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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에의 각인에 대한 연구: 푸코의 ‘훈육 권력’을 중심으로 

  페미니즘을 이야기하며 우리는 가부장제를 비롯한 “사회 구조적인 문제”를 많이 거론한다. 사회 구조 자체가 불공정하고 비합리적임을 지적하는 것에 그 목적을 둔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그 기저에는 사회 구조가 우리에게 특정한 사고의 방향과 행동 양식을 부여한다는 생각 또한 포함되어 있다. 우리는 사회가 새겨넣은 특정한 방식으로 말하고 행동하는 여성들에게 연민을 가지며, 가부장제가 우리에게 부여한 사고와 행동 양식에서 벗어나 다른 방식으로 사고하고 행동하고자 한다. 즉, 사회 구조가 우리의 몸에 새겨넣은 양식들에서 벗어나, 다른 행동 양식과 태도가 몸에 새겨지기를 바란다. 다른 사고와 행동의 양식을 취하기 위해서, 우리는 이 양식이 어떻게 우리 몸에 새겨진 것인지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는 우리의 몸에 새겨진 각인이 어디에서 기인한 것인가를 추적하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사고와 행동의 양식을 취할 가능성, 즉, 또 다른 각인의 가능성을 상상해보기 위함이다.

  그로스의 분석에 의하면 몸을 주제로 한 연구는 크게 ‘몸 안에서부터 바깥으로의 운동’과 ‘바깥에서부터 안으로의 운동’에 관한 연구로 구분된다. 전자는 정신적인 내부가 몸을 안에서부터 바깥으로 향하는 외재성의 형식으로 만들었던 방식과 관계하며, 후자의 경우는 몸 표면 위에 새겨진 사회적 각인이 정신적 내부성을 형성하는 방식과 관계한다. 전자는 프로이트를 비롯한 정신분석학자들이 중점을 두고 연구한 방식과 관련된다면, 후자의 방식을 중점으로 연구한 학자로는 니체와 푸코가 있다. 우리의 몸에 새겨진 각인에 대해 이해하기 위하여 바깥에서부터 안으로의 운동을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따라서, 본 에세이에서는 푸코의 「감시와 처벌」을 통하여, 권력이 몸에 어떤 방식으로 각인하는지를 더 세부적으로 들여다보고자 한다.

  푸코는 사회 전반의 복잡한 전략적 상황, 즉, 가정이나 일터, 학교, 병원 등의 모든 공간에서 관계가 맺어지는 모든 경우에 권력이 나타난다고 본다. 권력은 제도나 구조가 아니며, 일부 사람들이 소유하는 것 또한 아니다. 권력은 한 사회에서 복잡한 전략적 상황에 부여되는 이름이다(「성의 역사1」, 108쪽). 푸코의 설명에 따르면, 세기가 지나면서 권력은 점점 더 은밀해지고 있다. 이전에는 명예훈장이나 족보, 사치스러운 건축물 혹은 장식 등으로 권력이 드러났다면, 시간이 지나며 권력은 더 세밀하고 은밀한 방식으로 도처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권력이 몸에 각인을 새긴다고 할 때, 사회 구조나 제도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 곳곳의 권력들이 우리 몸에 각인을 새겨 넣는다고 이해할 수 있다.  예전에는 권력을 쥔 자가 푸코는 권력이 우리 몸에 각인을 새겨 넣는 작업, 우리 신체가 특정 행동 양식을 갖게 하는 작업을 “훈육(discipline)”이라고 일컫는다. 고전주의 시대(17~18세기)에 권력이 우리를 지배하는 일방적인 방식은 훈육을 통해서이다. 훈육은 신체를 특정한 방식으로 순종하는 신체를 만들기 위한 작업으로, 이때 권력의 대상이자 표적이 되는 신체는 만들어지고, 교정되고, 복종하고, 순응하고, 능력이 부여되거나 힘이 다양해질 수 있는 것이 된다. 즉, 권력은 우리의 신체를 복종시킬 수 있고, 이용할 수 있고, 변화시킬 수 있고, 완전하게 만들 수 있는 신체로 보며, 인간의 신체는 신체를 파헤치고 분해하며 재구성하는 권력 장치 속으로 편입되게 된다. 권력이 신체에 모종의 통제를 가하는 것은 아주 오래전부터 존재해왔음에도 푸코가 고전주의 시대의 권력에 초점을 두고 서술하는 것은, 이전에 신체에 가해진 강제력들과는 다르게, 이 시대의 권력은 운동, 동작, 자세, 속도에 이르기까지 더 미세한 수준으로 신체를 통제하고자 하며, 시간과 공간을 분할하여 통제한다는 특징을 갖기 때문이다.

  권력은 크게 시간과 공간을 통제한다. 먼저 시간의 통제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수도원에서는 시간표를 작성하여 활동을 통제하였다. 시간을 구분하고, 시간 동안 일정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고, 이를 일정한 주기로 반복하도록 하는 것이 시간표의 특징이다. 시간표는 학교, 일터, 병원 등으로 확장된다. 행동에 대한 상세한 계획을 습관화한 신체는 곧 올바르게 훈련받은 신체가 된다. 이렇게 시간을 분해하는 것은, 시간의 모든 순간에 대해 세밀하게 통제하고 빈틈없이 대응하는 것에 그 목적을 둔다. 예시로 분석적 교육 방법을 들 수 있다. 교육은 교육할 내용을 여러 행동의 단계로 세분화하고, 분할된 시간에 목표를 부여한다. 또한, 시험을 통해 목표 달성 여부를 안내한다. 학생에게 축적된 시간과 활동은 곧 학생의 최종 능력으로 평가된다. 즉, 권력은 축적된 시간과 활동을 개인의 최종적 능력인 마지막 결과로 전체화시키는 작업을 통해, 이를 완전히 이용 가능한 것으로 만든다. (293 참조해야할 듯) 한편, 권력은 훈육을 위해 공간을 통제하기도 한다. 사립학교, 기숙사 학교 혹은 기숙사가 있는 공장, 군대 등에서는 공간의 폐쇄가 일어난다. 이를 통해 권력은 학생, 노동자, 군인에 대한 통제를 수월하게 하고, 생산력을 집중시키는 효과를 도모한다. 공간 폐쇄와 더불어, 개인에게 자리와 구역을 할당하기도 한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등급을 나누어 계열화된 공간을 편성하기도 한다. 학생을 학업 수준에 따라 자리에 앉게 하거나, 노동자를 업무 능력에 따라 배치하는 것 등이 이에 속한다. 이러한 공간 편성은 집단행동을 막고, 개개인을 더 수월하게 감시하고 평가하고 제재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개인을 고립시키면서, 개인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공간에 개인들을 배치하는 것이다.

  시공간의 통제에 더하여, 권력은 위계 질서적 감시, 규범화된 상벌 제도, 평가 등의 훈육 방식을 사용한다. 시간과 공간의 유기적 배치와 통제 아래, 개인은 감시가 용이한 가시적인 대상이 된다. 특히, 공간의 통제가 반영된 건축은 수용된 사람들이 단지 감시를 받는 것에서 더 나아가 감시 아래 자신의 품행을 스스로 개선하게 하는 등 더 심층적 권력 효과를 가능하게 한다. 완벽한 감시 장치라면 모든 대상이 피할 수 없는 하나의 시선, 하나의 중심점을 갖추어야 하겠지만,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감시는 원형보다는 피라미드의 구조를 취한다. 예를 들어 교사가 동시에 모든 아이를 시야에 두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각 모둠의 아이들이 잘 수업에 참여하도록 이끄는 모둠장, 혹은 반 아이들을 감시하는 반장이 중계지점이 되어 감시하는 구조가 피라미드형에 속한다. 같은 구조는 학교뿐 아니라 일터, 병원 등에서도 발견된다. 이러한 감시망은 더 빈틈없는 조직망을 가능하게 하면서도, 단계적 절차를 나누어 사람들의 활동, 능력, 행동방식, 신속성, 품행에 이르기까지 모든 영역에의 통제를 가능하게 한다. 피라미드형의 감시 구조에는 우두머리로 보이는 사람이 있으나, 그 우두머리가 권력을 쥐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교사 또한 학생들에게서 어느 정도의 감시를 받고 있다고 볼 수 있으며, 다른 피라미드 구조에서 교사는 학생만큼이나 감시의 대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촘촘한 감시 장치의 구조 전체가 우두머리를 포함한 모든 개인을 감시하고 분류해내는 권력으로 작용하며, 자동적이고 익명적인 특징을 갖는다. 감시와 함께 권력이 사용하는 주된 수단은 규범화된 상벌 제도이다. 사법질서와는 또 다르게 훈육 권력이 가하는 처벌의 범위는 훨씬 광범위하다. 예를 들어, 특정 기준을 달성하지 못한 것, 전날 습득한 내용을 잊는 것 등은 모두 죄로 취급되며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처럼 훈육에서의 처벌 대상은 더 넓고, 처벌의 메커니즘은 미시적이다. 처벌은 평가와 긴밀히 협력한다. 개인의 모든 행위는 세분화되어 평가되어 처벌되기 때문이다. 처벌은 속죄나 억압을 목표로 삼는 것이 아니다. 권력이 사용하는 보상과 처벌은 개인을 전체 규범 체제에 관련지어 체제 속 상반되는 가치 체계를 습득하게 하고, 개인의 행동, 성적, 품행 등을 상호비교하여 구별 지은 뒤 등급을 매긴다. 또한, ‘특목고 준비반’,‘치욕스러운 반(푸코의 저작 속 표현)’ 등과 같이 차이들의 정도를 규정하는 것을 통해 ‘비정상’의 경계를 수립한다. 즉, 보상과 처벌 제도는 비교하고, 구분하고, 서열화하고, 동질화하는, 규범화를 목적으로 한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정리하자면, 권력은 시간과 공간의 통제, 그리고 감시, 규범화, 평가 등의 수단을 이용하여, 규율을 완전히 체득한, 훈련된 순종적인 신체로 만들고자 한다. 이 권력은, 정신병 환자들을 병원에 묶고 가두어 큰 조치 없이 격리하기만 했던 배제의 권력과는 또 다르다. 후자의 권력이 고립시키고, 은폐하는 것에 초점을 두는 권력이라면, 전자의 권력은 순종적인 신체를 만들어내고자 하는, 타인들의 신체에 힘을 미치고자 하는 권력이다.

  훈육 권력의 두 속성인 생산과 확장을 고려했을 때, 권력이 우리 몸에 각인을 새긴다는 것은 곧 어떠한 행동 양식을 수행하는 순종적인 신체를 가진 인간을 생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성 혐오 사회의 맥락에서 보자면, 사회적인 각인은 여성을 단지 사회의 주요한 장소들에서 여성을 몰아내어 어딘가에 감금하고자 하는 것 이상으로, 여성들을 사회적 여성성에 순종하여 행동하는 신체를 갖도록 제조하고자 한다. 이와 동시에 각인은 여성들을 감시에 노출 시켜 누군가가 우리의 말과 행동을 나노 단위로 세분화하여 평가하도록 허락한다. 

  각인에 대한 이해를 심화하기 위해 다음의 일련의 질문들에 답해보고자 한다. 첫째, 누가 우리의 몸에 사회적 여성성에 대한 각인을 새겨넣는가? 둘째, 남성의 신체에도 각인이 새겨지는가? 이때 각인과 관련한 여성과 남성의 차이가 드러나는가? 셋째, 우리는 계속하여 이미 새겨진 각인에 따른 행동 양식들을 재현할 수 있을 뿐인가? 다른 방식으로 행동할 가능성은 없는가?

  먼저, 누가 우리의 몸에 여성 혐오적인 각인을 새겨넣는 것일까? 푸코의 권력 개념은 특정한 사회 구조나 제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과 개인이 맺는 인간관계 속에 내재하는 권력 관계를 의미한다. 이를 고려하면, 사회적 여성상에 대한 각인은 사회의 구조나 제도뿐만 아니라, 우리가 부모님과 형제자매, 친구들과 교사, 직장 동료 등과 맺는 모든 인간관계 속에서도 이루어짐을 시사한다. 즉, 우리의 신체에 꾹꾹 눌러 새겨진 여성 혐오의 자국들은 우리의 모든 일상 속에서 맺어지는 다양한 인간관계 속에서 새겨진 것이다. 권력이 어떤 방식으로 신체를 제조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이는 단지 권력의 생산적인 속성일 뿐이다. 다만, 신체에 새겨진 각인이 여성 혐오적이라는 사실이 문제가 되는 지점이다.

  둘째, 남성에 신체에도 각인이 새겨지는가? 이때 각인과 관련하여 여성과 남성의 차이가 드러나는가? 푸코는 실제로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을 토대로 권력의 속성을 분석하는 연구 방법을 택했다. 그는 권력의 특징을 분석해내는 것에 초점을 두었기 때문에, 각인이 새겨지는 신체에는 정작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똑같은 각인일지라도 사람마다 각인이 새겨지는 정도가 다를 수 있다. 비유하자면, 누군가는 매끈한 동판, 누군가는 거친 동판과 같은 신체 표면을 가지고 있을 수 있고, 그 동판의 두께도 다를 수도 있는데, 그러한 차이는 그의 저작에서 다뤄지지 않고 있다. 각 개인에게 새겨지는 각인의 정도에 대한 차이를 서술하지 않았기 때문에, 여성과 남성에게 가해지는 각인의 정도에 대한 차이를 명확히 하기 힘들다. 또한, 푸코는 권력이 새기는 각인의 내용이 어떠한가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푸코의 관심사는 어떤 방식을 통해 각인을 새기는가에 더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성과 남성에게 새겨지는 각인의 내용이 다르다는 사실을 푸코의 개념만으로 이야기해내기는 어렵다. 결국, 푸코의 글을 통해 여성과 남성에게 가해지는 각인의 차이를 가늠해보기 어렵다. 굳이 찾자면 군대를 경험한 특정 남성들과 군대에 가지 않은 특정 여성들이 있을 때, 전자 집단 구성원들의 신체가 더 순종적인 신체에 가까울 것이라는 결론을 끌어낼 수 있는 정도이다.

  셋째, 우리는 계속하여 이미 새겨진 각인에 따른 행동 양식을 재현하기만 할 수 있을 뿐일까? 다른 방식으로 행동할, 즉, 다른 각인을 새겨넣을 방법은 없을까? 훈육된 행동 양식과 다른 행동을 산출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행동에 대한 선택권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의 자율성을 드러낸다. 이는 특히 여성 혐오 사회에서, 우리가 자라며 오랫동안 우리 몸에 새겨진 ‘자고로 여성이라면 이렇게’라는 수식어가 앞에 붙은 행동 양식들에서 벗어날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더 중요하다. 한 예시를 통해 위 질문에 답해보고자 한다. 푸코에게 훈육에 의한 각인이란 아주 깊게 새겨지는 것을 의미한다. 한 병사가 있다. 그는 특정한 방식의 총검술을 매일 오랜 시간 반복하여 연습한다. 특정한 각도로 팔과 다리를 구부리고, 정해진 보폭만큼 움직이고, 정해진 각도만큼 회전하고, 정해진 박자에 맞추어 움직인다. 그는 상급자의 감시 아래 훈련을 받으며, 그의 동작은 각도, 박자, 보폭 등으로 나뉘어 세밀하게 평가된다. 평가 결과에 따라 치욕스러운 언행에 노출될 수도, 보상을 받을 수도 있다. 훈련이 반복될수록 그는 각도나 보폭을 의식하지 않고도 정확히 자세와 움직임을 재현해낸다. 깊게 잠들어있던 그를 누군가가 새벽에 깨워 동작을 수행하도록 했을 때조차 그는 그 동작을 완벽하게 재현해낸다. 정확히 동작을 재현하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며, 그는 자신의 동작을 스스로 감시하며 익명의 다수로부터 감시받고 있음을 느낀다. 정확히 동작을 재현하는 데 성공할 경우 큰 성취감을 느낀다. 이 병사가 다른 총검술을 익힌다고 해도, 하루 이틀 다른 총검술을 해서는 그의 몸에 밴 총검술을 다른 움직임으로 대체할 수 없다. 새로운 각인은 이미 새겨진 각인 만큼이나 깊이가 깊고 농도가 진해야 할 것이다.

  여성 혐오 사회에서 태어나 살아오면서 우리 몸에 새겨진 여성으로서 바람직한 행동에 대한 각인도 예시 속 총검술만큼이나 강렬하다고 볼 수 있다. 미세한 권력 관계들 속에서 긴 기간에 거쳐 우리의 신체에 반복되어 각인되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 각인이 강요하는 태도와 자세에서 벗어나 자율성을 회복하려면, 이 각인만큼이나 강렬한 다른 각인이 필요할 것이다. 이때 새로운 각인은 단지 마음가짐을 바꾸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앞서 언급한 병사가 ‘내일부터 다른 총검술을 하며, 이전의 총검술 동작들에서 벗어나겠어.’라고 마음먹는다고 해서 다음날 다른 총검술 동작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는 다른 총검술 동작을 몸으로 직접 수행해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의 몸에 새로운 각인이 새겨질 때까지 충분히 긴 시간 동안 각인하고자 하는 행동 양식을 반복해야 한다. 한편, 푸코는 권력 관계가 한 개인(혹은 개인들)과 다른 개인(혹은 개인들)이 맺는 관계에서 드러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경우 각인을 새기고자 하는 자도, 각인이 새겨지는 신체를 가진 자도 모두 한 개인이라는 점에서, 권력 관계가 포착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각인이 훈육 권력에서 비롯됨을 고려했을 때, 새로운 훈육 권력에 자신을 노출하는 편이 새로운 각인의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을 것 같다. 혹은 이전에 새겨진 각인대로 행동할 수 없거나 행동할 필요가 없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예시 속 병사가 군대를 벗어나 직장인이 되었다고 하면, 그는 새로운 권력 관계들 속에서 또 다른 각인들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새로 새겨지는 다른 각인들은 총검술만큼이나 깊게 새겨져 행동 양식을 산출하게 할 수 있다. 또한, 만약 총검술에 관한 각인이 그 어떤 새로운 각인들보다 깊다고 하더라도, 직장에서 총검술을 선보일 일은 없으니 그의 몸에 각인되었던 특정한 총검술의 자세와 움직임들이 재생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없다. 해당 각인은 더는 특정 행동 양식을 산출할 수 없으니, 효력을 다하는 셈이다.

  정리하자면, 새로운 각인의 가능성을 열기 위해서는 다음의 두 가지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권력이 개인(들)과 개인(들) 사이에서 포착될 수 있음을 고려한다면, 우리가 새로운 각인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 새로운 훈육 권력의 가능성을 열 수 있는 타자들과의 접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신체에의 각인이 내면의 변화뿐만 아니라 외적인 행동의 변화를 초래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단순한 마음가짐의 변화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우리가 정말로 다르게 행동할 수 있어야만, 다르게 행동해야만, 기존의 각인된 움직임들로부터 멀어질 수 있다. 새로운 각인이 이미 신체에 새겨진 각인 만큼이나 깊게 우리 몸에 새겨진다면, 기존에 각인된 행동과 다르게 행동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는 구체적으로 다른 훈육 권력에 자신을 노출하거나, 혹은 각인된 행동이 더는 산출될 수 없는 환경에 위치하는 것을 통해 가능하다. 혹은 더 적극적으로 우리는 새로운 훈육 권력이 작동하는 관계망을 조성할 수 있다. 소모임 등 공동체를 만들거나 혹은 공동체에 소속되거나,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는 일 또한 도움이 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이전과는 다른 훈육 권력에 노출될 가능성이 열리기 때문이다. 다른 지역이나 다른 국가에 머무르며 물리적인 환경을 변화시킬 수도 있다. 이는 이전의 훈육 권력이 행사될 수 있는 상황 혹은 빈도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권력을 설명하는 다양한 방식이 있으며, 푸코 또한 훈육 권력뿐만 아니라 다양한 권력 개념에 대해 논하였다. 따라서 신체에의 각인을 설명하기 위해 다양한 권력 개념이 사용될 수 있다. 그럼에도 본 에세이에서 훈육 권력에 초점을 두고 신체에의 각인을 설명한 것은, 특정한 방식으로 행동하는 순종적인 신체를 생산해낸다는 점에서, 훈육 권력이 신체에의 각인을 설명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여성 혐오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삶의 미세한 영역들에서 권력 관계를 경험한다. 훈육 권력은 우리 일상에 침투하여 우리가 특정한 방식으로 행동하도록 우리 몸에 각인을 새겨넣는다. 곳곳의 훈육 권력이 여성에게 각인하는 내용의 상당수가 여성 혐오적이기 때문에, 각인된 바와 다르게 사유하고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은 여성 해방의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 물리적인 환경을 변화하거나 새로운 인간관계에 자신을 적극적으로 노출하는 것은, 다른 훈육 권력을 접할 가능성, 즉, 각인과 다르게 사유하고 행동할 가능성을 담보한다. 이상의 분석은 여성 연대와 여성 공동체의 필요성을 시사하는 논거로 확장될 수 있다. 적극적으로 새로운 관계맺기에 참여하고, 공동체를 조직하거나 공동체에 참여하는 것은, 새로운 각인의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각인이 새겨지는 신체라는 어감에서 오는 수동성을, 나의 몸에 새로운 각인을 새기기 위해 적극적으로 방안을 모색하는 능동성으로 확장할 수 있는 여지가 마련된다. 새로운 각인의 가능성을 여는 관계맺기에 대한 생각이 여성들 사이에서 더 확산되기를 바라며 논의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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