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나자료 :: 세미나의 발제ㆍ후기 게시판입니다. 첨부파일보다 텍스트로 올려주세요!


이번 모임에서 저희는 <존재와 시간> 제39절을 읽었습니다.

본 절은 제6장의 서론 격에 해당하는 절로서,

현존재의 구조 전체를 탐색하는 물음의 의의를 설명하고

이 장에서 어떤 주제를 다루게 될지를 간략히 소개하고 있습니다.

절의 제목은 “현존재의 구조 전체의 근원적 전체성에 대한 물음”입니다.

 

‘세계-내-존재(In-der-Welt-sein)’는 그 자체로 하나의 전체적 구조를 담고 있습니다.

‘세계’와 ‘존재자’와 ‘내-존재’가 동근원적으로 통일되어 있는 전체적 현상이지요.

앞의 장들에서 우리는 세계-내-존재를 그 구성 계기들로 나누어 설명하였습니다.

그런데 많은 지면을 빌려서 세계-내-존재를 계기들로 나누어 분석한 결과,

이제 우리는 구조 전체의 구성틀과 일상적 존재 양식의 현상적인 다양함에 관심이 쏠리어

전체를 전체로서 보는 통일적인 현상학적 시선을 놓쳐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제시된 구조 전체를 그 전체성에 있어서 실존론적-존재론적으로 규정하는 것’이

실존론적 분석론의 예비 과제이기 때문에,

이 현상학적 시선은 그만큼 더 자유롭게 열려 있고 그만큼 더 확실하게 준비되어 있어야 합니다.

 

현존재는 실존합니다. 그런데 현사실적으로 실존합니다.

그에게는 실존성과 현사실성이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습니다.

실존성과 현사실성이 존재론적으로 통일되어 있다고 말할 수도 있고,

또는 실존성에 현사실성이 본질적으로 속해 있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현존재란 실존적으로 현사실하는 게 아니라 현사실적으로 실존하는 한에서,

아무래도 실존성이 현사실성보다는 개념적 우위에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래서 하이데거는 실존성에 현사실성이 속한다고 하는 것일 테죠.

 

1) 현존재는 심정성에 근거한 존재 양식을 가집니다.

이 양식 속에서 그는 스스로 앞에 데려와지고 그 피투성에서 자신에게 개시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피투성은 단순한 피투성이 아니라 이해하는 피투성, 즉 가능성을 향해 자신을 기투하는 그런 피투성입니다.

심정성과 이해 사이에는, 피투성과 기투 사이에는 동근원적 관계가 있으니까요.

 

2) 세계-내-존재의 전체적 현상에는 ‘용재적 도구에 몰입함’(세계)과 ‘타인과 함께 있음’(존재자)과

‘자기 자신을 궁극 목적으로 함’(내-존재)이 동근원적으로 속하여 있습니다.

그런데 세계-내-존재는 언제나 이미 세계에 빠져있기에verfallen,

세계-내-존재가 궁극 목적으로 하는 이 ‘자기 자신’이란

우선 대개는 비본래적인 자기, 곧 (세상)사람들로서의 자기를 말합니다.

 

위의 두 가지 사실에 근거하여,

하이데거는 평균적, 일상적으로 있는 현존재를 아래와 같이 정의 내립니다.

‘세계’에 몰입하는 자기 존재에 있어서, 그리고 타인과의 공동존재에 있어서,

가장 고유한 자신의 존재 가능 자체를 문제 삼는, 빠져있으면서-개시되고 피투적으로-기투하는 세계-내-존재

이 정의를 통하여 하이데거는 앞의 장들의 수많은 논의를 단 하나의 문구로 압축하고 있지요.

 

이제 우리에게 남은 일은,

지금까지 제시된 현존재의 다양한 구조들을 논의 기반으로 삼아서

이 존재자의 구조 전체를 전체적, 통일적으로 파악해보는 것입니다.

물론 다양한 요소들을 단지 꿰맞추고 조립하는 수준으로는 구조 전체의 전체성에 도달할 수 없습니다.

거기에 도달하려면,

구조 전체 그 자체를 존재론적으로 떠받치고 있는 그런 현존재의 ‘존재’에 도달하려면,

이 다양한 구조 전체를 통과하여 ‘근원적으로 통일적인 하나의 현상—곧, 염려—’ 향하는

통찰Durchblick의 길이 필요합니다.

이 단일한 현상이란 현존재의 구조 전체 속에 이미 놓여 있으며,

(거기에 이미 놓여 있기에 우리는 현상학적 시선을 통하여 그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각각의 구조 계기를 존재론적으로 떠받치고 있는 그런 통일적, 전체적 현상을 말합니다.

우리에게는 지금까지 획득한 논의 내용들에 대한 이른바 ‘총괄적’ 해석의 길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이 통일적 현상에 이르기 위하여 현존재의 실존론적 성격에 대한 물음을 던져봐야 합니다.

그런데 용재적 도구를 사용하는 일상적 환경세계적 경험도, 자기반성과 같은 내적 지각의 체험도

그런 물음에는 아무런 실마리도 제공해주지 못합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현존재 자신에 도달하는 적합한 접근 방법이 필요합니다.

이 접근 방법은 물론 다름 아닌 현존재 자신으로부터 요구되는 통로이어야 하고,

또한 지금까지 제시되었던 현존재 해석에서 이끌어낼 수 있는 통로이어야 합니다.

 

아시다시피, 현존재의 존재론적 구조에는 존재 이해가 속해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그는 하나의 존재자로서 존재하면서, 자기 존재를 이해하는 방식으로,

자기 존재가 스스로에게 개시되는 방식으로 존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심정성과 이해가 이러한 개시성의 존재 양식을 이루고 있지요.

그런데 현존재가 자기 자신에게 ‘탁월한 방식으로’ 개시되는, 그런 이해하는-심정성이 현존재 안에 존재합니다.

 

실존론적 분석론은 ‘현존재의 존재’를 명백히 제시해야 하는 임무를 맡고 있기에,

그것은 현존재 자신 속에 있는 가장 광범하고 가장 근원적인 개시의 가능성들 중 하나를 찾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러한 개시 속에서 현존재는 단순화되어 접근될 수 있습니다.

분석론은 현존재의 존재를 하나로 요약해주는 그런 개시의 현상을 발견해야 하는 것이죠.

 

이러한 방법상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심정성으로서 하이데거는 불안Angst이라는 현상을 내놓습니다.

물론 불안은 근본 심정성으로서 현존재 자신을 개시하고 있기에,

이와 유사한 현상인 두려움Furcht와는 구별해야 합니다.

두려움은 그냥 심정성이고, 현존재가 아니라 이런 저런 존재자를 개시하고 있으니까요.

하이데거에 따르면,

현존재의 존재 가능성인 불안은 그 속에서 개시되는 현존재 자신과 협력하여,

현존재의 존재 전체성을 명확히 파악하기 위한 현상적 토대를 제공한다고 합니다.

불안에 대하여 우리는 제40절에서 다루게 됩니다.

 

그리고 이 토대 위에서 우리는 마침내 현존재의 존재를 염려Sorge로서 발견하게 되는 것이지요.

(Sorge를 이기상 교수는 ‘염려’로서, 소광희 교수는 ‘마음씀’으로서 번역합니다.

텍스트 내용에 따르면 ‘염려’보다는 ‘마음씀’ 또는 ‘관심’이 더 적합한 번역어이지만,

Besorge, 심Fürsorge와 운을 맞추기 위하여 일부러 ‘염’를 택하고자 합니다.

실제로 독일어 사전을 찾아보면,

Sorge에는 ‘근심, 걱정, 불안, 우려’, ‘돌봄, 보호, 해야 할 일’ 등의 뜻이 있고요.)

불안을 두려움 내지 공포와 구별해야 하듯이,

염려라는 실존론적 근본 현상도 그것과 혼동될 만한 현상들, 곧 의지, 소망, 성향, 충동과 구별해야 합니다.

하이데거가 보기에 염려는 이 현상들의 존재론적 가능 근거이기 때문에,

염려는 그것들로부터 도출되지 않습니다.

염려에 대하여 우리는 제41절에서 다루게 됩니다.

 

현존재의 존재를 염려로서 규정하는 존재론적 해석은,

존재론 이전 수준의 상식적인 존재 이해와도 존재자에 대한 존재적 지식과도 전혀 차원을 달리 합니다.

따라서 존재론적 인식이 상식에 위배되기도 한다는 것은 그다지 놀라운 일이 아니죠.

우리는 현존재를 염려로서 해석하기 위한 존재적 단초로서 불안이란 현상을 제시하였는데,

물론 ‘이는 아무런 근거도 없이 임의로 생각해낸 것이 아닌가’,

더욱이 ‘인간에 대한 전승된 정의들이 완전히 배제되어 있기에 이는 개념적 횡포가 아닌가’,

하는 의심을 사람들에게 줄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현존재를 염려로서 실존론적으로 해석하려면, 어떤 존재론 이전 수준의 확증이 필요합니다.

하이데거는 로마 신화에서 그 확증을 찾고 있습니다.

신화에서 인간 현존재는 자신을 염려(cura)라고 말했다고 하지요.

이 확증에 대하여 우리는 제42절에서 다루게 됩니다.

 

실존론적 분석론은 기초 존재론적 문제 설정, 곧 존재 일반의 의미에 대한 물음을 준비해야 합니다.

우리가 현존재의 존재를 탐구하는 것은 결국 존재 자체가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서니까요.

그런데 존재 일반에 대한 물음에는 두 가지 현상이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곧 현존재가 아닌 세계 내부적 존재자의 규정성에 해당하는 ‘용재성’과 ‘전재성’.

전통 철학은 존재자의 존재를 이 두 규정성 중에서 전재성(“실재성”, “세계”-실재성)의 의미로 이해하였습니다.

따라서 거기에서는 현존재의 존재가 존재론적으로 규정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었지요.

이제 우리는 현존재의 존재인 염려, 세계성, 용재성, 전재성(“실재성”)의 존재론적 연관을 탐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존재론적 연관에 대하여 우리는 제43절에서 다루게 됩니다.

 

존재자는 경험, 지식, 파악에 의해 개시되고 발견되고 규정됩니다.

그렇다고 그것이 경험, 지식, 파악에 의존하여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존재자를 경험하지도 알지도 포착하지도 않더라도 존재자는 그 자체로 존재하지요.

그러나 존재는 다릅니다.

존재는 현존재가 그것을 이해하는 때에만, 그것을 개시하는 때에만 존재합니다.

현존재의 이해와 별개로 존재를 말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존재는 개념적으로 파악되지 않을 수는 있지만, 완전히 이해되지 않은 채 있을 수는 없습니다.

아주 옛적부터 존재론적 문제 설정에서는 존재와 진리가 함께 사유되어 왔습니다.

그리고 존재와 진리의 이러한 공속성은 ‘존재와 이해의 필연적 연관’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할 수 있지요.

따라서 존재 일반에 대한 물음을 충분하게 준비하기 위해서는,

염려, 실재성, 용재성, 전재성에 대한 존재론적 연관을 구명하는 일(제42절) 외에도

진리 현상의 존재론적 해명이 필요합니다. 

진리에 대하여 우리는 제6장의 마지막 절인 제44절에서 다루게 됩니다.

 

 

다음 시간에는 <존재와 시간> 제40절을 읽습니다.

현존재의 존재 전체를 탁월한 방식으로 개시해주는 근본 심정성에 해당하는 ‘불안’을 고찰하고 있지요.

 

다음 주에는 석가탄신일이 끼어 있어서 금, 토, 일 3일이 휴일인데요,

금요일에 바짝 공부하고 토, 일 이틀은 푸욱 쉬자는 뜻에서

세미나 시간을 금요일인 17일 오후 2시로 당겼습니다.

부처님께서 중생에게 마음의 안정을 가지고 오신 날,

저희에게는 하이데거 님께서 불안을 가지고 오십니다.

 

그럼 다음 시간인 2013년 5월 17일 금요일 오후 2시에 뵙도록 하지요.

 

세미나 문의는 O1O-7799-O181 또는 plateaux1000@hanmail. net로 해주시고요.

감사합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24 [과학철학세미나] 바슐라르, '새로운 과학정신' 5장 file choonghan 2013.05.24 1414
823 무의식의 과학, <신의 뇌> 1-3장 file 오리진 2013.05.23 1304
822 [물리학 세미나] 5월 26일 공지!!!(19일 후기포함) [5] 고키 2013.05.22 1535
821 [미적분세미나]2.3절~2.4절 연습문제 - 그래프들 file 단감 2013.05.22 1323
820 [아침에 듣는 메탈] 후기 및 5/26 공지 [2] 재규어 2013.05.21 3048
819 [하이데거강독] 5월 17일 세미나 후기 [1] 김민우 2013.05.19 1164
818 [물리학세미나]시공간 file hector 2013.05.19 1177
817 [문화연구세미나] 5월 10일 후기 및 다음주 공지 [1] file 꽁꽁이 2013.05.18 1207
816 [메탈 세미나] 귀를 즐겁게 하는 후기 [7] file 우디 2013.05.18 1569
815 [문화연구세미나] <상상된 아메리카> 제3장(7~9절)에 대한 단평(전성현) 전성현 2013.05.18 1397
814 [들뢰즈&철학사] 후기 및 5/20 공지 [1] 쿠다 2013.05.18 1136
813 [물리학 세미나] 4월 21일 아주 오래 전 후기 [2] file 이보미 2013.05.17 1539
812 [푸코 세미나] 5월 13일 후기- 권력관계와 주체의 문제 철수 2013.05.17 1385
811 [생물학세미나]5월 11일 후기입니다. [1] 아샤 2013.05.16 1053
810 [미적분세미나] 5.15.수. 2.2절 절반 발제 file 단감 2013.05.14 1334
809 아침에 히치하이킹하기, 늦은 후기. 둘기91 2013.05.13 1064
808 [무의식의 과학] 후기와 휴세공지 및 5월24일 <신의뇌>세미나 안내 [5] file 오리진 2013.05.12 2017
807 [맑스 저작 읽기 세미나 시즌 2] 공산주의자 선언 발제 file 성현 2013.05.12 2480
» [하이데거강독] 5월 11일 세미나 후기 김민우 2013.05.12 1188
805 [철학사세미나] (수정)후기와공지_키케로의 최고선악론 1권 [1] 미라 2013.05.12 1522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