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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언어를 동질적인 체계로 정의할 수 있게 해줄 보편성과 항상성이 존재하리라

1) 상수들의 체계와 변수들의 체계

언어에서 보편성을 찾으려는 시도는 구조적 불변성을 찾으려는 시도와 나란히 간다. 구조적 불변성을 확보함으로써 보편성을 확보하게 되고, 순수한 과학성을 내세울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을 추구하는 언어학자들은 모든 언어에서 공통된 상수들을 찾아내려 한다.

반면 들뢰즈/가타리는 ‘일반적인’ 방식으로 언어활동을 다룰 수 있는 추상기계란 변수 내지 변인들의 체계라고 본다. 이는 언어활동을 상황과 조건에 따라 음색과 음조, 음고 등의 연속적인 변이에 의해 만들어지는 활동으로 정의하는 것이다.

 

2) 일반화된 반음계주의

반음계주의란 온음계에 없는 반음들을 온음계에 넣어 사용하는 것을 지칭한다. 그러면 화성적인 코드가 달라지면서 원래의 키와는 다른 색채적 느낌을 줄 수 있고, 곡의 중간에서 조바꿈을 할 수도 있다. 소나타 형식에서 주제의 ‘발전’을 이룬다든지 기능화성을 깨뜨린다든지, 곡의 텍스처를 훨씬 다양하고 복합적으로 구성할 수 있는 것이다.

‘일반화된 반음계주의’란, 옥타브의 12개의 반음이 반음 단위로 분절된 소리를 넘어서는 지점으로까지 나아가는 것, 즉 모든 주파수의 소리로 연장하여 포괄적이고 일반화된 방식으로 사용되는 것을 의미한다. 소리의 색깔이나 느낌, 혹은 다양한 종류의 어조 등 그에 필요한 음성적 뉘앙스를 모든 주파수의 소리로 변이시킴으로써 뜻하는 바를 표현하는 것이다. 이것은 언어 외적인 것이 언어활동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것과 나란히 간다.

 

3) 언어속의 언어들

언어학과 문체론은 이원적으로 분리될 수 없다. 사람들이 문체라고 부르는 것은 ‘언어’ 안에서 이루어지는 연속적인 변이의 과정이다. 사실 ‘언어’란 그렇게 만들어지는 다양한 언어들 내지 문체들 가운데 널리 확산되고 영향력을 미치는 것들이 ‘일반화’되고 ‘보편화’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소설가 김동인을 비롯한 《창조》 동인들이 종결어미를 ‘~이다’와 ‘~하다’로 대체함으로써 신문이나 다른 글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고, 그 결과 한국어 문법의 가장 기본적인 법칙이 된 것처럼 말이다.

 

4) 언어를 더듬거리게 하기

그러나 문체로 ‘언어’ 자체를 변형시키고 변이시키는 것은 또 다른 표준 내지 보편성의 위치를 장악하자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표현 형식, 새로운 ‘언어들’을 창안해내고, ‘언어’의 보편성을 상대화시키고 약화시킴으로써 생동하고 생성할 수 있는 공간을 창출하자는 것이다.

들뢰즈/가타리는 이것을 ‘언어를 더듬거리게 하기’라고 부른다. 문법에 비추어 ‘틀린 것’이라고 말할 수 없는 고유한 표현 능력을 획득할 때, 다시 말해 고유한 문체를 형성하는 나름의 일관성을 획득할 때, 자신의 언어 안에서 이방인이 되어 사투리나 은어조차 없이 2개 국어나 수개 국어를 쓸 수 있을 때, 그것은 단순히 스스로 더듬거리기를 넘어서 문법적인 언어 자체를 더듬거리게 한다.

 

4. 다수적인, 혹은 표준적인 언어 아래서만 언어는 과학적으로 연구될 수 있으리라

1) 표준어, 혹은 언어의 권력

여러 지역적 언어 가운데 하나의 표준어를 설정하는 것은 근대 국가와 결부되어 나타난 근대적인 현상이다. 지리적·경제적·정치적 통합은, 통합된 사람들을 하나의 ‘국민’으로 만들어낼 것을 요구했다. 여기에 필수적인 것 가운데 하나가 언어의 통일성이었다.

언어의 통일성은 우선 정치적이다. 모국어는 없으며, 지배적 언어를 통한 권력의 장악이 있다. 그러나 이 말이 정치적 권력이 개입되어 있다는 것을 뜻하는 것만은 아니다. 역으로 지배적 언어를 통한 다른 언어의 통합 내지 지방화, 그에 따른 위계화가 발생하고, 그 결과 지배적 언어는 표준어 자리를 차지하며 문법과 연계되어 언어활동의 상수, 언어활동의 모델이 된다.

 

2) 다수적 언어와 소수적 언어

다수적 언어와 소수적 언어는 언어의 두 가지 종류가 아니라 언어의 두 가지 용법 내지 기능이다.

다수적 언어는 단지 사용하는 사람의 수가 많다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다수성은 척도와 규범, 혹은 모델의 형식으로 현재적 상태를 유지하는 권력이고, 다수적 언어는 다양한 사람들의 언어활동을 하나의 통일된 형식 아래 통합하고 동질화하려는 ‘권력의지’를 포함하고 있다. 표준어가 다수적 언어가 되는 것은 언어활동의 척도라는 지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소수적 언어는 단지 사용하는 사람이 적다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소수성은 새로운 변이와 생성을 통해 그 척도와 규범을 변형시키는 잠재적 변이능력이고, 소수적 언어는 다수적 언어를 변형시키고 변이시키는 성분이며 새로운 종류의 언어를 생성하는 언어다. 연속적인 변이, 혹은 변이적인 연속체로서 다수적 언어 자체를 더듬거리게 하는 실천적인 전략이다.

언어학이 다수적 언어만을 연구 대상으로 정의한다면, 그것의 규칙에 다양한 언어활동을 종속시키는 결과를 야기할 것이다.

 

3) 명령어와 탈주선

다수적 양식에서든 소수적 양식에서든 언어활동의 본질은 ‘명령어’다. 소수적인 방식으로 언어를 다룬다고 해서 명령어가 없는 것이 아니다. 다수적 양식에서 명령어는 “하지 않으면 죽어!”로 귀착되는 ‘선고/문장(sentence)’이다. 들뢰즈/가타리는 명령어와 분리될 수 없도록 연결된 또 다른 어떤 것을 찾아내고자 한다. 그것은 경고하는 외침이나 탈주의 메시지 같은 것이다. 문제는 명령어에서 어떻게 탈출할 것인가가 아니라, 그것이 함축하고 있는 사형선고에서 어떻게 탈출한 것인가이다.

그것은 ‘나’에 대한 집착, 현존하는 나의 삶, 현존하는 삶의 방식에 대한 집착을 던져버림으로써 무한한 변이의 과정 속에 들어가는 것이고, 수없이 많은 이질적인 삶의 형태를 긍정하는 것이다. 만인이 되어 죽음을 변이의 문턱으로 변화시킴으로써 그 의미나 무게를 축소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사형선고를 “이렇게 하지 않으면 죽을지도 몰라”라는 패스워드로 바꾸어놓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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