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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인지 에세이

재림 2021.03.27 17:54 조회 수 : 71

<니체를 페미니즘적으로 사유하기>

재림

 

니체의 『선악의 저편』의 4장 「잠언」과 7장 「우리의 덕」을 읽다보면 책을 덮고 싶을 정도로 강력하게 거부감이 드는 여성에 대한 편견을 담은 니체의 문장들을 만나게 된다. “강한 아이를 낳는다는 여성의 최초이자 최후의 천직”, “요리사로서의 여성”, “여성은 정치에 대해서는 침묵해야만 한다!”는 나폴레옹 인용, “여성이 이와 같이 새로운 권리를 자기 것으로 하고 ‘주인’이 되고자 하며 ‘여성’의 진보를 자신들의 깃발에 적고 있는 동안 놀라울만큼 명확하게 만대의 일이 실현된다: 즉 여성이 퇴보해가는 것이다.”와 같은 표현들이 단순히 맥락없이 부분만을 가지고 왔기 때문에 전체 맥락을 읽지 못하는 상태에서 오해받는 표현들이라고만 할 수 있을까? 니체에게서 여성혐오적인 표현들을 지우며 그의 철학을 공부하기보다 그의 사유에서 출발하여 엘렌 식수의 사유를 빌려 그가 밀고 나가지 못한 지점들에서 조금 더 밀고 나가보고자 한다.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싸우는 과정에서 자기 자신이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만일 그대가 심연 속을 오랫동안 들여다보고 있으면 심연도 그대 속을 들여다 본다. (146절)”

보통 싸움은 양자의 의견이 다를 때 시작된다. 하지만 싸움이 지속되는 것은 양자의 힘이 같아야만 가능하다. 싸움은 양자를 대립적인 위치에 자리잡게 한다. 대립쌍의 구도에서 싸우는 자는 자신과 싸우는 괴물의 논리에 반대되는 논리를 펼치는 과정에서 거울처럼 닮아가기 쉽다. 남성중심주의와 싸우는 페미니즘이 여성혐오에 대항해 미러링을 수단으로 취할 때 남성혐오의 형태를 띠기 쉬운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니체가 그러하듯 여성의 본질을 아이를 낳는 (생산자로서) 존재로서 사고할 때, 여성-어머니-모성애는 가족주의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표상으로 비판받는다. 페미니즘에서 남편과 아이를 가진 여성을 페미니즘적 주체로서 인정하지 않는 방식으로, 새로운 금기를 만들어 새로운 억압의 형태로 폭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따라서 괴물과 싸우는 자는 그가 하는 비판이 새로운 억압의 형태로 바뀌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이것이 괴물과 싸우는 사람이 싸우는 과정에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는 이유이다.

여성이 싸우고 있는 이 대립의 구도는 어떻게 형성된 것일까? 로고스 중심적인 사고는 모든 개념과 가치들을 능동성과 수동성, 우월한 것과 열등한 것, 주인과 노예, 여성과 남성이라는 이중적이면서 타협불가능한 대립적인 체계로 구성한다. “노예 없이 주인은 없고, 착취 없이 정치-경제적 힘은 없으며, 추방 없이 소유지는 없”듯. 대립성들이 생산한 기계가 우리의 사고와 경제를 지배한다.

대립되지 않은 것에서 싸움을 할 수는 없을까? 없다. 여성이 자신의 욕망을 어떻게 향유하는지, 자신의 존재를 어떻게 사유하는지 남성의 관점을 벗어날 수 있기 위해서 여성성과 여성적 가치들, 여성의 존재에 대한 구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남성중심적인 사고와 싸우지 않고서는 여성은 자신의 대지를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여성이 자신의 대지를 찾기 위해서는 심연의 동굴로 들어가야 한다. 그곳은 “심연의 냄새와 함께 곰팡이 냄새가 풍기”며, 찬 기운과 불쾌함을 주는 그러한 동굴이다. 표면적인 세계를 넘어서서 위치한 이 깊은 동굴에는 근거들을 근거짓게 하는 “좀더 광대하고 낯설고 풍요로운 세계”가 있다. 식수는 이 다른 세계로 가기 위한 탐험의 통로로서 책을 찾는다. 정치적, 경제적으로 불평등이 없는 세계, 타협을 강요당하지 않는 세계, 체제 재생산을 강요 받지 않는 세계를 책 속에서 찾는다. 여성들은 수많은 투쟁의 장들 속에서 헤라클레스, 아킬레우스와 같은 영웅들이 취한 나르시시즘적인 권력에 자신을 동일시할 수 없다. 여성들은 메데이아와 아리아드네처럼 사랑하는 남성에게 모든 것을 희생하는 사랑에 자신을 동일시할 수 없다. 빛이 보이지 않는 심연 속에서 식수가 찾은 출구는 글쓰기였다.

니체가 이야기한 여성성은 “생산자”로서 여성을 표상하는 것이었다. 이는 생리학을 중시했던 니체가 여성의 신체성에 기반하여 사유하는 것이다. 신체적 특징을 불가피한 조건으로 받아들이면서도 신체적 특징을 본질로서 사유하는 것의 문제를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새로운 여성성은 어떤 다른 방식으로 사유할 수 있을까? 니체의 욕망이 자기소유화의 욕망일 때(니체의 여성에 대한 세 가지 소유의 방식, 왜 이마저도 여성의 소유로 사유될까..), 식수는 주는 욕망으로서의 충동적 경제를 이야기한다. “자신에게 몸을 내맡기는 타자를, 타자로서 살아 있는 채로 보존하는 여성성”을, 타자를 받아들이는 자로서 이야기한다. 타자란 내게서 벗어나는 존재, 바깥에 존재하는 완전히 다른 존재이다. 여성에게 고유한 능력으로서 식수는 아무런 계산없이 자기를 탈-고유화하는 능력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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