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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세미나] 사피엔스 3~4부 소감(?)

기침 2021.10.21 17:10 조회 수 : 1113

대담 참여자 : 유발 하라리, 자유주의 우파, 사회주의 좌파, 과학자, 퇴마사


하라리 : 오늘은 정치적인 주제를 다뤄보죠. 허구는 꼭 필요하지만 이야기가 단지 
허구임을 잊을 때 우리는 실제에 대한 감각을 잃게 됩니다.


좌파 : 그렇습니다. 국가와 기업, 화폐는 허구인데 그런 걸 위해 인간이 희생하는 
게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잘 지적해 주셨더군요. 


우파 : 계급이나 평등도 허구라고 얘기하시는데 이것들은 왜 뺍니까? 개인을 이
해 못하니 프롤레타리아 독재가 폭망했죠.


하라리 : 자유주의에서는 개개인의 내면이야 말로 세상에 의미를 부여하며, 모든 
윤리적, 정치적 권위의 원천이 됩니다. 


우파 : 개인의 자유와 혁신이 보장된 투명한 사회를 바탕으로 한 글로벌 협력이 
여러 가지 위기를 겪고 있는 인류의 방향성이라고 저는 선생님의 책을 통해 다시 
한번 확신이 들었습니다. 공산주의를 종교라고 분석하신 대목에서는 진심으로 존
경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좌파 : 개인의 내면도 집단적으로 만들어진 겁니다. 거기에 기업이 얼마나 크게 
지배하는지 당신은 모르죠? 심지어 아편 전쟁을 영국 기업들이 추동했다는 본문은 그
냥 패스했나요? 오늘날도 다르지 않아요. 자본주의의 행복이란 인민의 아편이나 
다름...


우파 : 이번 크리스마스 때 오션뷰 호텔 예약해 놨는데 다들 이 사회의 혜택을 누
리고 있다는 겁니다. 그 호텔은 인종, 성별, 종교에 상관없이 모든 이의 화폐를 받
아요. 이처럼 인류 문명에 보편적 사회적 신뢰 시스템을 정초하는 데 자본의 역할이 
컸다는 선생님의 글을 읽을 때 눈물이 그만...


좌파 : 나이 드니 갱년기인가? 그 허세는 여전하군. 대단한 사람이라도 되는 것처럼 쯧쯧, 하우
스 푸어인 거 다 알고 있다! 


우파 : 너도 세상 만물을 우울하게 묘사하며 선동하던 대학 시절 버릇이 그대로구나.


하라리 : 그만 싸우시죠. 두 분 다 일정한 규범과 가치 시스템을 가진 점에서 종교
와 같습니다. 게다가 사상적으로 서구의 일신론적 토대 위에 건설되었습니다. 모
든 인간이 자유롭고 평등하다는 사상은 모든 인간이 신 앞에 자유롭고 평등하다
는 사상의 개정판입니다. 


우파 : 종교 영향이 있죠. 대안으로 자연법 이론이 나왔습니다. 인간본성 중 '이
성'이란 건 위대해요. 세계인권선언문에도 인간의 존엄(dignity)이 모든 인간에
게 부여돼 있다고 선언하죠. 


과학자 : 좀 끼어들겠습니다. 다른 종보다 약간 더 머리를 잘 쓰는 행태가 왜 존엄
한지 모르겠네요. 태아가 발생한지 몇시 몇초부터 존엄이 생기나요?


우파 : 음.. 디테일은 좀 어렵지만 철학자들이 써놨습니다. 하여간 인권이 실재하
지 않으면 각 선진국의 인권 위원회에 투입되는 재정과 인력을 어떻게 설명하나
요? 저 커다란 국가인권위원회 건물 보신 적 있나요?


과학자 : 철학자들? 그들은 우리가 성취하는 업적을 쫓아오기 급급해 보이는데
요? 그 어떤 철학도 과학이 사실로 입증한 사실에 어떤 반론도 제기하지 못 합니
다. 그들이 글을 비틀어 쓰는 건 과학에 열등감을 느껴서예요. 장사가 되려면 쉽
게 읽히면 안 되는 걸 현대과학에서 본 거죠. 


좌파 : 나도 말 좀 합시다. 평등은 생존과 실존의 문제입니다! 하라리 이봐요, 빈부격차 
때문에 억울하고 화가 나지 않습니까? 역사 진보의 원동력이었죠. 실험실에서 야
근하다 과로로 입원해 죽다 살아나 보면 종교 운운하며 말할 수 있을까요.


우파 : 역사 진보의 힘이 평등에 대한 염원이라니 이 책을 제대로 읽은 거 맞나? 


과학자 : 아, 평등이 싫다는 게 아니라 DNA 어디에서 발견되는지 설명을 하란 얘기
입니다.


하라리 : 제가 책에서 종교라 부르니 기분 나쁘셨군요. 이데올로기든 종교든 용어
가 중요한 구분은 아닙니다.


퇴마사 : 저기... 


과학자 : 자! 지금 과학은 AI, 생명공학, 빅데이터 등을 발전시키며 인간이 신이 
되는 사회를 열고 있습니다. 당신들만 모를 뿐 과학은 준비 돼 있습니다. 스마트
폰이 어느날 등장했듯이. 


하라리 : 정리할까요. 머지않아 사피엔스는 사라질 겁니다. 인간은 나무처럼 오래 
살 거예요.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지 못하는 종교는 세계와의 연관성을 상실할 겁
니다. 자유주의든 사회주의든 모든 종교는 ‘영원한 진리’가 아니라 인간의 목표를 
위해 발명한 이야기이기 때문이죠. 종교는 어떤 특정한 기술적·경제적 맥락에서 
매우 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기술과 경제가 변화하면 종교 또한 바뀌고 적응해야
죠, 마치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이행하며 기독교가 자유주의와 사회주의에 밀
려난 것처럼요. 21세기에 사람들은 자유주의와 사회주의를 대체할 새로운 종교
나 이념을 창출할지 모릅니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려요.


좌파 : 계급은 미래에도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이제 인간과 사회에 대한 기술적 통제가 우려되네요. 


우파 : 세상이 반세기 동안 큰 전쟁 없이 평화를 유지하는 건 자본과 노동과 서비
스의 세계화 즉 신뢰 구축 덕분이라고 해주셔서 더 열심히 뛰겠습니다.


하라리 : 조심해야 할 건 진화적 인본주의가 다시 등장하고 있어요. 히틀러와의 
전쟁이 끝난 후 60년간, 인본주의를 진화와 연관시키는 것은 금기였어요. 생물학
적 방법으로 호모 사피엔스의 '업그레이드'를 옹호하는 프로젝트가 다시 유행해
요. 하급 인종이나 열등한 집단을 멸절시키자고 말하는 사람은 없지만, 많은 사람
이 생물학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이용해 초인간을 만드는 문제를 심사숙고하고 
있죠, 우리는 생명공학·AI·나노기술을 활용해 낙원을 만들 수도 있고 지옥을 만
들 수도 있습니다.


과학자 : 근데 저 퇴마사란 사람은 뭐하는 사람이에요?


퇴마사 : 저는 뱀을 잡으러 왔습니다. 쉽게 말해 귀신, 악마, 악령 뭐라고 불러도 
좋습니다. 저는 사람들을 괴롭히는 악령을 물리치는 방법을 연구하죠.


하라리 : 악마라뇨? 그건 조로아스터... 


우파 : 이 사람 상태가 안 좋네.


좌파 : 음.. 근데 용하다는 점쟁이를 만났는데 내 흑역사를 다 얘기하데?


퇴마사 : 과학자들이 요즘처럼 사람의 생각을 관찰하는데 미시적인 성공을 이루
기 전부터 사피엔스의 일부는 비물질적(영적) 존재와 커뮤니케이션을 해왔습니다. 그게 
좌파님이 경험한 겁니다. 초자연적인 현상은 사피엔스의 허구와는 다른 것입니
다.


좌파 : 귀신이 있다 해도 신변잡기에나 영향이 있지 역사와 뭔 상관입니까? 


퇴마사 : 영적 존재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안개에 쌓여 있습니다. 귀신의 존재를 
무시하더라도 소련을 건설하고 연어를 양식하고 우주선을 날리는 데 아무 지장 
없습니다. 그런데 '있다'가 중요합니다. 


하라리 : 있다라... 이것이 사피엔스의 특징이죠. 허구를 만들어내는 것! 


퇴마사 : 무가를 찾아가 보세요. 신내림을 받기 전에 테스트를합니다. 물건을 몰
래 숨겨도 찾아내고, 등 뒤에서 깃발을 들면 색깔을 다 맞추죠. 좌파님은 좀 아실 
텐데요?


과학자 : 토론의 수준이... 전 이만 가보렵니다. (퇴장)


좌파 : 엇 어떻게 아시죠? 제 친척도 무당이 되었는데 그게 설명이 안 될 뿐... 거
짓은 아닙니다. 친척을 보면 미쳤다고 하기엔 뭔가 있긴 있어요. 


우파 : 이봐 이 유물론자가 왜이래? 나이 드니 왜 이래 이거? 귀신이 어딨어!


하라리 : 악마 개념은 조로아스터에서 크게 발달하기 시작해서...


퇴마사 : 죄송한데 토론을 하려고 온 건 아닙니다. 제 분야는 그리스의 지혜가 닿지 않는 어두운 곳으로서 
지혜와 언변으로 이해하고 전달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서죠. 


하라리 : 뭐 저도 인터뷰 약속이 있어서 이만.. (퇴장)

정적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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