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의 대상, 시간 미술

 과거를 재방문 하는 작품은 시간을 의지의 대상으로 삼는다. 돌이킬 수 없는 과거를 재료로 창조 작업을 수행한다. 주류와 비주류, 대서사와 복수의 역사 등 대립을 넘어 비시대적인 창조의 가치를 잉태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시간 미술에서 니체의 영원회귀 사상이 절묘히 어울린다. 신표현주의 독일작가, 안젤름 키퍼가 이를 잘 보여준다. 나치의 끔찍한 트라우마로 강제로 잊혀진 독일 역사의 영광을 소환하는 작가의 정신이 돋보인다. 전후 원죄 의식에 사로잡힌 조국에 긍정의 정신을 새로 심어주는 작업이다. 

 과거는 현재 속에 떠오른다. 브라이언 톨의 필라델피아는 실제 사건을 재창조했다. 미국 독립전쟁 때 영국군과 싸우다 침몰되고 1935년 인양된 필라델피아는 실존 군함을 재현한 것이다. 수면으로 상정된 갤러리 바닥에서 떠오르는 군함은 아직 반쯤 잠겨 윤곽만 드러난 상태다. 툴의 재현된 선체에서는 역사를 기억하는 과정이 결코 완결되지 않는다. 우리의 집단적 회상은 부분적으로만 충족될 뿐이다. 언뜻 캐러비안 해적 영화 시리즈에서 유령선, 블랙 펄을 연상시키는 재현 작업이다. 바닥아래 수면으로 상정된 심연에 관람자의 감상이 남겨진 듯 하다. 딱딱한 갤러리 바닥에서 선체 일부가 불러 일으키는 물의 유동성이 기억의 특성을 반영한다. 시간과 공간의 감각이 상생하여 영적인 체험을 제공한다. 현재 속에 떠오르는 심상이 독자적인 시간 감각을 보여한다. 

 코넬리아 파커의 물질, 반물질 작품은 비선형성이 인상적이다. 그녀에게 발견된 재료는 창의적이고 종종 놀랄만한 방식으로 활용된다. 팝아트의 한 축 로버트 라우센버그의 맥을 잇는 콤바인 기법(넝마주의)의 진화 궤도에서 시간의 의지가 느껴진다. 선형적인 시간 상에서 다시 지각된 방식으로 발견된 재료 작품이 아니다. 그녀는 발견된 재료 자체의 시간을 창조한다. 물질과 반물질 작품은 사후 세계를 암시하듯 실제 교회 화재에서 검게 탄 파편은 과거의 자신에 대한 유령 혹은 기억으로 부활한다. 독창적인 시간 개념을 창조한 러시아 영화감독 타르코프스키 영화와 연결되는 대목인데 개인적인 겨울 과제로 남겨놓는다.  

 과거를 돌아보는 많은 작품들을 접했다. 한편, 예측불허 미래를 모험으로 즐기는 시간 예술이 궁금하다.

 참고) 작품 링크 추가된 발제문 첨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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