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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자는 난감한 개념인 것 같습니다. 단자란 어떤 것인지 로이가 물었을 때, 라이프니츠는 원자와 비슷한, 그만큼 작은 무엇이지만, 원자처럼 연장을 갖지는 않고, 차라리 사유에 가깝다고 합니다. 또는 힘이나 활동 능력이라고 합니다.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고, 스스로 활동한다고 합니다. 스스로 활동하는 이유를 내부에 갖고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외부의 영향이 드나들 무엇이 없다는 것과 내부의 이유가 고유하다는 것을 가시화하기 위해 ‘단자에는 창문이 없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정의로 단자에 관한 명확한 절단면을 얻기는 어려운 듯합니다. 힘이나 활동 능력이라 하면 응축되었다 풀리는 어떤 흐름처럼 생각되기도 하고, 원자와 비슷하다면 그만큼 작은 점이나 어떤 구체처럼 생각되기도 하고, ‘창문이 없다’는 말에 매이게 되면 창문도 문도 없는 방처럼 생각되기도 합니다. 단자는 더욱 알 수 없는 것이 됩니다. 다시 묻게 됩니다. 단자란 어떤 것일까요? 오히려 어떤 형상을 떠올리지 말아야 하는 것일까요? (한편, 단자란 이 세상을 설명하기 위한 출발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있습니다. 아주 작은 실체인 단자로부터 단순실체, 복합실체가 결합되며 나타나고, 그 실체들의 원리로 세상의 원리를 설명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렇게 읽는다면 단자란 추상적 개념의 일종으로 보일 것 같습니다.)

 

단자가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면, 스스로 활동하는 이유를 내부에 갖고 있다면, 단자 내부와 외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됩니다. 단자 내부에서는 주름이 펼쳐진다고 하지요. 단자가 창조될 때 접혀 있던 세계 전체가 주름으로 펼쳐지며, 세계가 내부에서 지각되고, 또 잠재된 능력이 발현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미 접혀 있던 것이 펼쳐진다는 과정 때문인지, 주름에는 모든 것이 결정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단자에는 창문도 없으니, ‘나’라는 복합실체가 할 수 있는 것이나 겪을 수 있는 것은 그 안에 한정되어 있다고 말이지요. 외부는 어떨까요. 단자 외부에서는 예정조화가 이루어지고 있어, 단자들이 어우러진다고 합니다. 인과관계를 갖지 않는 단자들이 하나의 복합실체로서 움직일 수 있는 것도 예정조화 덕분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지금 어떤 일을 하고자 할 때, 나의 몸이 조화롭게 작동한다는 것은 그것이 과거에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라 할 수 있겠지요. 몇 시 몇 분에 작동할 것이라는 사건으로서의 미래로 예정되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언젠가 작동할 순간이 온다면 어떤 방식이어야 하는지 정해져 있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외부의 어떤 요소에 의해 조화로움이 깨지는 순간을 배제할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예를 들어 횡단보도를 건너고자 할 때, 눈으로 초록불과 정지하는 자동차를 볼 것이고, 두 발로 번갈아가며 나아갈 것이고, 한쪽 손으로 흘러내리는 가방을 잡을 것인데, 그때 어떤 자동차-기계적 실체가 외부에서 밀고 들어오며 나의 조화를 깨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을 것입니다. 혹은 이것조차 신의 조화일까요. 조화에 대한 관점이 인간적으로 고정되어 있는 것일까요.

 

수많은 단자 내부의 주름이 예정조화에 의해 같은 속도로 펼쳐진다면, 창문은 없더라도, 맞물려 있다고 하는 것은 어떨까요. 마치 톱니바퀴처럼, 단자 내부의 톱니바퀴가 단자를 돌아가게 하고, 단자 외부에 맞물려 있는 예정조화가 단자와 단자 사이를 연결한다고 말입니다. 이 톱니바퀴는 해체되었다 결합되고 다시 해체되는 과정을 반복하겠지요. 그렇다면 톱니바퀴의 결합된 형태가 바뀔 뿐 소멸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물론 다른 단자와 맞물린 예정조화로부터 시작되는, 단자 외부에서 내부로 진행되는 톱니바퀴 역시 불가능하다 할 수 없기 때문에, 단자의 난감함이 다시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이번 주 세미나에서는 제2부 6장, 7장(베이컨), 8장(로크)을 다룰 예정입니다. 6, 7장의 발제는 민주 선생님께서, 8장은 상진 선생님께서 맡아주셨습니다. 발제는 2페이지 이내로 [기획세미나자료]에 올려주시면 됩니다. 다른 분들께서도 책을 읽으며 궁금하거나 함께 나누면 좋겠다 싶은 내용 있으시면 아래 댓글로 달아주세요.

 

그럼 10월 7일(금) 7시 30분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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