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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특별세미나] 후기 조삼모사

hector 2019.02.08 04:36 조회 수 : 122

1: 제물론에 나오는 조삼모사(朝三暮四)

狙公이 도토리를 원숭이들에게 나누어 주면서,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 주겠다.”고 하자 원숭이들이 모두 성을 냈다.
그래서 다시, “그렇다면 아침에 네 개 저녁에 세 개 주겠다.”고 하자 원숭이들이 모두 기뻐하였다.

2: 조삼모사(朝三暮四) 우화를 저속하게 바꾼 우화

1번 대화:
A: 저기 있는 여자 C는 대학생인데, 술집에 나가.
B: 철 없고 부도덕한 여자일세. 공부를 열심히 해야지!!

2번 대화:
A: 저기 있는 여자 C는 술집에 나가는 데, 미래를 위해 대학을 다녀.
B: 진흙에 핀 연꽃 같은 사람이네. 고귀해!

1번 대화와 2번 대화에서 여자 C는 동일하다. 다만, C를 표현하는 순서만 달라졌다.
그런데 C에 대한 평가는 다르다.
사람들은 이렇지 않다고 생각하는가? 이 대화는 내가 직접 들은 대화를 토대로 각색한 것이다.
사람들은 조삼모사와 조사모삼을 구분하지 못한다.
사람들은 본질을 보려고 하지 않는다. 대신 사람들은 다른 것을 통해 인간의 본질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3: 내가 아는 선배는 계약하러 갈 때, 꼭 벤쯔를 타고 간다.
계약하는 상대방은 ‘나’의 본질을 보고 계약하는 게 아니라, 내가 몰고 다니는 차를 보고 계약한다고 믿고 있다.
그 선배는 계약하는 상대방이 저공이 키우는 원숭이 보다 더 월등한 존재하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선배는 내가 벤쯔를 몰면 나는 벤츠급 인간으로 대우 받고, 내가 수쿠터를 타면 난 수크터급 인간으로 대우받는다는 것만을 확실이 안다.
21세기 한국에서 인간은 인격이 아니라 차격(車格)으로 대우 받는다.
그리고, 이 시대의 저공은 이를 잘 알고, 잘 이용한다.

내 학교동창중 경제사범으로 국가기관에 들어가 있는 친구가 있다. 정확히 말하면 사기꾼이다.
그  친구는 사람을 속이지 않았다. 그 친구에게 사람들이 속았을 뿐이다.
그 친구는 피해자들이 ‘조사모삼’을 좋아하기에 ‘조사모삼’이라고 이야기 하였다.
그 친구는 자기가 믿을 만한 사업가라 말한 적이 없다.
다만 ‘벤트리’를 타고 ‘조르지오 알마니’를 입고 가서 사업구상을 이야기 했고, 피해자들은 그 친구를 믿을 만한 사업가라고 보고 사업자금을 대주었다.
내 동창은 저공이었고 피해자들은 저공이 키우는 원숭이였다.

4: 내가 사는 곳, 내가 졸업한 대학, 내가 몰고 다니는 차, 내가 다니는 직장은 내 본질과 관계가 있는가?
자기가 몰고 다니는 차는 자기의 본질과 깊은 연관이 있다면, 만약에 그렇다면, 벤츠 자동차를 열심히 분석하면 벤츠 타는 사람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름(名)은 자기의 본질과 아무관계가 없다.
도(道)라는 이름은 실제 도(道)와 아무 관계가 없다.
그래서 도(道)라는 글자가 나온 이 세상의 모든 책을 읽어 보고 도(道)라는 이름이 쓰여진 용법을 분석하여도 도(道)의 실체를 알 수 없다.
벤쯔를 분석한다고 벤쯔 타는 사람의 본질을 알 수 없듯이.

나에게 부여된 이름, 내가 사는 곳, 내가 졸업한 대학, 내가 몰고 다니는 차, 내가 다니는 직장은 내 본질과 전혀 관계가 없다.
그러나, 당신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사람은 자신의 이름과 자신이 사는 곳과, 자신이 졸업한 대학과, 자신이 몰고 다니는 차, 자기가 다니는 직장이 자신의 본질인 것 처럼 이야기 한다. 누구의 남편, 누구의 아내, 누구 엄마, 어디 학교 선생님 이런거 없이 자신을 설명할 수 있을까?

發憤忘食 樂而忘憂(발분망식 낙이망우) : 분발할 때는 먹는 것도 잊고, 즐거움으로 근심도 잊는다

공자는 자기를 이렇게 표현했다.
자신이 한때 노나라에 대사구를 했다는 둥, 자기가 예를 정리했다는 둥의 이야기는 일체 없다.
오롯이 자기 자신만을 표현하였다. 내가 좋아하는 자기 표현이다.  

결론: 이름에 목매달수록, 인간이 아닌 인간에게 부속된 것에 목매달수록  저공이 키우는 원숭이 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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