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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소설로 본 실패의 문학 『몰로이』 2부

 

“예술가가 된다는 것은 실패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은 감히 실패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그 실패는 예술가의 세계요. 실패로부터 움츠리는 것은 유기이다. (조르주 뒤튀이와의 대화 중에서)” p.274

 

실패의 문학
마티스의 정통한 프랑스 미술평론가 조르주 뒤튀이와의 대화를 해설에서 읽고 나는 『몰로이』를 읽은 내가 안도감에 기뻐하고 있다는 것을 보았다. 이유는 이미 나는 몰로이가 아니 모랑이 과업에 성공하지 못하리라는 것을 예감(“그때 나는 잊혀지겠지. 내 보고서는 길어질 것이다. 아마 끝내지 못할 수도 있다. 내 이름은 모랑, 자크 모랑이다. 그렇게 불린다. 나는 볼 장 다 본 사람이다. 내 아들도 그렇다. (…) 아들의 이름도 나처럼 자크다.” (p.137))하고 있었고 어떻게 모랑이 실패로 가 닿는가를 텍스트로 쫓았다. 이는 어쩌면 베케트가 실패의 글쓰기를 한다는 말을 들어서 겉으로 안 일인지도 모른다.

모랑은 아들과 함께 몰로이를 찾으라는 명령을 받는다. 오늘 자정 안에 떠나라는 메신저 게이버. 모랑은 임무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다만 찾으라는 명령에 의해, 찾아서 무엇을 하라는 명령도 없이 길을 아들과 떠난다. 가는 도중 그는 계획했던 대로 교통수단으로 자전거를 선택하며 아들에게 걸어서 족히 3시간이 걸리는 마을에 가서 튼튼한 자전거를 사 오도록 심부름시킨다. 모랑은 숲에서 아들을 기다린다. 그는 다리가 아픈 상태였으며 아들의 우비로 찬 기운을 막고 모닥불을 피우고 지팡이 대용으로 우산을 사용한다. 아들이 돌아오는데, 이틀이 걸린다. 기다리는 동안에 일어난 살인사건은 아무런 죄책감 없이 묻힌다. 아들이 돌아오고 간밤에 아들은 그와의 불화로 떠나버린다. 우비와 함께. 구타의 밤으로 짐작된다. 혹독한 날씨에 그는 혼자 길에 남는다. 몰로이가 사는 마을 앞에 당도하지만 메신저인 게이버가 집으로 돌아오라는 유디의 명령을 전하고 모랑은 다시 돌아오는 길을 걷는다. 어디로 향하는지도 모르고, 방향이 올바른지도 모른 채, 자유롭지 못한 다리 상태로 1년을 유랑으로 떠돌다가 묘지를 따라 걷던 밤에 집에 도착한다. 가진 것이 다 닳아지고 자물쇠는 오랫동안 쓰지 않아 맞지 않고 기르던 벌통은 부스러지고 암탉은 죽고 전기도 나간 어두운 집만이 그가 떠났던 자정의 어둠만이 남아있는 집이었다. 그는 정원에 살았고 새들의 언어를 더 잘 알아들으려고 애썼다. 그의 언어에 의거하지 않고서 그 자체로 말이다. 그는 한목소리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그에게 보고서를 쓰라고 말한 그 목소리가 자신임을 알게 된다. 그는 집 안으로 들어와서 이렇게 썼다. 자정이다. 비가 창문을 때리고 있다. 그때는 자정이 아니었다. 비가 오고 있지 않았다.

이야기의 서사는 이렇게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앞 시간에 우리는 몰로이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았는지에 대해 고민을 나눠보기로 했다. 나는 이 책의 마지막의 문장으로 몰로이가 자신을 인지하는 상태의 결말로 보아서 정체성을 찾은 것으로 보이는데,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지 않고 비틀어 “그때는 자정이 아니었다. 비가 오고 있지 않았다.”로 원으로 맞물리지 않고 열린 원의 상태로 어긋나게 만든다. 불확실함을 강화한다. 서두에서는 자신을 인지하지 못한 상태이다. 자신의 이름에 대한 확신이 없었고 오디세우스가 과업을 거쳐 집으로 돌아오는 여정처럼 이 모랑(1부의 몰로이라 해도 상관이 없다)도 그러한 길에서의 과정을 거쳐 집으로 돌아온다. 집으로 돌아오는 여정의 사건에서 자아를 찾는 점이 보고서를 쓰는 행위가 아닌가 싶었다. 이 행위는 목소리에 의한 것이기에. 그렇다면 베케트는 실패의 문학이라 했는데 이 추리는 위배 된다. 그러나 이 실패의 문학을 다시 들여다보면 ‘잘 실패하기 위한’ 것이다. 모호한 결말로 열려있다.

재현을 거부하는 글쓰기
베케트의 예술적 신조는 예술가의 절대적 영역을 인정하고 전지전능함과 충만함을 추구하는 전통적인 사상들과는 거리가 멀다. 아는 만큼 더 큰 힘을 발휘한다고 생각하는 작가들과는 달리, 베케트는 세상에 대한 자신의 무지를 고백한다. 우리는 아는 것만을 말할 수 있는데, 생각할 수도 없고 말할 수도 없는 것을 표현하는 일은 불가능하므로 그것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아는 것은 오직 자기 자신이며 자기 자신에 대해서만 말할 수 있기 때문에. (…) 말하는 것은 더 이상 아무것도 새롭게 지어낼 수가 없다. (p.274)

베케트는 ‘상상적인 것을 재현시키길 거부하는 글쓰기’이다. 은유나 허식으로 채워지지 않은 언어로서, 기교를 부리지 않고 더욱 쉽게 쓸 수 있는 말로 쓴다.

“나는 새들을 알아보았고, 새들도 나를 알아보는 것 같았다. 물론 모를 일이다. 새들의 언어를 더 잘 알아들으려고 애썼다. 내 언어에 의거하지 않고서 그 자체로 말이다.”(p.263)

 

함께 생각해봅시다.

소진기법을 쓰는 이유?
들뢰즈는 베케트의 언어관을 특별히 ‘소진’이라는 개념으로 묘사한 바 있다. 베케트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오랜 고독으로 인한 사회적 부적응과 정신적 소진 상태에 빠져있다. 그들은 피곤의 정도를 넘어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르며,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이 소진의 상태는 일상적인 의미의 피곤과 다르다. 피곤이 그저 모든 실행이 끝나버린 상태라면, 소진은 모든 가능한 것을 다 써버린 상태이다.

몰로이 1부에서는 예로 글쓰기의 소진으로 볼 수 있다. “나는 철자법도 잊어버렸고, 말도 절반은 잊어버렸다,”
몰로이 2부에서는 몸의 소진과 사물(음식, 의복)의 소진을 볼 수 있다.

몰로이에서 기억이란 무엇인가?
베케트에서 기억으로서의 말은 사건의 구성이나 사물의 재현을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소외와 해체를 위해 존재한다.

누가 말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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