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욕망이 이처럼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만들어진다는 말은 인간의 욕망이 변화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데카르트처럼 이성에 의해 욕망을 통제하고 억압하는게 아니라 인간관계를 바꿈으로써, 즉 욕망을 만들어내는 조건을 바꿈으로써 욕망 자체를 전환시키는 게 훨씬 더 현실적으로 중요한 게 됩니다. 인간 간의 관계를 바꿈으로써 욕망 자체를 바꾸려고 해야지, 욕망을 억누르려고 하면 아무것도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스피노자는 데카르트의 윤리학적 계몽주의와는 전혀 상반되는 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철학과 굴뚝청소부/이진경 지음/그린비 90쪽에서 인용함

 

위의 글에서 욕망을 만들어내는 조건을 바꾼다는 말이 조금 추상적으로 느껴져서 스피노자와 관련된 책들을 찾아보았습니다. 마침 구체적이고 적합한 문장이 있어서 아래와 같이 인용합니다. 아마도 공통개념이라는 개념을 설명하는것이 아닌지 개인적으로 생각해 보았습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이익과 타인이 추구하는 이익이 서로 같으면 우리의 이익은 곧 타인의 이익이 되고, 두 이익은 사실 동일한 하나의 이익,즉 공통된 이익이 된다. 그렇다면 마찬가지로 이익에 대한 우리의 관념도 타인이 추구하는 이익에 대한 관념과 같아야 할것이다. 우리에게만 존재하는 이익에 대한 관념이 곧바로 타인이 갖고 있는 이익에 대한 관념과 동일할때,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리가 우리 신체에 즉해 형성한(이익에 대한) 관념은, 앞에서 우리 신체를 반영한 동전만 한 태양이라는 관념이 오류가 되는 것과 반대로, 그 자체로 타인이 형성한 관념과 동일할 것이고, 따라서 그 관념은 우리에게도 타인에게도 반드시 적합한 관념이 될 것이다. 우리에게 존재하는 관념인데 그것이 바로 타인에게도 존재하는 그대로의 관념이 되는 법, 그것은 바로 이렇게 본성의 일치 속에서 가능해지는 것이다. 본성의 일치, 즉 두 신체에 공통항으로 존재하는 것에 대한 관념, 그것이 바로 공통개념이다.

에티카, 자유와 긍정의 철학/이수영 지음/오월의 봄  327쪽에서 인용함

 

스피노자의 철학에서 개인적으로 인상적인 부분은 도덕에 대한 내용인데 스피노자는 우리로 하여금 복종하게 하고 공포에 떨게 하며 우리 삶을 심판하려고만 드는 선과 악이라는 도덕의 체계를 비판하고, 원인에 의해 이해한다는 것, 이런 이성적이고 발생적인 인식을 강조합니다.

 

선과 악이라는 도덕의 체계는 우리로 하여금 복종하게 하고 공포에 떨게 하며 우리 삶을 심판하려고만 든다. 오직 복종만이 있을 뿐 인식하게 하지 않는 것이 선악의 도덕이다.그런 점에서 선악의 도덕은 "심판의 체계"이다. 인식한다는 것, 즉 원인에 의해 이해한다는 것, 이런 이성적이고 발생적인 인식이야말로 스피노자에게는 자유의 조건이다.선악의 도덕은 자연의 법칙마저 도덕법칙으로 전환해버린다는 점에서 부적합한 관념들의 집적이며, 그런 점에서 부자유의 조건이다. 원인에 대한 인식, 이것은 자유의 조건이기도 하지만 교정의 원칙이기도 하다.아담의 우화가 도덕적으로 해석됐던 것은 자연의 합성에 대한 부적합한 관념들  때문이었는데 그 오류에 대한 지적도 오직 참된 관념의 획득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빛이 빛과 어둠을 구분하는 원칙이듯이 참된 인식만이 참과 거짓의 판별 기준이 된다.(2부,정리43,주석) 원인에 의한 인식만이 참된 인식이기 때문에 우리 인간의 삶이 도덕적이고 부적합한 환상적 관념들에 의해 비틀릴 때 그것을 바로잡을 수 있는 것은 도덕이 아니라 바로 이성적 인식과 능동의 삶인 것이다. 좋음과 나쁨의 윤리학, 그것은 선악의 도덕과 그 도덕으로 인해 허무주의적인 저주의 대상이 된 삶을 교정하는 최고의 원리인 것이다.

에티카, 자유와 긍정의 철학/이수영 지음/오월의 봄  294쪽~295쪽에서 인용함

 

도덕에 대한 내용은 앞으로 우리가 철학과 굴뚝청소부 세미나 4부 니체를 공부할때 다시 나오는 내용입니다. 2020년 대한민국이 온통 도덕으로 쌓여 있을때 원인에 의한 인식, 이런 이성적이고 발생적인 인식의 중요성을 뼈져리게 느끼면서 위의 글을 인용합니다. 우리의 외부에서 권위로 우리에게 명령하는 온갖 도덕에 대해서 항상 경계하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예를 들어 진영논리) 

1부에서 우리가 핵심적으로 봐야 할 내용은 주체/대상의 근대적인 분할인데 그 최초의 시작은 데카르트의 철학입니다. 

 

결국 근대철학의 출발점인 주체는 인간이 신으로부터 독립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동시에, 다른 피조물인 자연세계(대상)로부터 인간이 분리되었음을 보여줍니다.이제 인간은 자연세계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왜냐하면 전자는 주체고, 후자는 대상이요 객체니까요) 존재가 됩니다.주체인 인간이 대상인 자연을 지배한다는 생각은 주체/대상의 이런 근대적인 분할에 따른 것입니다. 이럼으로써 다른 자연과 구별되는 특별한 존재로서 인간에 대한 이론이 나타나게 됩니다. 이것이 나중에는 인문과학으로 발전하게 되지요, 여기서 중요한 문제가 등장합니다. 그것은 인간이 대상과 분리되고 주체가 대상으로부터 떨어졌을때, (인식하는) 주체가 (인식되는) 대상과 일치하는지 어떻게 알수 있는가라는 문제입니다.

철학과 굴뚝 청소부/이진경 지음/그린비 43쪽에서 인용함

 

1부의 하이라이트는 근대를 넘어선 철학자인 스피노자가 위에서 언급된 근대철학의 문제설정을 어떻게 파괴하고( 스피노자 입장에서는 문제설정 자체가 되지 않은) 데카르트주의를 극복하느냐 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스피노자가 발명한 개념인 실체,속성,양태의 개념 정리만으로도 충분하게 데카르트주의를 극복할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체,속성,양태의 개념정리는 세미나 시간에 충분히 했으므로 생략하고  아래의 문장을 인용하는것으로 저의 부족한 글을 마무리 하도록 하겠습니다.

 

자체적으로 존재하는 게 실체라면 다른 것 안에 존재하는 것은 양태다. 그리고 이 세상에는 실체와 양태 이외에 그 어느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신은 자신의 본질을, 혹은 자신의 절대적으로 무한한 능력을  어디서, 어떻게 펼쳐야 하는가? 바로 저 스스로 존재할 수 없어 다른 것 안에 존재한다는 유한하고 미천한 양태들로의 변용이 아니라면 도대체 이 세상에 자신을 펼칠 방법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이순간 양태들은 구원받게 된다.스피노자적인 구원. 신이 자신의 능력을 펼치는 데 그 무엇보다 필요하고 더 없이 필수적이고 필연적인 존재들은 바로 양태들이라는 사상. "가장 위대한 사상이야말로 가장 위대한 사건"이라고 니체가 말했던가.그렇다면 이순간 우리는 실로 엄청나게 위대한 사건을 맞이하는 셈이다.스피노자의 이 위대한 사상을 더 단도직입적으로 말해보자. 우리들 없이 신은 자신을 표현할수도, 존재할수도 없다.

에티카, 자유와 긍정의 철학/이수영 지음/오월의 봄  118쪽~119쪽에서 인용함

 

공부를 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많이 부족합니다.부족한 부분은 같이 공부하는 분들의 비판으로 메우려고 합니다. 행여 잘못된 부분이나 내용이 있으면 많은 비판  부탁드립니다. 공부는 오류를 정정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기쁜 마음으로 오류들을 맞이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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