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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히치하이커의 철학여행』을 읽으면서 버클리를 처음 접했습니다. 경험주의자인 버클리로서 말입니다. 그 책에도 버클리가 주교였다는 점은 당연히 언급되어 있었지만, 경험주의의 한 맥락으로 버클리를 읽다보니, 경험주의자로서의 인상이 제게는 더 컸지요. 그 뒤로 이런 저런 책에서 버클리를 언급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정확히 어떤 책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저자들(대부분 유럽 사람이었습니다)이 말하는 버클리는 주교로서의 모습이 강했습니다. 경험주의자로서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지요. 아마 그의 경험주의마저 신을 증명하기 위한 것이었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세미나에서도 나왔듯, 경험을 통해 신을 말하기 위한, 신이 존재함을 설명하기 위한, 신이 목적인 철학. 버클리는 모든 것을 지각하는 신이 있기 때문에 인간이 어떤 것을 지각하지 못하더라도 문제없다고 말합니다. 모든 것이 신의 지각으로 인해 존재할 수 있는 것이지요. 여기서 신의 자비를 말하는 것까지 가능할지 모릅니다. 버클리가 살던 시대에는 산소의 존재를 몰랐음에도, 따라서 산소를 지각하지 못하였음에도, 사람이 숨 쉴 수 있도록 신께서 친히 산소를 지각하시었다고, 그것이 신의 자비라고 말입니다. 물론 신의 지각은 모든 것에 대한 지각이기 때문에, 신경 쓸 것이 따로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신은 신이기 때문에 신의 지각을 언제나 유지해야 하는지 의문입니다. 신에게도 지각하지 않고 싶은 것이 있지 않을까요. 알 수 없는 이유가 있어 어떤 것에 대한 지각을 그만두고 싶은 때가 있지는 않았을까요.
이와 반대로, 인간이 알지 못하는 지점에서 출현하는 신을 생각해봅니다. 인간의 능력으로 채울 수 없는 공백에서 나타나는 신, 공백을 메우는 신. 이때의 신이란 얼마나 간편하고 편리한 존재일까요. 집단지성으로 파악되지 않는, 인과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문제에서 신이란 얼마나 쉽게 불안을 잠재울 수 있는 존재일까요. 물론 결코 알 수 없는 것이 인간에게 있겠습니다만, 그때마다 신을 호출하는 것은 어떤 문제를 쉽게 해결하고 넘어가려는 것 아닐까요. 무엇인가 알아가는 인간은 오히려 신을 물러나게 하는지도 모릅니다. 신의 품속에 있던 것을 드러내면서 말입니다. 그런데 이는 신과 인간의 대립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비롯된 생각일지도 모릅니다. 버클리는 신이 지각하는 것을 ‘나’도 지각하게 된 것이라고 말할 것 같기 때문입니다.

 

흄에서 문제되는 것은 인과관계에 대한 부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인과관계는 없고 높은 확률로 반복되는 습관이 있다고 말하기 때문이지요. 흄은 인과관계의 구성요소를 세 가지로 나눕니다. 첫째, 두 개의 인상이 근접해야 한다. 둘째, 시간적 선후 관계가 있어야 한다. 셋째, 두 현상 사이에 필연적 연결이 있어야 한다. 흄이 부정하는 것은 세 번째였습니다. 필연적 연결을 갖는 것은 없다고 말입니다. 두 현상이 규칙적으로 관찰된다면 그것은 반복되는 습관일 뿐이라고, 그 반복이 쌓여 높은 확률을 만든다고 합니다.
흄은 필연적 연결을 갖지 못한다는 이유로 인과관계를 부정합니다. 그렇다고 어떤 현상과 현상이 갖는 관계까지 부정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습니다. 근접한 두 개의 인상과 시간적 선후 관계는 인정하지요. 다만 그 관계 안으로 들어올 수 있는 또 다른 현상이 많지 않냐는 것입니다. ‘고기를 먹었더니 배가 아프다’(274쪽)고 할 때, ‘고기를 먹었다’와 ‘배가 아프다’ 사이에는 사실 나도 모르는 어떤 현상이 들어와 있을 수도 있지 않냐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고기를 먹었을 때 배가 아픈 경험이 자주 반복되었다면, 그 경험의 통계를 바탕으로 앞으로도 그럴 확률이 높다고 추측할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두 현상이 특정한 관계 속에서 반복되는 습관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저는 흄이 이런 습관을 부정적으로 여기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가 지적하는 것은 어떤 인과관계를 상정하며 필연성을 찾으려는 습관이지(그것은 우리의 사고 습관 중 하나입니다), 생각하고 경험하는 습관 전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높은 확률로 반복되는 습관은 어떤 지식이 될 만하다고 말합니다. 불확실성에 대해서는 경계해야 한다고 하고요. 그러나 불확실성에 대한 그의 말을 전부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 습관 속으로 그것을 뒤엎을 낮은 확률의 가능성이 파고든다면, 무엇인가 다른 것을 시도하기 수월해지지 않을까요. 인과관계로 생각할 때는 불가능해보였던 것을 말입니다. 그런 원인과 결과는 단지 과거에 반복된 습관일 뿐이고, 미래에도 그러리라고 보장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덧붙이면, 이런 습관적인 어떤 것을 인과관계로, 필연적인 어떤 것으로 다루려 할 때, 우리는 불행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어떤 행위를 하였을 때 행복하다면, 그리고 그 행복이 반복된다면, 그 행위는 높은 확률로 행복을 가져다 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노래를 들었을 때 행복하다면, 그 노래는 그 다음에도 그럴 확률이 높아질 테지요. 그런데 그 노래가 나를 필연적으로 행복하게 만든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어떤 상황에서는 그 노래를 들었을 때 행복하지 않기도 하니 말입니다. 그렇다면 (세미나에서 나온 예시기도 하지만) ‘좋은 대학 가면 행복하다’, ‘좋은 회사 취업하면 행복하다’, ‘결혼하면 행복하다’ 등의 관계 역시 사실 인류의 경험이 반복되면서 얻은 습관일 뿐, 필연적인 어떤 것이 아닐 것입니다. 물론 무수히 많은 경우가 쌓였기 때문에 높은 확률을 자랑하겠지요. 그리고 실제로 그런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것은 높은 확률로 그러할 뿐입니다. 그런 필연적(이라고 가정된) 과정에서 낙오됨으로써 불행하다 여기는 사람의 증언 역시 적지 않다는 것은 모두 아실 것 같습니다.

 

이번 주 세미나에서는 제3부 11장(칸트), 12장(헤겔)을 다룰 예정입니다. 11장의 발제는 용훈 선생님께서, 12장 발제는 시원 선생님께서 맡아주셨습니다. 발제는 2페이지 이내로 [기획세미나자료]에 올려주시면 됩니다. 다른 분들께서도 책을 읽으며 궁금하거나 함께 나누면 좋겠다 싶은 내용 있으시면 아래 댓글로 달아주세요.

 

그럼 10월 21일(금) 저녁 7시 30분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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