’이 전형적 예죠. ‘뇌물’은 지멜의 말처럼 인격을 상품으로 파는 겁니다. 그는 뇌물에 대해 “인격이 ‘돈으로 매수될 수 있는가 없는가’ 아니면 싸게 혹은 비싸게 매수되는가 하는 원칙에 따른 인간 매매”라고 했습니다.

| 됐고, 네 주머니에 그게 있는가 없는가?

105 가격형태로 있을 때, 다시 말해 가치척도이고 계산수단인 한에서 화폐는 머릿속에 있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하지만 물건과 교환하려면, 다시 말해 교환수단이자 유통수단인 한에서는 ‘다른 화폐’를 써야 합니다. … “상품에 가격을 부여하려면 상상적인 금을 상품에 등치시키면 되지만, 상품이 그 소유자에게 일반적 등가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실제 금으로 대체되어야 한다.”


 

발제

1 상품을 소유한다는 것

#상품소유자 #상품 #소유 #욕망 #저항 #폭력 #장악 #인격박탈 #고분고분 #훈육

‘소유’의 개념이 사랑과 애정이 전제된 ‘존중’과 ‘합의’ 보다 ‘지배’와 ‘폭력’, ‘인격박탈’이라는 양상으로 부각되어 인용된 것은 왜일까?

사물이 아닌 생체를 상품화한다는 것은 생체의 자유의지가 있을 때에는 그 의지와 합의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전제하면 저항, 폭력, 장악, 인격박탈과 같은 사정이 애초에 만들어지는 것을 피할 수 있지 않은가.

신분 차이가 엄연하고, 사람도 노예처럼 부리고 지배할 수 있는 대상으로 여겼던 이전 사회와는 달리,

현대와 같이 동등하고 평등한 주체들의 집합이라는 것이 합의된 자본주의 사회라면 소유관계는 유지하되, 생체가 같는 자유의지가 정당하게 합의될 수 있다는 것이 보다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아닌가.

한편, 중세사회에서는 만인이 평등하고 동등한 개인으로서 존중되는 사회적 경험(학습)이 전무했던 상황이었던 이유이지 않을까. 토마스 홉스의 자연상태의 늑대처럼 기회만 있으면 서로를 잡아먹으려고 했던, 전쟁과 약탈이 더욱 익숙하고 가까운 방법이었던 역사적 상황이었다고 생각해보면,

점차 인간 개개인에 대한 인권과 존중이 평화로운 사회 구축을 위해 중요한 일임을 역사를 통해서 학습하고 있고, 이런 경험이 축적되면 현대사회에 아직 남아있는 오류(?)들이 줄어들지 않을까.

(결국 인류의 배움과 경험이 부족한 탓이라는…)

2 화폐, 코뮨을 해체하다

#공동체 #사회와개인의탄생 #사회 #개인 #타인 #화폐의평등성 #공동체의경계

“원시공동체에서 공동체는 애초에 한 몸으로, 서로를 타인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공동체 전체가 굶어죽더라도 개인이 혼자 굶어죽지는 않는다. 생계를 개인별로 책임지는 구조가 아니었다.”

“동족에게는 이자를 받고 돈을 꾸어주는 일이 없었던 공동체가 붕괴되고 거래의 상징적인 매개인 화폐가 교환되면서 비로소 사회가 만들어지고, 또 개인이 생겨났다.”

한국의 전통마을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가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마을의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고, 우리 집에 없는 것은 옆집에서도 빌려올 수 있고, 옆집 아이가 울면 뒷집에서 젖을 먹이기도 하고, 그야말로 마을은 공동체였다.

그래서 엄마는 우리엄마고, 아빠도 우리아빠, 남편도 우리남편, 여편도 우리여편이었다. 집도 우리집, 학교도 우리학교, 옆집에 언니도 언니고, 앞집 오빠도 오빠였다. 가족 호칭이 이웃들에게도 사회적으로도 반영되었다.

그런데 벌써 수년전, 한국에 신조어가 등장하고, 이제는 미디어를 통해 일반화되어 수이 마주치는 단어들이 있다.

내엄마, 내학교, 내집…

외국어를 쓰는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영어나 프랑스어로 듣던 표현들을 이제 한국어로도 듣고 있는 것이다.

어떤 상태가 나은 것일까? 개인적으로 내 것보다는 우리 것이 좋은 것은 꼰대가 되었다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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