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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세미나에서는 들뢰즈와 가타리의 전쟁기계 개념을 중심으로 논의를 했습니다. 우선 전쟁기계는 국가와 반대되며, 국가를 불가능하게 하는 기계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 개념은 일차적으로 인류학적 맥락에서 사용됩니다. 들뢰즈와 가타리가 인용하는 클라스트르에 따르면 원시사회에서는 전쟁이 국가의 형성을 저지하는 메커니즘으로 작동했습니다. 부족들 간의 끊임없는 전쟁이 하나의 중심에 집중된 권력, 즉 국가의 출현을 막은 것이지요. 이때 전쟁은 국가들 사이에서 벌이지는 전쟁과는 다릅니다. 국가장치가 성립된 이후에 군대에 의해 수행되는 전쟁은 전쟁기계가 국가에 의해 포섭된 결과물입니다. 반면 들뢰즈와 가타리가 말하는 전쟁은 국가장치 성립 이전에 그것의 출현을 막는 전쟁을 의미합니다.

전쟁기계의 개념은 단지 이러한 인류학적 개념에 그치지 않습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국가의 출현을 방지하는 기계’라는 구도를 일반화한 의미에서의 전쟁기계입니다. 일반화된 의미에서 전쟁기계란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활동이나 사유, 글, 움직임, 창작 등의 모든 자유로운 흐름에 상관적인 배치로 형성되고 작동되는 기계”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이는 국가에 맞서 전쟁을 벌이는 기계인데, 이때 국가는 우리가 아는 좁은 의미의 ‘국가’를 넘어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고 보존하며 통합하는” 힘이라는 보다 확장된 의미로 이해해야 합니다. 정리하자면, 전쟁기계란 하나로 통합하는 힘에 맞서 자유롭게 새로운 가치와 삶과 세계를 창조하는 기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전쟁도 다르게 이해해야 합니다.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전쟁기계가 수행하는 전쟁은 적대와 파괴와는 거리가 멉니다. 이때의 전쟁 개념은 니체적인 ‘아곤’ 개념과 연관됩니다. ‘아곤’이란 간단히 말해서 적대 없는 경쟁입니다. 이를 다양한 삶의 방식들이 새로운 것을 창안하고 창조하며 경쟁하는 경연(contest)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여기서 경쟁은 다른 경쟁자를 방해하거나 비난하는 부정적 방식이 아닌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긍정적 방식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에 주의합시다. 들뢰즈와 가타리가 말하는 전쟁은 이런 의미로 이해해야 합니다. 전쟁은 새로운 것을 창안하는 경쟁을 통해 모든 것이 하나의 척도나 가치로 포섭되거나 통합되는 사태를 막습니다.

11장에서는 음악을 중심으로 내용이 전개되었는데, 이번 12장에서는 인류학적인 이야기가 자주 등장했습니다. 노마디즘1에서부터 지금까지 매시간 다른 주제들을 다루어왔습니다. 중요한 것은 다양한 주제들을 넘나들며 들뢰즈와 가타리가 하고자 했던 이야기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11장에서 다룬 일관성 개념을 가지고 이야기하자면, 오만가지 분야들을 관통하는 들뢰즈와 가타리의 일관성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이번 주 토요일에는 12장의 7~10장을 읽고 이야기를 나눌 것입니다. 발제는 상호 선생님께서 맡아주셨습니다. 2주간의 휴식 후에 오랜만에 하게 돼서 그런지 세미나 시간이 더욱 기대가 됩니다. 지난 몇 주간 저희 세미나를 하면서 다양한 분들과 대화를 나누며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그중 가장 큰 것은 아무래도 낯선 생각들과 마주치면서 저의 생각을 만들어 나가는 기쁨이었습니다. 앞으로의 세미나에서도 낯선 세계들과 적극적으로 마주하며 함께 생각을 만들어 가는 즐거움이 있었으면 합니다. 사족이 너무 길어졌군요. 이만 줄이겠습니다. 이번 주 토요일(8일)에 모두들 건강한 모습으로 만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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