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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의 계보] 제2논문 후기 - 못다한 이야기

정웅빈 2020.03.26 23:26 조회 수 : 67

"거칠고 자유롭게 방황하는 인간의 저 본능을 모두 거꾸로 돌려 인간 자신을 향하게 하는 일을 해냈다. 적의, 잔인함과 박해, 습격이나 변혁이나 파괴에 대한 쾌감 - 그러한 본능을 소유한 자에게서 이 모든 것이 스스로에게 방향을 돌리는 것, 이것이 '양심의 가책'의 기원이다." <도덕의 계보>, 제2논문 16절

 

니체는 양심의 가책을, "야만, 전쟁, 방랑, 모험" 등과 같은 인간의 본능이, 외부를 향해 발산되지 못하고 내부로 향하게 되었을 때 나타나는 "하나의 병"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니체에 따르면 양심의 가책은 흔히 생각하듯이 위법 행위에 대한 형벌이 아니라, 계약 관계로부터 만들어진, 조상에서 신으로 이어지는 '채무감정'으로부터 발생한 것이다.

("죄(Schuld)라는 저 도덕의 주요한 개념이 부채(Schulden)라는 극히 물질적인 개념에서 유래되었다는 것을 막연하게나마 생각해본 적이 있었던가?")

 

원초적인 채권-채무자의 계약 관계에서는 '주체에 대한 미신'과 더불어 '고통을 통한 보상'이라는 사상이 나타난다. 왜냐하면 "가치를 재고 평가하고 측정하는 존재"인 인간은, "모든 것은 대가로 지불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떻게 '고통'까지도 부채에 대한 보상이 될 수 있을까? 그것은 인간이 고통을, 잔인함을 통해 쾌감을 느끼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고통을 보는 것은 쾌감을 준다.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은 더욱 쾌감을 준다.- 이것은 하나의 냉혹한 명제이다.", "이는 자신의 권력을 무력한 자에게 마음껏 발휘할 수 있다는 쾌감이기도 하며, "악을 저지르는 즐거움을 위해 악을 저지른다"는 육욕적 쾌락이기도 하고 폭행을 즐기는 것이기도 하다.") 채권자는 형벌로써 잔인함을 통해, 채무자에 대한 '지배권'을 획득하고 자신에 힘을 의식한다. '비극적 연민', '십자가에 대한 향수', 무아, 자기 부정, 자기희생과 같은 모순된 개념들을 수행하는 '금욕주의적 이상' 또한 마찬가지로 양심의 세계속에서 "정신적인 것으로 번역되어 드러나는" 그러한 잔인함에 대한 쾌감인 것이다.

 

이렇게 채권-채무자의 계약관계는, 개인과 공동체와의 관계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며, 양심의 가책이 "가장 무섭고 가장 숭고한 정점"에 이르게 되는 것은 바로 채권-채무자의 관계가, 채무 감정이 조상을 넘어 신에 대해 나타나는 경우이다. 민족의 번영과 존속은, 조상의 희생과 공헌에 빚지고 있다. 이러한 채무 감정은 민족의 승리가 커질수록 비례하여 커지게 된다. 결국 "가장 강력한 종족"의 조상은,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신의 존재로 변형된다. 신에 대한 채무 감정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신에 대한 부채는 조상에게 하듯이, 복종과 예배를 통해 상환될 수 없다. 신 앞에 서게 된 인간은, 더 이상 자신의 자연적인 본능을 "좀더 자연적인 출구"를 통해 표현할 수 없게 되었다. 인간의 본능은 "사유, 추리, 인과의 결합, 계산, 의식"으로 대체되었으며, 스스로를 죄인이라 여기고 스스로를 괴로워하게 되었다.

 

"그는 비이기적이라고 불리는 그 행위만을 할 수 있을 뿐인 존재, 그리고 사심 없는 사유 양식을 지속적으로 의식하면서 사는 존재, 즉 신과 자신을 비교한다. 이 밝은 거울을 들여다봄으로써 그에게는 자신의 본질이 지극히 흐리고, 이상하게 일그러져 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징벌의 공정함으로 그의 환상에 떠다니는 한, 자신의 본질을 생각한다는 것은 그를 불안하게 만든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제3장 132절

"인간은 너무 오랫동안 자신의 자연적 성향을 '나쁜 눈'으로 보아왔기 때문에, 이 성향은 인간에게서 마침내 양심의 가책과 밀접하게 연결되었다. 정반대의 시도 자체가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시도를 할 만큼 강한 사람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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