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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_후기] 권력의지2권_1장 종교에 대한 비판

글뤼바인 2020.06.02 15:02 조회 수 : 93

“전능하신 천주 성부/ 천지의 창조주를 저는 믿나이다./

그 외아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님 /

(밑줄 부분에서 모두 깊은 절을 한다) 성령으로 인하여 동정 마리아께 잉태되어 나시고 / 

본시오 빌라도 통치 아래에서 고난을 받으시고/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고 묻히셨으며 /

저승에 가시어 사흗날에 죽은 이들 가운데서 부활하시고 / 하늘에 올라 전능하신 천주 성부 오른편에 앉으시며

그리로부터 산 이와 죽은 이를 심판하러 오시리라 믿나이다.

성령을 믿으며 / 거룩하고 보편된 교회와 모든 성인의 통공을 믿으며 / 죄의 용서와 육신의 부활을 믿으며

영원한 삶을 믿나이다. 아멘“

 

- 사도신경의 전문이다. 사도신경은 카톨릭 입문자들이 의무적으로 암송하여야 하는 – 입문한 이후에는 전두엽이 “마비된” 상태에서도 암송이 가능한 - 신앙고백문의 일종이다. 짐작하는 바와 같이, 사도신경 안에는 니체가 바울에 의해 왜곡되었다고 주장하는 기독교의 전모*가 드러나 있다.

* 신약은 4대 복음서를 포함하여 총 27권의 성경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중 21권이 서신(Letter)의 형태로 작성되었고, 서신 가운데 13개가 바울에 의해 집필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울 서신의 주요 내용은 그리스도의 신성, 믿음을 통한 구원, 그리스도의 희생적 죽음과 부활, 세상의 종말, 교회의 의미, 성찬의 전례, 성직자의 덕목 등이다.

- 바울이 허구적으로 재구성한 예수의 모습은, 중세는 물론 현대 기독교 신앙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니체가 주장하는 바울의 오류는 다음과 같다.

첫째, 신의 모습으로 창조된 인간은 그 누구나 신의 자녀일진데 바울은 예수 그리스도를 신의 유일한 아들로 승격시킴으로써 예수를 신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둘째, 예수는 사도의 한 사람으로서 겸허한 마음으로 사랑을 실천하면서 인간들에게 “진정한 삶(das wahre Leben)”이 무엇인지를 설파하였을 뿐, 원죄의식 따위로 인간을 협박한 적도 부활이나 영생의 기적을 약속한 바도 없다.

셋째, 예수가 부활하여 인간을 심판하러 온다는 바울의 훈계는, 야생마 같은 찬달라들을 길들임으로써 성직자와 교회의 권위를 공고히 하고자 한 바울의 간계(공포마켓팅)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인간들은 본디 실체를 알 수 없는 두려움과 공포 – 로망 롤랑에 따르면 ‘망망대해에 있는 느낌’-를 견디지 못하기에, 교회의 길들임을 내면화하고, 교회의 보편화에 봉사하며, 죽은 성인들과의 영적 결합에 갈급하면서 구원과 영생의 기적으로 예수를 오마주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 참고로 나는 열 살에 세례를 받고 첫 영성체를 한 이후로 현재까지도 줄곧 카톨릭 신자임을 “표방”하고 있다. 그럼에도 니체를 읽기 훨씬 이전부터 이미 성경을 믿지 않았고 교회를 멀리하여 왔다. 니체를 읽고 내 신앙의 허구성을 직시하게 되었음은 당연한 수순이다. 그런데 우습게도, 얼마 전 어머니가 유방암 진단을 받았을 때 - 지금은 건강하시다-, 나의 교만을 통렬히 반성하며 신께서 나의 오만함을 아시고 나에게 벌을 주려는 것이라는 생각에 휩싸였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뼈 속 깊이 데카당이다.

- 종교의 길들임, 그리고 또 다른 종교로서 내 안에 자리 잡은 “물신주의”와 직면하기 위하여, 좀 더 거창하게 말하면 이 노예 같은 삶에서 빠져나와 단독자로서 나의 길을 가기 위하여, 나는 목하 이 방대하고 난해한 ‘니체’와 씨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원 안에서 달리며, 빠져 나갈 구멍을 찾고 있구나.

헛되이 달리고 있네. 넌 그걸 알고 있어.

잘 생각해 봐.

유일한 출구는 너에게 있어:

네 안으로 들어가렴.“    

- 에리히 캐스트너, ‘덫에 걸린 쥐에게’

 

- 동물들이 사는 에덴동산과 초인(위버멘쉬)이 사는 광야. 그 사이에 놓인 아득한 심연. 인간은 그 심연 위에 가로 놓인 밧줄과도 같은 존재이다. 에덴동산에서 광야로 넘어가는 유일한 방법은 떨어지기를 각오하는 것, 그것뿐이다. 몰락하려는 자만이 심연을 건너갈 수 있다. 고로, 부디 이 방대하고 난해한 '니체'를 읽는 내내, 몰락과 쇠퇴가 늘 함께하기를..       

 

“사람에게 위대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그가 목적이 아니라 하나의 교량이라는 것이다.

사람에게 사랑받을 만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그가 하나의 과정이요 몰락이라는 것이다.

나는 사랑하노라. 몰락하는 자로서가 아니면 달리 사는 법을 모르는 사람들을.

그런 자들이야말로 저기 저편으로 건너가고 있는 자들이기 때문이다.”

 - 니체,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서문 4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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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여1) 나에게 니체를 “적극적으로” 읽는다는 것은, 잠시 니체가 되어서 그의 세상을 유영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간헐적으로 드러나는 니체의 여성 혐오, 영웅주의, 귀족주의는 나의 ‘니체되기’를 심히 방해한다. 그럴 때마다 의식적으로 ‘여성’이라는 단어를 ‘수동성’으로, 영웅주의나 귀족주의를 ‘힘의 숭배’ 내지는 ‘강한 자에 대한 예찬’으로 바꾸어 읽는다. 이것이 니체에 대한 반감을 극복하는 나만의 독법이다.

(덧붙여2) 번역 관련 수정의견:

1) 책 전반에 문화(Cultur), 관능성(Sinnlichkeit)이라고 번역된 단어들은 각 ‘문명’, ‘감각’으로 번역하는 것이 어떨지. 

2) 아포리즘 145 “만약에 지배 계급의 산물인 아리아인의 긍정적인 종교를 보길 원한다면, 마누 법전을 읽어야 한다. 만약에 지배계급의 산물로 나온 셈족의 긍정적인 종교를 보길 원한다면 코란을 읽거나 구약성경 중 초기 부분을 읽어야 한다. 만약에 억압받는 계층에서 나온 셈족의 부정적인 종교를 보기를 원한다면, 신약성경을 읽어야 한다. 만약에 지배계급의 산물이면서 부정적인 아리아인의 종교를 보길 원한다면, 불교를 공부해야 한다.(..)”

=> 니체의 구분에 따르면 “예스”라고 말하는 종교와 “노”라고 말하는 종교가 있는데, 쉽게 말해 “예스”라고 말하는 종교는 지배계급으로 하여금 하여도 좋은 것들을 알려 주는 종교라고 한다면, “노”라고 말하는 종교는 피지배계급으로 하여금 해서는 안 되는 것들을 알려 주는 종교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아포리즘 145에서 “긍정적인(ja-sagend) 종교” 또는 “부정적인(nein-sagend) 종교”라고 번역된 단어들은 오히려 있는 그대로 “‘예스’라고 말하는 종교” 또는 “‘노’라고 말하는 종교”라고 번역하는 게 더 적합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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