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는 자신의 저서 <선악의 저편: 2장 32절>에서 인간의 역사를 3가지의 시대로, 즉 인간이 인간의 행위를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도덕 이전의 시대, 도덕의 시대, 그리고 도덕 외적인 시대로 구분한 바 있다.
니체에 따르면 선사 시대에 해당하는 도덕 이전의 시대에는, 인간의 행위는 그것이 일으킨 '결과'에 따라 평가받았다. 좋은 결과를 일으킨 행위가 곧 가치있는 행위이고, 반대로 결과가 나쁘다면 그러한 행위는 곧 가치가 없는 혹은 나쁜 행위가 되는 시대인 것이다.
선사 시대 이후에 나타난 도덕의 시대에 인간의 행위는 그것의 '동기' 혹은 '의도'에 따라 평가된다. 그러한 "내면적 동기"는 행위의 결과를 통해 추론된다. 그런데 이러한 관점에는 인간의 의도가 행위로 곧 이어질 수 있다는 믿음이, 즉 인간이 자신의 자유로운 의지에 따라 자유롭게 행위하는, 자유로운 존재라는 믿음이 전제되어 있다. 그러나 니체에 따르면 자유로운 의지라는 개념은 인간의 오래된 언어적 습관("나는 생각한다"와 같이 주어 뒤에는 항상 서술어를 함께 붙여쓰는 습관)에서 나타난 필연적 오류로, 그러한 언어적 습관이 주체, 존재, 의지와 같은 허구적 개념들을 만들어 낸 것이다. 뿐만아니라 이러한 오류의 근저에는 인간에게 책임을 추궁함으로써 처벌하고 심판하고자 하는 사제의 의지가 깔려 작용하고 있다.(자유의지라는 개념의 유래. <우상의 황혼> 121p) 인간의 자유로운 의지가 입증되기 이전에, 악한 결과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을 지고 처벌을 받아야만 했기 '때문에', 그러한 '필요성' 때문에 인간이 자유로운 존재가 될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거대한 우주, 세계 전체라는 영원한 인과적 사슬 '안에' 있는 하나의 필연적 존재이며, 단지 더 많은 힘을 향해 나아가는(생성하는) 무구한 존재이다. 도덕적 시대(존재의 시대)를 넘어서 도덕의 외적인 시대(생성의 시대)에는, 인간의 행위가 일으킨 결과 혹은 내면적 동기는 그저 표면적 현상으로, 그것은 오히려 은폐된 행위의 원인을 해석하기 위한 하나의 징후이자 기호가 된다. 니체는 어디선가 한 사람이 추구하는 도덕이 곧 그 사람이 어떠한 사람인지를 우리에게 알려준다고 말했다. 이러한 니체의 관점은 도덕의 외적인 시대에 존재하는 것이고, 도덕의 외적인 시대를 위한 것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니체의 말처럼 인간의 자유의지도 악한 필요성에 의해 만들어진 허구적 개념이고, 인간의 행위와 도덕은 면밀한 심리학적 해석이 필요한 하나의 기호이고 징후에 불과한 것이라면, 도덕 외적인 시대에는 어떠한 새로운 윤리가 가능할 것인가? 도덕 외적인 시대에서 가치있는 행위란 무엇일까? 그리고 니체의 '힘에의 의지'와 도덕적 시대의 '자유로운 의지'는 어떠한 차이가 있는 것인가?
[1] 인간의 행위는 무엇에 의해 평가되는가?
저도 잊어버리고 있었던 부분인데, 웅빈샘이 정리해준 덕분으로 새로 읽게 됩니다. ㅎㅎ [선악의 저편] 2장 자유정신 #32 '도덕적 행위에 대한 계보학적 분석'이지요! 여기서 니체의 주제는 이것이었지요. 도덕과 관련하여 인간의 역사는 어떻게 구분되는가? 그리고 그 시기에 인간의 행위는 무엇에 의해 평가되는가? 웅빈샘의 정리에 특별히 덧붙일 것 없네요. ㅎㅎ 처음 읽는 분이 있을테니, 니체의 정식을 정리해보면! 도덕 이전 시대(선사시대)에: 행위의 가치는 행위의 결과에 의해 평가되고, / 도덕의 시대(역사시대)에: 행위의 가치는 행위의 의도에 의해 평가되며, / 도덕 외적 시대(생성의 시대)에: 행위의 가치는 의도하지 않는 것에 있다.
니체는 도덕 외적 시대에는 행위의 가치가 '의도하지 않는 것'에 있다고 했습니다. 행위의 가치가 '의도하지 않는 것'에 있다는 것은, 행위의 가치가 개별적 존재로서 나의 의도에 의해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의도를 너머 거대한 우주-세계 전체의 차원에서 가치평가된다는 게 아닐까요? 웅빈샘이 말했듯이 "인간은 거대한 우주, 세계 전체라는 영원한 인과적 사슬 '안에' 있는 하나의 필연적 존재이며, 단지 더 많은 힘을 향해 나아가는(생성하는) 무구한 존재'이며, 우리 행위의 가치 역시 이것에 의해서만 평가될 수 있을 것입니다.
[우상의 황혼] 다른 아포리즘에도 말하고 있듯이 말입니다! "각 개인은 미래와 과거로부터의 운명이며, 앞으로 도래할 것과 앞으로 될 모든 것에 대한 또 하나의 법칙, 또하나의 필연성이다." 반자연으로서의 도덕 #6 / "도대체 인간이 존재한다는 것, 그가 이러저러한 성질을 갖고 있다는 것, 그가 바로 그런 상황과 바로 그런 환경에 처해 있다는 것에 대해 누구도 책임이 없다. 그의 존재의 숙명은 이미 존재했었고 또 앞으로도 존재할 모든 것의 숙명에서 분리될 수 없다. 그는 특정 의도나 특정 의지나 특정 목적의 결과가 아니다. ...... 사람들은 한 조각 필연이며, 한 조각 숙명이다. 사람들은 전체에 속하며, 전체 안에 있다. ...... 어느 누구도 더 이상은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 존재의 방식이 제일 원인으로 소급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 바로 이것이야말로 위대한 해방이며 ― 이로써 생성의 무죄가 비로소 다시 회복된다." 네가지 중대한 오류들 #8
[2] 도덕이 해체된 뒤, 무엇이 새로운 가치가 될까?
웅빈샘의 질문 '도덕 외적인 시대에는 어떠한 새로운 윤리가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좀더 체계적인 니체의 답변은 [선악의 저편] 마지막 9장 고귀함이란 무엇인가?라고 생각합니다. 니체는 [선악의 저편] 1장~8장까지 도덕적 가치평가(선악의 이분법적 구분)를 비판하고, 9장에서 도덕이 해체된 뒤, 새로운 윤리적 가치로 '고귀함'을 제시합니다. 즉 도덕이 '선악의 가치판단'을 근거로 했다면, 미래철학은 '고귀함을 향한 힘에의 의지'로 요약될 것입니다.
그래서 9장의 전반부는 강자의 존재론(거리의 파토스, 강자의 도덕, 위계의 본능)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다면, 후반부로 가면서 고귀함의 생성론(고귀함, 철학하는 신-디오니소스)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지난 시즌 공부했던 [힘에의 의지 - 4권 -1장 위계]도 마찬가지로 강자의 존재론(1.위계의 원리, 2.강자와 약자)에서 고귀함의 생성론(3.고귀한 인간, 4.대지의 주인, 5.위대한 인간, 6.미래의 입법자로서 최고의 인간)으로 이동하는 것과 일치하지요^^ 요약하면, 강자가 약자와의 거리(가치)를 통해 정의되는 존재(반시대적 존재)라면, 고귀한 자는 새로운 생성의 가치로 정의되는 존재(비시대적 존재)라고 할 수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