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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5장 오프라인 후기입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기표적 체제, 전기표적 체제, 반기표적 체제, 탈기표적 체제를 따라가면서 그에 관한 중요한 말을 나누었지요. 그런데 정작 저의 기억에 남은 것은 보르헤스에 대한 들뢰즈/가타리의 비판이었습니다. 그들은 보르헤스가 배신과 속임수를 구별하지 못한 것을 비판했다고 하지요. 그러면서 그의 소설 「배신자와 영웅에 대한 논고」가 소개되는데, 이 소설이 깊은 인상을 남긴 적 있어 그들이 그를 비판한 이유가 무엇인지, 세미나가 끝나고 나서도 질문이 남더라고요. 다시 생각해보면, 이 소설을 통해 배신과 속임수를 다루는 기존의 방식이 어떤 것인지, 들뢰즈/가타리가 그것들을 다루는 방식은 어떻게 다른지 알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배신은 흔히 컬 패트릭처럼 정보를 넘겨 어떤 계획을 실패하게 하거나, 군주의 말을 충실히 따르며 오른팔을 꿰차고는 군사를 모아 군주를 몰아내거나, 협력하던 곳에 대한 마음이 변해 돈을 빼돌리는 등의 모습으로 다루어져왔습니다. 이는 상대가 믿도록 자신의 모습을 거짓으로 꾸며내는 것, 즉 상대를 속이는 행위입니다. 따라서 배신은 속임수로써만 이루어질 수 있다고 여겨지지요. 왜냐하면 그런 식으로 상대를 속이지 않고는 배신의 성공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나아가 컬 패트릭은, 자신이 영웅으로 남을 수 있도록 배신에 대한 처단 행위를 암살로 꾸며주겠다는 동료의 제안을 기꺼이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모든 사람이 패트릭을 영웅으로 믿는 것에 성공합니다. 그러나 그런 식으로 봉기(배신)가 성공했다 하더라도, 패트릭을 영웅으로 믿게 만드는 속임수에 의해 가능했던 것이기 때문에, 또 다른 속임수를 고안해낸 것에 불과합니다.)

들뢰즈/가타리는 “속임수와 배신은 본질적으로 다른 체제”라고 합니다(377쪽). 즉 그들이 말하는 배신에는 속임수가 없는 것이고 없어야 하는 것입니다. 379쪽에서 언급되는 바그너, 말라르메, 맑스, 프로이트처럼 말입니다. 그들은 기존의 것에서 얼굴을 돌리며 주체화의 점을 찍고 탈주선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기존 규범에 대한 그들의 배신은 일종의 사건이었지요. 그 사건 안에는 패트릭과 다르게 속임수가 없었으므로 거리낄 것도 없었습니다. 그들이 자신의 길을 긍정하고 끝까지 밀고 나갈 수 있었던 것은 그러한 이유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들뢰즈/가타리가 보르헤스를 통해 비판하고자 한 것은 배신은 속임수로써만 이루어진다는 사고 전체일 것입니다. 그리고 속임수의 배신과 그들의 배신을 구분하여 그들의 배신을 행하도록 촉발시키려는 것이겠지요. (예를 들어 또 다른 경전이 되고 만 379쪽의 그들에 대한 배신 역시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 배신으로 탈주선을 그리기 시작한 뒤, 예속화의 선형적 과정에서 벗어나 절대적 탈영토화로 나아가는 흐름을 저는 아직 구체적으로 잡지 못한 것 같습니다. 이번 세미나 후반에서 다룬 부분(“정염을 연속적 강밀도의 장으로” 만든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은 어떤 모습일지)을 더 생각해보면 단서를 얻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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