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에는 줄리아 크리스테바 <공포와 권력> 1장, 2장을 읽고 세미나를 진행하였습니다. 2장의 경우 정신분석 방법론이 지배적으로 나오기 때문에 1장을 중점에 두고 후기를 작성하겠습니다. 먼저 책을 읽고 토론하면서 아브젝시옹에 대한 개념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줄리아 크리스테바에 따르면 아브젝시옹은 “음식물이나 더러움, 찌꺼기, 오물에 대한 혐오감, 나를 보호하는 근육의 경련이나 구토” 등으로 이야기되는데요. 이러한 혐오감이나 욕지기는 외부에서 다가오는 위협에 대한 반응이기도 하지만 오히려 시궁창 같은 더러움에서 나를 멀어지게 하여 보호한다는 점에서 양가적인 속성을 짚어볼 수 있었습니다. 위협하면서 보호하기. 고통스럽지만 매혹 당하기. 이러한 특성들은 아브젝시옹의 혼합적이고 다층적인 특면을 보여줍니다.
인상 깊었던 지점은 아브젝시옹이 단순히 혐오스러운 물질성에 대한 반응이 아니라 “반역자, 거짓말쟁이, 양심을 속이는 일, 파렴치한 강간자, 구하는 척 하면서 살해하는 자.” 등 물질적 측면을 넘어서 법의 질서를 교란하는 것 역시 아브젝트에 포함된다는 점이었습니다. 여기서 유의해야할 점은 아브젝트가 도덕을 알면서도 그 가치를 부정한다는 것입니다. 요컨대 도덕관념이 부재하거나 그것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알면서도 위반한다는 점에서 훨씬 더 우회적이고 석연찮은 어떤 것이라는 점입니다. 줄리아 크리스테바는 이를 “자신을 숨긴 테러 행위, 미소 짓는 증오, 당신을 팔아치우는 채무자, 비수로 나를 찌르는 친구.....” 등으로 예를 들고 있습니다. 이에 더해, 1장의 후반부에서 줄리아 크리스테바는 아브젝시옹 개념으로 도스토예프스키, 프루스트 등을 분석하는데, 도스토예프스키의 경우 작품 속 인물들이 절대적 한계인 신(도덕, 사회, 종교, 가족, 개인사) 등을 완전히 거절한다는 점에서 프루스트는 즉각적인 에로틱함과 성적인 원동력으로 아브젝시옹이 발견된다고 말합니다. 이는 아브젝시옹이 단순히 오물, 혐오스러운 것에만 기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법질서를 무너뜨리는,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음을 드러냅니다.
1장에서 읽고 토론하면서 해소되지 않았던 궁금증은 ‘희열’(31p)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줄리아 크리스테바에 따르면 아브젝시옹에 점령당한 주체는 자신의 존재를 묻는 대신 자기의 위치에 대해 자문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나는 누구인가?”라고 질문하기보단 “나는 어디에 있는 것인가?”라고 묻는다는 점에서요. 그런데 이 길 잃은 주체가 자기 자신을 ‘제삼자’로 간주로 한다고 이야기하면서 그 이유가 “세삼자의 판결을 자기 편으로 만들고, 그 힘으로 구형하기 위한 자신의 방패로 삼으며, 망각의 베일을 벗기거나 잊기 위해, 뿐만 아니라 대상을 불안정하고 전락한 상태로 세우기 위한 근거로 삼는다.”라고 명시되고 있는데요. 여기서 말하는 제삼자와 이후에 나오는 제삼자적 구조가 희열과 어떤 점에서 연결되는지 잘 짚지 않아 고민됩니다.
다음부터는 후기를 더 빨리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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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캉은 욕망그래프를 통해 희열, 향유를 죽음의 반대항에 놓고 향유에서 죽음으로 향하는 도식 안에서 주체의 결핍된 욕망이 주체화되는 과정을 설명했어요. 그리고 향유는 소문자타자와 나의 합일이라 근원적 욕망을 향하고 있었어요. 라캉을 읽으며 대문자타자와 소문자타자, 나 사이의 줄다리기는 참 힘겹다는 생각을, 주체가 뭐라고 이렇게 외줄타기를 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크리스테바도 라캉의 이 구조를 따라가면서도 이것을 뒤흔드는 것이 있다고 보는 것 같아요. 그것이 아브젝트, 아브젝시옹 같구요. 크리스테바가 라캉보다 좀 현실적이라고 할까요. 혹은 근원적 욕망의 다른 버전이라고 해야할까요. 의문이 들기는 하지만 아브젝시옹은 어디 다른 세계가 아니라 나와 근접한 것에서 매혹과 혐오를 동시에 낳는다는 것이 제 생각이어요.
그리고 구조의 흔들림과 변형된 자아로서 타자를 대문자타자, 소문자타자에 더불어 추가로 논의하는 것 같네여.
쓰다보니 질문에 답이 되었나 싶네여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