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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음향과 배치 : 리토르넬로에 대하여

음악-되기란 음악과 음악 아닌 모든 것이 만나는, 음악과 음악 외부 사이에서 발생하는 ‘사건’이다. 10장에서 이 되기의 과정이 음악 아닌 것에서 음악으로 넘어갔다면, 이번 장에서는 음악에서 음악 아닌 것으로 나아간다.

 

1. 리토르넬로란 무엇인가

1) 음악에서의 리토르넬로

A-B-A′-C-A″…A. ‘반복구’라고도 번역될 수 있는 리토르넬로는 모호하고 혼돈된 것에 어떤 하나의 질서와 통일성을 부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단순한 ‘후렴’처럼 동일하게 반복되는 것이 아니라, A의 계열들(A, A′, A″ 등)과 같이 변형되면서 상이하게 반복된다. 동일한 반복이 아니라 ‘차이의 반복’, 차이화하는 반복이다. 이는 우선 리듬과 매우 밀접하다. 선율이나 편성의 변화에도 리듬이 반복된다면 어떤 통일성이나 안정성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선율을 반복하며 리듬을 변주하거나 리듬과 선율 모두 반복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때는 음색과 음량 등의 차이를 줌으로써 반복을 유효하게 한다.

 

2) 리듬적 인물과 선율적 풍경

선율적 텍스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말할 수 있는데, ‘영토적 모티프(동기)’는 반복과 결부되어 있는 것이고, ‘영토적 대위법’은 그 모티프에 대위적인 선율을 붙여 나름의 표현적 형식을 구성하는 것이다. 들뢰즈/가타리는 전자를 ‘리듬적 인물’, 후자를 ‘선율적 풍경’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여기서 인물은 반복의 방식으로 일련의 장면들에 어떤 ‘통일성’을 부여하고, 풍경은 끊임없이 변화하며 동일한 장면에 머물지 않도록 차이화한다. 즉 리토르넬로란 반복되는 리듬뿐만 아니라, 이질적 요소들을 결합하여 하나의 배치로 만들어내는 반복적 성분이라고 할 수 있다.

 

3) 음향과 배치

리토르넬로는 음향적 성분에 의해 지배되는 배치를 특정화하는 개념이기도 하다. 영토적 배치를, 그리고 표현적 리듬을 형성하는 것, 나아가 이행의 성분을 작동시켜 절대적 탈영토화를 향해 배치를 개방하는 것, 이를 위해 음향적 성분을 변형시키는 것, 이것이 음향적 배치 안에서 음악-되기의 중요한 문제다. 들뢰즈/가타리는 음향적 성분 자체의 특권화를 명시적으로 인정하고, 청각적 리토르넬로의 특권적 성격을 강조한다. 음악의 탈영토화 계수가 가장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떤 음악적 형식이나 영역을 특권화하는 것이 아니라, 차라리 음악적 형식에서 탈영토화될 가능성을 뜻한다.

 

2. 리토르넬로의 세 가지 측면

1) 방향적 성분

폴로네이즈―이미 탈영토화되어 일반화된 어떤 리듬적 형식의 이름. 하지만 동시에 폴란드 춤곡이라는 발생적 기원을, 고향이라 해도 좋을 기원적 영토를, 고향의 방향을 표시한다. 즉 방향적 성분이란 방향을, 출생과 같은 영토적 기원을 표시하는 성분이다. 영토적 배치의 기초(하부)를 이룬다는 점에서 ‘하부배치’라는 개념에 대응된다.

 

2) 차원적 성분

애초의 선율에 대위적 음들을 붙이며 다른 차원으로 확장하고 풍부화하는 데 작용하는, 나름의 표현적 질서를 구성하는 성분이다. 어떤 영토의 표시였던 모티프는 독자적인 표현적 구성물로 바뀌고, 이는 독립적인 ‘스타일’이 된다. 배치의 내부에서 배치를 특정한 표현형식으로 조직하기에 ‘내부배치’를 이룬다고도 말한다.

 

3) 이행적 성분

하나의 배치에서 다른 배치로 이행하는 성분이다. 동일한 선율을 그대로 반복하는 경우는 없기 때문에 음악에서의 모든 주제는 그 자체로 이미 변주라고 할 수 있고, 이는 차이를 통해 하나의 배치에서 탈영토화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두 가지 상이한 배치 사이에 있다는 점에서 ‘사이-배치’라고도 한다.

 

3. 배치와 리토르넬로

1) 카오스에서 환경으로

환경은 성분의 주기적 반복에 의해 구성되는 시-공간 블록이다. 어떤 반복적 리듬을 통해 카오스에서 환경이 발생한다. 여기서 환경은, ‘중간’이라는 의미 또한 갖고 있어, 개체와 외부의 중간, 개체가 외부화되는 지대면서 외부가 개체 내부로 진입하는 지대다. 환경 자체에는 코드들이 섞이거나 변이됨으로써 새로운 환경이 만들어지는 교호와 횡단이 항상 존재하며, 환경은 변환되는 코드, 가변화되는 리듬을 통해 카오스와 늘상 잇닿아 있다.

 

2) 영토와 표현

영토는 환경적 성분들이 표현적 생성을 위해 기능적 존재기를 멈출 때 존재한다. 개가 기능적 배설을 영역표시를 위한 표현적 성격으로 바꿀 때, 그것은 같은 종 내부의 다른 개체와 비판적(임계적) 거리를 만드는 영토화다. 그런데 그것이 누구의 영토인지 알 수 있으려면 고유한 스타일이 있어야 한다. 표현적 배치는 고유한 스타일이 만들어질 때 형성되는 것이다.

 

3) 영토와 스타일

문제는 스타일이다. 음악가인 새와 비-음악가인 새를 객관적으로 구별해주는 것은 스타일을 만들어내는 모티프와 대위-점들에 대한 능력이다. 그것이야말로 리듬을 분절하고 선율을 조화시키기 때문이다. 이것으로 인해 어떤 새가 노래를 더 잘했는지, 어떤 훌륭한 스타일을 만들어냈고 어떤 표현적 일관성을 만들어냈는지 평가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4) 배치와 이행

그러나 배치와 영토는 다르다. 동일한 영토에 상이한 배치가 대응하는 것이 가능하고, 반대도 가능하다. 굴뚝새과 트로글로디티다에 수컷은 ‘구애의 리토르넬로’를 통해 영토적 배치에서 구애의 배치로 이행한다. 중요한 것은 영토적 배치 안에서 새로운 배치의 형성을 항상화하는 것이다. 이는 내부배치에서 사이-배치로 넘어가는 운동이다. 여기에는 영토의 혁신적 개방이 수반된다. 하나의 영토는 언제나 탈영토화의 도중에 있으며, 최소한 잠재적으로나마 다른 배치로의 이행의 도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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