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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장세진, 3장, 『상상된 아메리카』, 푸른역사, 2013

전성현

 

공론장의 한계?

저자는 철저하게 지식인들의 지적 담론 내부에서 유통되는 자료들에 근거하여 아메리카라는 표상을 통해 어떻게 민중들이 대한민국 국민으로 호명되는지를 제시한다. 푸코가 말마따나, 권력은 표상에 대한 개인들의 반응(react)을 주조해 내고, 이러한 반응을 일관되게 유지할 때 개인들은 권력이 요구하는 주체로 거듭나게 된다. 저자는 이러한 자료들을 통해 아메리카에 대해 대한민국 국민들이 갖는 반응(react)의 기원을 추론하려 하지만, 저번 세미나 시간에 언급이 나왔듯이 사실상 이러한 자료들에 국한되어서는 당대의 대중들의 미국에 대한 재현양식을 인식하는 데 한계가 있다. <사상계>나 <현대문학>과 같은 잡지가 얼마나 당대의 민중에게 영향력을 끼쳤는지, 더 나아가 이러한 잡지에 올라오는 글이 얼마나 당대의 민중의 입장을 대변했는지에 대해서도 확실히 알 수 없고, 백 번 양보해도 이러한 잡지들이 재현한 당대의 문화양상으로 민중들의 삶이 환원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렇게 애초부터 방법론적 한계를 내재하고 있어서 그런지, 사실상 이 책에서는 국민으로 호명되는 과정만이 적나라하게 그려질 뿐, 국민에 포섭되지 않는 잉여들이나 혹은 탈주선들은 그려지지 않는다. 애초에 저자가 하고자 하는 작업에 이것들은 고려되지 않았던 것 같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해방 이후의 한국 사회의 자기재현 혹은 자기인식이 아메리카라는 글로벌한 타자를 경유하여 구축되어지는 과정을 알림으로써 ‘민족/국민’이라는 주체의 단일함에 균열을 가하고자 한다. 무엇보다 저자가 그 균열을 위해 연구의 초점을 맞춘 부분은 ‘대한민국 민족/국민’으로 대한민국 영토 내의 민중들의 주체화시키기 위해 다양한 층위의 권력들이 전개해나가는 서사의 구축이다. 대한민국 국민은 선험적 주체성이 아니라 단정체제 설립 이후 이승만 정권이 각종 관보잡지 및 대중 매체를 통해 만들어 낸 서사를 통해 형성된 주체에 불과하고, 그때 ‘민족/국민’이라는 기원의 심미적 가치는 상실된다. 근데 정말 이 작업을 통해 기원(origin)은 시작(beginning)으로 바뀌었나?

개인적으로 나는 적어도 7,8,9 장에서는 “대한민국-국민의 주체성의 구축 과정이 불가역적인 과정이었구나.”라는 생각만 들었을 뿐 별다른 반성의 참조점은 얻지 못했다. 이러한 반응이 파생된 이유는 저자가 연구에 필요한 자료의 대부분을 관보잡지에서 찾았다는 점인 것 같다. 사실상 태생적으로 주권권력의 논리에서 많이 벗어날 수 없다는 한계를 가진 잡지들이기에, 이 잡지들에서는 주권권력이 구축하고자 하는 주체화과정에 대한 재현이나 찬양 외에는 그다지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없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사실상 이 세 장에서는 주권권력이 구축하고자 하는 대한민국-국민이라는 주체에 내용적 근거를 부여하는 공론장의 역할만이 드러날 뿐이다. 6*25 전쟁으로 통해 발생한 대량 학살과 근친 살해는 공산주의에 대한 터부(taboo)를 필연적인 영역으로 격상시켰고, 사실상 이런 필연적 영역 아래에서 기원의 심미적 가치가 해소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자본론>의 본원적 축적에서 맑스는 자본주의의 탄생에 국가의 압도적인 폭력이라는 비극이 배태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고, <1960년을 읽다>의 저자는 임석진론 부분에서 또한 대대적인 지식인-간첩에 대한 숙청작업을 통해 국가가 반공이데올로기를 폭력적으로 관철시키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면서, 이 과정을 통해 다른 민족, 다른 주체를 꿈꾸던 수많은 담론들이 말살되는 과정들을 드러냈다. 이 두 저작에서의 공통점은 바로 필연성을 해체시켰다는 것, 즉 자본주의의 탄생이나 대한민국-국민이라는 주체성의 근저에는 폭력과 우연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명시화시켜주었다는 점에 있다. 근데 뭐랄까. 이 7,8,9에서는 서사구축에 대한 필연적 전개 과정에 대한 서술만 있을 뿐, 그 서사에 대한 대항마도, 서사의 균열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여, 그때의 대한민국의 역사는 당대에 필연적으로 겪을 수밖에 없는 계기적 진리의 발현에 불과했나하는 생각까지 들게 만들었다.

 

Immune 체계의 등장

권력은 욕망을 순전히 개인의 것으로 내면화시키고자 한다. 오직 “나는 원한다.”에만 머물게 하면서, 자유의지에 대한 맹신을 부여하고, 그 욕망을 왜 원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막아버리는 것. 바로 그때 권력은 재생산되고, 우리는 권력이 설정해 놓은 척도의 노예가 되어버린다. 배치에 대한 총괄적인 이해가 사라지면 남는 건 개인뿐이다. 개인을 그렇게 행동하도록, 그렇게 욕망하도록, 그렇게 반응하도록 만든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는 사라졌기에 그 모든 것이 개인의 문제로 환원된다. 권력이 사라진 곳에서 권력은 재생산한다.

미국을 경유함으로써 자유민주주의와 반공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대한민국-국민이라는 주체성이 형성되면서, 이외의 모든 것들은 타자화되기 시작한다. 특히나 반공주의를 토대로 하는 주체성이기에 공산주의는 당연히 배척되고 암세포마냥 치료해야 할 질병이나 바이러스로 간주되게 된다. 특히나 이 책의 논의대로라면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주체성의 선험적 토대는 신라의 얼이고, 이는 민족이라는 표상을 독점할 수 있는 권리의 기반이 된다. 이제 공산주의는 박멸해야 하거나 혹은 다시 대한민국 국민으로 포섭해야만 하는 탕자에 불과하게 되고, 이러한 인식론을 바탕으로 ‘감염된 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가시화작업이 시작된다. 하지만 사실상 그들 모두를 ‘볼 수 있는 것’의 영역은 불가능한 것이고, 최진석 선생님의 말마따나 간첩의 존재론적 가치는 국가로부터 인식되지 않은 비가시적 영역에 위치해 있을 때 비로소 인정받는 것이므로, 이러한 가시화작업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바로 이러한 불가능성을 향해 끊임없이 “자! 다시 한 번”을 외치며 달려가는 국가장치에 의해 간첩에 대한 민중들의 불안은 영속화되고, 민중의 국가에 대한 의존은 더욱 심화되며, 국가장치에 의한 주체성의 재생산은 더욱 가속화된다. 이렇게 불안에 잠식되어갈 때, 민중들은 점점 불안을 조성하는 배치에 대한 인식에 무뎌져 가고, 북한과 구체적인 간첩 개개인들 인격의 문제로 이 사태의 원인과 책임을 돌리려고 한다. 국가장치는 불안을 조성하고 그 불안을 좀먹으며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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