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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_후기] 도덕의 계보를 마치며

2020.04.14 11:41 조회 수 : 139

니체의 '도덕의 계보'를 다 읽었다. 세미나 구성원분들과 토론도 하고 발제를 준비하면서 관련 자료도 찾아봤다.

니체를, 도덕의 계보를 이해하고, 알고 싶었고내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했다.

하지만 누군가 나에게 니체가 '도덕의 계보'를 통해서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메세지가 뭐냐고 물어본다면 대답할 수 없을 것이다.

니체는 나에게 느낌표가 아니라 수많은 물음표를 마구잡이로 던져주는 철학자다. 때로는 그 물음표 앞에서 좌절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지만

여전히 니체가 주는 그 물음표는 그 어떤 명쾌한 느낌표보다 나를 설레게하고 답 없는 그 물음들을 붙들고 늘어지고 싶게 만든다.

나는 아직 니체의 책을, 그의 사상을 이해할 수 있는 준비된 독자는 아니지만, 니체를 이해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오해하고 왜곡하고 있지만

그 과정을 통해서 조금씩 그에게 가까이 가보고 싶다. 

 

# 신을 위한 삶, 진리를 위한 삶, 그 무엇을 위한 삶이 아니라 나를 위한, 나의 삶을 위한 삶을 살기 위하여

니체는 무신론자, 과학자, 인식의 이상주의자들이 모두 다 '금욕주의'와 반대되는 자들이 아니라 금욕주의, 그 자체라고 말한다.

금욕주의자는 신을, 과학자, 인식의 이상주의자, 무신론자들은 진리를 섬긴다.

그 결과,그들은 지금, 여기에서의 삶, 생생하고 역동적인 삶의 순간을 부정하고 신 또는 진리라는 고정불변하는, 저 너머의 가치를 지향한다.

그들은 '공허의 공포', '무의미의 심연'을 직면할 용기가 없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문득 해보았다. 

내 삶에, 내 고통에 의미를 부여해주고, 해석의 근거를 제공해줄 수 있는 불변하는 사실(진리) 또는 초월적 존재(신)에 대한 추구(진리, 신을 향한 의지)를 통해

그 공허와 무의미를 외면하고 그로부터 도망치려고 하는 건 아닐까. 그 공허와 무의미를 직면하고 그 속에서 자신만의 의미, 해석의 근거를 찾고 만들어내야

고통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고통을 긍정하고 이를 통해 자기극복, 자기성장을 지향할 수 있고,

그래야만 무엇을 위한 삶으로, 즉 삶을 수단화하는 허무주의에서 벗어나 경쾌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음을 니체는 나에게 말해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

고통을 부정하고 억압하는 방식으로 견뎌내고 외면하려고 하면 할수록 오히려 그 고통에 얽메일 수밖에 없고, 고통의 노예가 될 수밖에 없음을 깨닫고

고통의 노예가 아닌 내 삶의 주인이 될 수 있는 방식으로 고통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시도를 해보고 싶다.

나는 니체를 읽고 있는 지금도 고통의 충실한 노예다.

하지만 니체를 통해서, 나, 그리고 나의 고통에 대해 '다르게', '새롭게'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생각'에서 끝나지 않고 실천으로, 내 삶으로

스며들 수 있도록, 그래서 말로 하는 철학, 머리로 하는 철학이 아니라 니체가 그토록 강조하는 '몸'으로 하는, 삶으로서 살아내는 살아 있는 철학을 하고 싶다.

 

니체를 혼자 읽었더라면 알 수 없었을 소중하고 귀한 것들을 세미나 구성원분들과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면서 많이 배울 수 있었다.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께, 부족하고 서투르고 때로는 길고 지루한 이야기를 경청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이다.

또 귀한 이야기, 통찰력이 가득 담긴 이야기를 나눠주셔서 더 감사하다.

나의 니체 읽기와 공부는 이렇게 작은 끝과 함께 다시 새롭게, 재미있게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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