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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_후기] 아침놀 3권

아모르 파티 2019.07.18 12:42 조회 수 : 93

일주일의 휴가를 갖고 다시 시작된 세미나실이 한가하다. 이제 후반부에 이른 세미나에 대한 방심일까? 이번주 진도는 아침놀의 제3권 전체다. 여느 때보다 분량이 많은데도 귀선님이 혼자 발제를 했고 세미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발제를 발표하고 진행하셨다. 쉽지 않았을 텐데, 끝까지 지치지 않고 매끄럽게 진행하는 모습을 보며 과연 니체의 추종자들은 다르다는 생각을 새삼스럽게 했다.

 

1. 그가 이제 저 깊은 바닥에서 걸어 나오고 있다.                   

제3권을 읽으면서 나는 니체의 말투가 바뀌었다는 생각을 했다. 아니 그가 점유하는 공간이 달라졌다고 해야 할까?   

제1권과 2권에서 그는 서문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자신이 저 지하에서 무엇을 하려 했는지를 보여주었다. 그는 저 깊은 곳으로 끊임없이 파고 들어가고 있었다. 도덕, 관습, 법, 결혼, 사랑, 교육, 선과 악, 추론, 인식충동, 동정, 이웃, 등등. 그는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여 왔고 습관적으로 행해 왔던 모든 것들에 이의를 제기했고, 거기서 그는 그것들의 기원을 파헤치는 집요한 광부의 모습이었다. 그는 그것들의 수치스러운 뿌리를 헤쳐들고 그것들을 갈아 엎었다. “그거 맞아?, 너 생각이나 해 봤어?, 그거 너의 생각이니? ” 그는 속사포를 쏘아대듯 숨가쁘게 따져 묻는다. 그는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이제 보이지? 네가 신봉해 왔던 것들의 모습. 그것들 아무것도 아냐, 그냥 개나 줘 버려!”

전편에서 숨가쁜 호흡을 하며 세상을 똑바로 보라고 촉구하던 니체가 이제 무언가를 챙겨들고 갱도에서 걸어나오고 있는 것 같다. 그의 걸음걸이가 느껴진다. 제3권에서 느껴지는 그의 움직임은 새로운 시대가 도래하는 것을 전망하고 그 시대를 위해 우리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를 얘기하는 예언자의 모습이라고 해야 할까?

 

2. 강렬한 유혹 - “사회적 관습에서 이탈된 작은 행위들이 필요하다.”

제3권의 첫 번째 아포리즘은 이렇게 시작한다. “사회적 관습에서 이탈된 작은 행위들이 필요하다.” 모든 사람이 항상 행해온 것을 그대로 행하는 게 무슨 잘못이겠느냐고 반문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하여 니체는 이렇게 얘기한다. “우리의 생각에 反함에도 불구하고 소소하다고 치부하고 거리낌없이 답습했던 것들부터 바꿔보자!”

 

3. 현실을 보라.

니체는 당시 독일인의 특징을 그 시대 독일의 대표적인 세 인물, 즉 바그너·쇼펜하우어·비스마르크에 대한 독일인들의무조건적 충성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들은 무비판적이고 맹목적인 열렬함으로 정치적·민족적 광기에 사로잡혀 있으며 퇴폐적 낭만주의의 경향, 획일적 지식의 축적에 편중된 비개인적인 교육경향과 팽창을 지향하고 신경질적인 시대 분위기와 이것들이 가지고 올 암울한 미래를 걱정한다.

그는 또한 당시 사회구조의 기반을 확립한 자본주의의 허상과 그 체제를 지탱하고 있는 힘들을 읽고 있다. 기독교적인 동정과 오직 공공의 안정을 목표로 하는 행위만이 선하다고 평가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적인 의견은 무시되고, 개인은 모나지 않게 다듬어지고 잘게 부수어져 체제에 순응하는 모래로 살아가야 한다. 이 모래들은 끊임없이 타인과 비교하고 집단과 동일성을 갖는 것만이 삶의 목표가 된다. 게으름이 악으로 여겨지고 바쁘다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지는 사회에서 나만의 기쁨이라는 것은 없으며, 사람들은 국가의 공공안녕과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자신을 낭비한다.

니체는 자본주의라는 새로운 사회의 기계적인 메커니즘 내에서 자신을 팔아 살아가는 노동자들을 수레를 끄는 가련한 동물들이라고 불렀다. 이 체제에서는 비인격성의 증대를 통해 노예 상태의 치욕이 하나의 미덕으로 받아들여지도록 강요된다. 그러면서 니체는 긴박하게 말한다, “지금 노동자가 위험한 존재가 된 것이다. 위험한 개인들이 우글거리고 있다.”라고. 불길한(?) 움직임이 느껴진다.

 

4. 니체가 그리는 세상. 그 세상을 움직이는 힘.

그는 무조건적인 추종, 비인격적인 억압과 돈에 대한 맹신이 팽배해있는 시대에서 새롭게 생성되고 있는 움직임을 느끼고 그들이 만들어갈 새로운 시대를 전망한다. 이제 그의 아포리즘들은 세상을 향한 선언문처럼 강력한 힘을 뿜어내며 나를 매혹시킨다.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던 기존의 관습을 하나하나 검토하고, 이의를 제기하고, 철저하게 부정하고,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에 대한 자신의 행동규준을 새롭게 만들어내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사람들. 새로운 사람들이다. 새로운 사람들의 힘이다.

"오늘날 기존의 풍습과 법에 얽매이지 않는 사람들이 조직을 이루어 자신들의 권리를 되찾으려는 최초의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중략- 이제는 행동과 사상과 관련해 도덕에서 벗어나는 것이 더 이상 해로운 것으로 간주되어서는 절대로 안 된다."

"있을 수 있는 미래로부터-범죄자가 자신이 만든 법을 존중하고 자신을 처벌함으로써 자신의 힘, 즉 자신이 입법가의 힘을 행사하고 있다는 자랑스러운 감정으로 자기 자신을 고발하고 자기 자신에게 자신이 받아야 할 벌을 공적으로 부과하는 상태는 생각될 수 없을까? 그가 법을 위반할 수도 있다. 그는 자발적으로 자신을 처벌함으로써 자신의 범행을 극복한다. 그는 솔직함, 위대함, 평온함을 통해 범행을 불식할 뿐만 아니라 공공에 기여한다. 이런 사람이야말로 미래에 있을 법한 범죄자일 것이다. 나는 일의 대소를 불문하고 나 자신이 만든 법에만 굴복한다는 근본사상의 입법도 전제한다. 많은 미래가 여전히 어둠을 뚫고 그 모습을 나타내야만 한다."

니체가 보여주는 자기입법자들이 만들어가는 세상은 너무나 매혹적이다. 그러나 그는 성급하게 들떠있는 내게 말한다. 있을 수 있는 세상이라고.

그래서 일까? 니체는 탈주를 선동한다.

"자본주의 체제의 보완물로 살아가는 노동자들이 기계적인 매커니즘 속에서 비인격성의 증대를 통해 노예 상태의 치욕이 하나의 미덕으로 변형될 수 있다는 말을 곧이듣는 것은 어리석다! 아! 인격이 아니라 나사가 되는 대가로 하나의 값을 갖게 되다니!"

그리고 얘기한다. 대체 언제까지 그 목마름을 참으며 준비하고만 있을 것인가?

“차라리 이민을 가자. 세계에 아직 남아있는 야만적이고 신선한 지역의 주인이 되고 무엇보다도 나 자신의 주인이 되려 하자. 그 어떠한 것이든 노예제도의 징후가 조금이라도 보이는 한, 장소를 바꾸자. 모험과 전쟁을 회피하지 말고 최악의 경우에는 죽을 각오를 하자. 이 불결한 노예제도만은 더 이상 안 된다. 이렇게 음침하고 악의적이며 음모적으로 변하는 것은 더 이상 안 된다.”

니체는 강조하고 또 강조한다. 노동자들은 하나의 계급으로서 자신의 상태를 인간으로서는 참을 수 없는 것으로 천명해야 한다고, 단지 작업조건이나 관리자의 태도를 개선하거나, 임금을 올려달라는 식의 체제를 전제하는 피상적인 요구는 옳지 않다고. 근본적으로 체제를 부정해야 한다고.

 

5. 마무리

세미나의 이번 회차부터 에세이 준비 작업에 들어간다. 에세이 프로포절을 준비한 멤버의 발표가 있었고 아직 준비가 안 된 멤버들은 각자가 구상하고 있는 내용을 돌아가며 발표했다. 니체의 관점주의, 탈근대성, 자기입법자, 동정과 연민, 등등, 니체 세미나가 진행되는 동안 각자가 관심을 가지고 써보고 싶은 주제들을 발표했고 다음 시간에 그에 대한 프로포절을 발표하기로 했다. 아직 자신의 에세이 주제를 정하지 못한 한 멤버는 “니체가 아직 말을 걸어오지 않았다”고 했다. 니체가 그에게 무엇을 가지고, 그리고 어떻게 다가갈지 무척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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