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세미나일정 :: 기획세미나 일정공지 게시판입니다. 결석/지각은 일정공지 아래 댓글로 알려주세요!


지난주 세미나에서는 엘리자베스 그로스의 『몸 페미니즘을 향해』의 7장을 읽고 논의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7장에서 그로스는 들뢰즈와 가타리의 이론을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다루었습니다. 그로스는 페미니스트 철학자들에게 들뢰즈와 가타리가 비판받거나 심지어는 무시당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그로스는 이들의 비판이 일견 타당하며 쉽게 무시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들뢰즈와 가타리의 주장을 페미니즘에서 긍정적으로 수용할 수 있을 가능성을 열어둡니다. 들뢰즈와 가타리는 무엇보다 책의 서론에서부터 강조되었던 몸과 마음의 이분법을 해체하는 데 유용한 개념들과 사고방식을 제안합니다. “주체의 중심성과 의미화 작용의 일관성과 유효성을 가정하는 그런 이론적인 패러다임에 도전”한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383) 이러한 도전은 차이의 문제에 대한 들뢰즈와 가타리의 이론, 즉 “정체성에 종속되지 않는 차이를 개념화”하는 그들의 작업에서 잘 드러나지요.

우선 욕망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지요. 욕망이라는 개념에 대해 들뢰즈와 가타리는 기존의 관점에서 벗어납니다. 욕망에 대한 기존의 관점은 정신분석학의 입장이라고 보면 되는데요, 정신분석학에서는 욕망을 “획득 불가능한 대상을 획득함으로써 충족시키려고 하는 결핍으로서” 이해합니다. 반면에 들뢰즈와 가타리에게 욕망은 “생산하는 것이자 연결하는 것이며 기계적인 결합을 가능하도록 해주는 것”이지요.(384-385) 이들에게 욕망은 생산으로서의 욕망인 것입니다. 그런데 들뢰즈와 가타리는 모든 존재를 이러한 욕망의 흐름이 잠정적으로 연결된 것, 즉 배치(책에서는 조립이라고 번역되었지요)로 이해합니다. 욕망이 생산적이라는 것은 욕망이 단지 흘러버리고 마는 것이 아니라 흐름 속에서 다른 욕망들과 끊임없이 연결되고 접속하며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기 때문이지요.

여기서 모든 존재가 욕망의 흐름이 우연히 연결된 것이라는 주장에 주목해봅시다. 이 내용은 중요한데, 이것이 존재의 위계를 무너뜨리는 평면성을 강조하기 때문이지요. 모든 존재를 욕망의 흐름에서 발생한 우연적인 배치로 이해하는 한, 모든 존재는 평등합니다. 이렇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은 들뢰즈와 가타리가 욕망의 흐름을 어떠한 목적성 없는 흐름 자체로 보기 때문입니다. 흐름에 목적이 없다는 말은 달리 표현하자면 중심이 없다고도 할 수 있을 겁니다. 아무런 목적도 없는 흐름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욕망들이 접속하는데, 그러한 접속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 배치이지요. 모든 존재는 이러한 배치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모든 존재는 이렇게 목적(혹은 중심) 없는 흐름에서 우연한 연결에 의해 발생했기 때문에, 존재론적으로 평등합니다. 우월한 존재나 열등한 존재는 없는 것이지요. 이런 식으로 들뢰즈와 가타리는 모든 존재에 동일한 존재론적 위상을 부여한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이러한 존재의 평면성에서 몸과 마음이나 여성과 남성의 위계적인 이분법은 유효성을 상실합니다.

모든 것은 흐름으로부터 생겨난 배치입니다. 이때 흐름에서 배치가 생겨나는 과정을 계층화라고 합니다. 반대로 배치에서 흐름으로 돌아가는 과정이 탈계층화이지요. 계층화가 탈계층화를 통해 우리는 배치의 변화를 서술할 수 있습니다. 기존의 계층화된 배치에서 탈계층화된 다음 새로운 배치로 재계층화하는 과정이 배치의 변화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변화를 원한다면, 달리 말해 기존의 질서로부터 벗어나고자 한다면, 현재의 배치로부터 탈계층화를 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강도=0의 상태인 기관 없는 몸의 상태를 거쳐야 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때, 기관 없는 몸은 어떤 배치에서 다른 배치로 넘어가는 순간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말하자면 변화의 순간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요. 따라서 지금의 질서로부터 벗어나 우리의 삶과 사회 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는 탈계층화와 기관 없는 몸을 거쳐야만 합니다.

하지만 기관 없는 몸(혹은 탈계층화)은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기관 없는 몸이나 탈계층화 자체를 목적으로 한다는 것은 기존 배치로부터 벗어나기만 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밑도 끝도 없이 해체만 하겠다는 이야기지요. 마약 중독이나 복수에 사로잡힌 상태가 그렇습니다. 이들은 기존의 배치로부터 빠져나온 이후에 새로운 삶의 모델을 만들어가지 못하는 상태에 놓여있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지금과는 다른 삶이지, 모든 삶의 형태를 부정하는 허무주의가 아닙니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는 기관 없는 몸이나 탈계층화를 더 나은 삶을 위한 변화를 향해 거쳐 가는 탈주의 순간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지금의 배치로부터 벗어나는 것은 다른 배치를 만들며 살아가기 위한 수단이자 과정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재차 강조하지만, 탈주하되 탈주 자체가 목적이 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렇게 탈주 자체가 목적이 되지 않으면서 탈주하는 하나의 방식이 ‘되기’입니다. 여기서는 여성-되기의 이야기를 해보지요. 여성-되기에서 ‘여성’이란 우리에게 익숙한 여성의 이미지하고는 거리가 멉니다. 오히려 이때의 여성이란 규정성을 얻지 못한 자를 의미합니다. 왜 그럴까요? 여성과 남성의 이분법에서 규정성을 획득한 것은 남성이기 때문입니다. 여성은 단지 남성이 아닌 자일뿐입니다. 그래서 긍정적인 ‘여성성’은 없고, 남성성이 아닌 특성으로서의 부정적인 여성성만 있는 셈입니다. 여성-되기는 이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합니다. 그렇기에 여성-되기는 어떤 구체적인 여성상을 떠올리고 이를 따라하자는 조악한 개념이 아니지요. 여성스러움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의 미규정성이 되는 것, 즉 여성성과 남성성이라는 이분법을 깨뜨리고 그런 고정적인 규정성을 극복하는 것이 여성-되기에 가깝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번 주 세미나에서는 드디어 『몸 페미니즘을 향해』의 마지막 장인 8장을 다룰 차례입니다. 그리고 세미나 시간에 에세이 프로포절을 공유할 예정이니 준비해오시면 되겠습니다. 모두들 마지막까지 열심히 마무리해봅시다. 그럼 이번 주 토요일(5/21)에 뵙겠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09 [북클럽자본] 4권 자본은 어떻게 자본이 되었나①: 6.30(목) 세미나 [2] updatefile oracle 2022.06.27 22
1008 [북클럽자본] 3권 화폐라는 짐승②: 6.23(목) 세미나 [4] file oracle 2022.06.20 69
1007 [북클럽자본] 3권 화폐라는 짐승①: 6.16(목) 세미나 [7] file oracle 2022.06.13 85
1006 [북클럽자본] 2권 마르크스의 눈②: 6.9(목) 세미나 [3] file oracle 2022.06.06 69
1005 [북클럽자본] 2권 마르크스의 눈①: 6.2(목) 세미나 [1] file oracle 2022.05.30 81
1004 [청인지13] 몸페미니즘 10주차 5.28(토) 공지 [1] Siri 2022.05.25 59
1003 [북클럽자본] 1권 다시 자본을 읽자②: 5.26(목) 세미나 [5] file oracle 2022.05.23 88
» [청인지13] 몸페미니즘 9주차 5.21(토) 공지 [1] Siri 2022.05.19 44
1001 [북클럽자본] 1권 다시 자본을 읽자①: 5.19(목) 첫시간 [2] file oracle 2022.05.16 111
1000 [청인지13] 몸페미니즘 8주차 5.14(토) 공지 Siri 2022.05.12 46
999 [청인지13] 몸페미니즘 7주차 4.30(토) 공지 Siri 2022.04.29 58
998 [청인지13] 몸페미니즘 6주차 4.23(토) 공지 [1] Siri 2022.04.21 73
997 [청인지13] 몸페미니즘 5주차 4.16(토) 공지 [1] Siri 2022.04.14 37
996 [청인지13] 몸페미니즘 4주차 4.9(토) 공지 [1] Siri 2022.04.07 50
995 [청인지13] 몸페미니즘 3주차 4.2(토) 공지 [1] Siri 2022.03.30 63
994 [청인지13] 몸페미니즘 2주차 3.26(토) 공지 [2] Siri 2022.03.24 87
993 [청인지13] 몸페미니즘 1주차 3.19(토) 공지 Siri 2022.03.16 96
992 [청인지12] 노마디즘2 10주차 2.12(토) 공지 Siri 2022.02.10 89
991 [청인지12] 노마디즘2 9주차 2.5(토) 공지 Siri 2022.02.03 45
990 [청인지12] 노마디즘2 8주차 1.29(토) 공지 Siri 2022.01.27 64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