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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러웨이-인간 아닌 것들과 함께 생각하기] 교재 [해러웨이, 공-산의 사유]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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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어: 김충한(튜터)

인터뷰이: 최유미

 

1. 책 제목이 [해러웨이, 공-산의 사유]입니다. 먼저 공-산 이란 말이 눈에 들어오네요. 공-산이란 어떤 뜻인가요?

=>공-산은 함께를 뜻하는 공과 낳는다를 뜻하는 산입니다. 함께 낳는다, 함께 만든다, 함께 생산한다는 뜻이 있지요. 이것은 도나 해러웨이가 사용한 용어인 sympoiesis의 번역어로 택한 용어입니다. sym은 함께 라는 뜻이고 poiesis는 생산하다라는 그리스 어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공-산은 해러웨이의 사유를 핵심적으로 표현하는 말인데요. 누구도 그리고 무엇도 혼자가 아니라 서로 기대는 관계 속에서 존재할 수 있고 살아갈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가령 장인이 의자를 만든다고 해 봅시다. 그가 장인일 수 있는 것은 그가 사용하는 도구가 있기 때문이죠. 그것은 단지 수단일 뿐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그것 없이는 장인이 장인일 수 없다면 그것을 단지 수단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그 장인은 자신이 사용하는 도구에 자신의 신체를 길들이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했을 겁니다. 우리가 흔히 목적과 수단의 관계라고 여기는 것의 구체적인 양상, 특히 일상의 살고 죽는 일을 살펴보면 사용하고 사용되는 관계는 일방적이지 않습니다. 물론 동등하지도 않지요. 공-산은 이를 표현하는 말입니다.

 

2. [해러웨이, 공-산의 사유]최유미 선생님께서 쓰신 첫 번째 책입니다. 해러웨이는 어떤 사람인가요? 또 최유미 선생님께서 해러웨이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해러웨이는 페미니스트 이론가이자 과학학의 저명한 학자이고, 캘리포니아대학 산타크루즈에서 페미니즘과 과학사를 가르쳤습니다. 지금은 명예교수로 있지요. 이분의 가장 유명한 논문은 「사이보그 선언」일 것입니다. 저는 수유너머에서 2014년에 인간 기계 생명이라는 셈나에서 해러웨이의 『유인원 사이보그 그리고 여성』을 처음 읽었는데요. 처음에는 잘 이해가 안되었어요. 근데 느낌은 정말 좋았어요. 그가 이렇게 말해요. 침팬지와 인공물도 정치를 하는데 우리는 왜 안되는가? 이게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으나 뭔가 다른 이야기를 한다는 느낌은 팍 들었어요. 그래서 계속 읽게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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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해러웨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사이보그 선언]이예요. 그런데 제목만 알고 내용에 대해선 잘 모릅니다^^; [사이보그선언]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주실 수 있으신지요? ㅎㅎ

 

그건 제 책 4장을 읽어보시고요. 해러웨이는 정말 이 논문으로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연구자가 되었지요. 가령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공각기동대 극장판 이노센트에서 하라웨이 박사가 나오지요? 이게 해러웨이의 사이보그 선언에 대한 오마쥬입니다. 거기서 하라웨이 박사는 안드로이드들이 자살했다고 이야기해요. 자살은 인간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잖아요. 인조인간인 안드로이드는 그저 인간이 프로그램한 대로 움직이는 기계라고 여기지요. 그런데 이들의 고장을 자살로 규정해요. 여기서 깨어지는 것은 유기체와 인공물, 인간과 기계의 이분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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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는 레이건과 대처시대였고 신자유주의와 핵전쟁의 위협이 고조되던 시기였어요. 좌파들은 그래서 반 테크노사이언스를 외쳤죠. 맑스주의 페미니스트나 사회주의 페미니스트도 마찬가지였고요. 그때 해러웨이가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그는 반도체 공장에 있는 여성들, 이공계 대학의 여성들, 정보시스템의 말단에서 입력처리를 하는 사무원 여성들을 본거죠. 이들은 정보시스템과 단단히 결합되어 있는 문자 그대로 사이보그입니다. 당시 사이보그는 반짝거리는 금속성의 신체를 가진 남성으로 형상화되어 있었는데요. 지금도 그건 비슷해요. 해러웨이는 이 형상을 바꿔버립니다. 페미니즘의 반테크노사이언스 주장은 이들을 부역자로 취급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당시 미국에서 집에서 아이를 양육하고 집안일만 전념하는 여성들은 극히 소수의 중산층 백인뿐이었어요. 유색여성들은 가난했기 때문에 밖에서 이렇게 사이보그로서 일을 해야 했거든요. 이 논문은 변화를 읽어내지 못하는 진보운동진영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었습니다.

 

 

4. [해러웨에, 공-산의 사유] 책의 첫 장 제목이 ‘개와 인간,기묘한 친척’이어서 기묘한 느낌을 받았어요. 엥 해러웨이라면 사이보그와 페미니즘 아닌가 갑자기 왠 개? 갑자기 왠 개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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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그것이 흥미로운 지점이에요. 해러웨이는 반려종 선언을 쓰면서 이렇게 말하거든요. 개가 페미니즘과 과학을 연구하기에 더 좋다고 말입니다. 알다시피 페미니즘은 남성들이 타자화 시키는 여성을 문제시 하는 정치운동이지요. 그런데 해러웨이는 이미 사이보그 선언에서 여성이라는 정체성을 사이보그를 통해 의문시했어요. 말씀드린 것처럼 아이를 출산하고 일상을 부양하는 자는 아주 특정한 계층의 여성일 뿐이었거든요. 그래서 그는 사이보그라는 형상을 통해서 유기체와 기계의 잡종, 즉 경계에 있는 자를 내세우죠. 그런 면에서는 개도 마찬가지예요. 자연과 문화의 경계에 있는 자가 개이죠. 그런데 개에게는 사이보그에 없는 특별한 것이 있어요. 개는 인간과 거의 처음부터 함께 살았어요. 여성이 남성과 처음부터 함께 산 것처럼 요. 물론 불평등한 권력관계 속에서 말입니다. 저는 반려종선언을 읽고 나서야 해러웨이가 말하는 정치의 개념이 이해되었어요. 인간과 함께 산 개가 노예로 몇 만년을 살았을까요? 남성과 함께 산 여성이 초기 모계사회의후로는 계속 노예로만 살았을까요? 안드로이드도 노예취급만 당하면 자살해 버리는데 말입니다. ... 함께 산 엄청나게 긴 역사는 주인과 노예,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단순한 도식으로는 설명되지 않아요. 해러웨이가 포착하고자 하는 것은 이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권력관계의 역동성이에요. 해러웨이는 이를 정치라고 부르죠. 반려종 선언은 이 불평등한 권력관계의 정치와 윤리를 개와 인간이 함께 살아온 것으로부터 다시 생각하고자 하는 것이예요.

 

 

5. 코로나19 시대에 사회 전체가 경험하지 못한 사태를 겪고 있습니다. 혹시 해러웨이의 사유가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참조점을 줄 수 있을까요?

=> 코로나 19사태는 많은 반성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최재천 선생 같은 경우 제발 이제 자연을 그만 내버려두라고, 자연과 거리두기를 하자고 말씀하시지요.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다시 자연과 문화의 이분법으로 떨어지는 느낌이예요. 다시 인간의 특별한 활동이 강조되는 느낌이랄까요? 사실 감염은 언제나 있어 왔어요.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한 스페인 함대가 전쟁을 통해 남아메리카 대륙을 접수한 것이 아니예요. 그들과 함께 온 낯선 박테리아와 세균, 바이러스가 남미를 초토화시켰죠. 인구의 80%가 죽었다고 해요. 지금은 온 세계가 거의 일일 생활권이죠. 그것은 마치 그 옛날에 대륙이 나뉘어지기 전과 같은 대단한 변화일 것이예요. 이것을 되돌릴 수 있을까요? 인터넷으로만 접촉하고 살아갈 수 있을까요? 그렇기는 어려울 겁니다. 코로나19를 통해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지구에 인간만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자연을 그만 내버려두자는 최재천 선생님의 말씀을 저는 해러웨이 식으로 이렇게 번역하고 싶어요. 비인간과 인간의 정치를 복원하자. 예전에는 정치를 했어요. 사냥을 가도 주술사가 숲의 신과 협상을 했죠. 이번에는 우리 부족이 곰 2마리가 필요하다. 그 이상을 바라지는 않겠다. 허락해 주시오 하고 말이지요. 하지만 근대 이후 우리는 인간만의 무한정한 풍요와 자유를 희구했지요. 지구의 주인은 인간이고 나머지는 모두 자원이라 생각했으니 말입니다. 우리는 타자인 비인간을 사용하지 않고는 살 수가 없습니다. 유한한 모든 존재자들이 다 마찬가지이지요. 남의 생명에 빚져서 사는 자들입니다. 그래서 호혜와 평등이 넘치는 이상사회는 유토피아죠. 어디에도 없는 곳 말입니다. 그래서 윤리와 정치가 필요합니다. 어떻게 공동의 번영을 누릴 것인가? 이를 위해 무엇과 연결하고 무엇과 결별할 것인가, 우리는 우리가 사용하는 자들에게 어떻게 응답할 것인가, 뿐만 아니라 우리는 우리를 사용하는 자들에게 어떻게 우리를 내어줄 것인가를 사유해야 합니다. 이것이 공-산을 통해 정치와 윤리를 다시 생각하고자 하는 해러웨이의 기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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