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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 특별세미나] 후기 인간세편

hector 2019.01.02 16:31 조회 수 : 101

인간세 편은 공자와 공자의 제자 안회사이에 대화로 시작한다.
안회가 위나라로 가려고 마음을 먹고, 스승에게 이야기를 하는 중 다음 이야기가 나온다.

回嘗聞之夫子曰 : 저는 일찍이 선생님께서, 이르기를
治國去之 : '잘 다스려지는 나라는 떠나고
亂國就之 : 어지러운 나라로 들어가라,

"잘 다스려지는 나라는 떠나고, 어지러운 나라로 들어가라. "
이 대목은 논어의 내용과 상충이 된다

논어 태백편에서 공자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하였다. 
危邦不入 亂邦不居 위태로운 나라에는 들어가지 말고 어지로운 나라에 머물지 마라.

장자 인간세에 나오는 공자의 이야기와 논어 태백편에 나오는 공자의 이야기는 서로 모순된다.
이를 어떻게 볼 것인가?

장자가 공자의 말을 잘 못 옮긴 것일까? 아니면 장자는 공자를 일부러 풍자한 것인가?
난 장자가 공자를 풍자한 것으로 본다. 다음 부분에서도 공자에 대한 풍자가 보인다.

논어 자로에 나오는 부분이다.
子路曰 衛君 待子而爲政 子將奚先.
자로가 말하기를 “위나라 임금(出公 輒)이 선생님을 기다려서 정사를 다스린다면 선생님께서는 무엇을 먼저 행하시겠습니까?”
子曰 必也正名乎。
공자가 말씀하시기를 “반드시 명(名)을 바로잡을 것이다.”
子路曰 有是哉 子之迂也 奚其正
자로가 말하기를 “이러한 일도 있습니다. 선생님께서 세상 물정을 모르십니다. 어떻게 명을 바로잡겠습니까?”

공자는 명(名)을 바로잡겠다고 하고, 자로는 이를 비판한다. 공자는 세상을 모른다고 하면서...
공자는 이러한 자로에게 야(野) 하다고 말하고, 자신의 논리를 편다. 명은 정말로 중요하다라고...

논어에서 공자는 명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장자 인간세에서 공자는 명(名)에 집착함을 비난한다.  

德蕩乎名 : 덕은 명에서 녹아없어진다. 
名也者 : 명이란
相軋也 : 서로 해를 끼치는 것이다. 
공자는 뒤이어 명을 흉기로 까지 비유한다.

논어 자로편을 읽고 장자 인간세를 보면, 공자는 인간세에서 제자 안회에게 자기 부정을 한다.
논어에서는 명을 바로잡아야 한다 하면서, 인간세에서는 명은 흉기라고 말한다.
공자에 대한 풍자이다.

도(道)라는 관점에서 공자와 장자는 공통된 면이 있다. 일반성, 보편성 보다는 개별성, 특수성에 관심을 두었다는 점에서 도에 대한 관점은 비슷하다.
그러나, 명에 이르면 공자와 장자는 전혀 다른 관점을 보인다. 공자는 명에 집착하였고, 장자는 명에 집착함을 위험하다 말한다. 

장자가 가진 명에 대한 입장은 노자 도덕경에서 확인할 수 있다.
名可名 非常名
常名에 대한 입장차이가 공자와 노자 사이에 뚜렷하다.

안동림번역에서 명을 명예로 번역하였다. 난 이 번역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내가 장자에 젖어들어 살면서 체득한 바로는 명은 추상 개념을 말한다. 이 해석이 학술적으로 맞는 지는 관심이 없다. 내 체험으로 그렇다는 것이다.

우리는 언어로 생각한다. 언어로 생각한다는 것은 기존에 이미 익힌 추상 개념으로 사물을 분류하고, 추상 개념으로 사물을 의식한다는 것.
우리는 추상개념이 보편성이 있고, 그래서 추상개념 자체를 부정하려고 하지 않는다.
학교 교육은 추상 개념을 가르치는 과정이다. 우리는 학교에서 개념을 배우지, 직접 체험하지 않는다.

우리는 달다는 추상개념을 익히고, 이후에 꿀은 달다는 정보를 배운다. 반대일 수도 있다. 꿀은 달다라는 정보로 부터 달다라는 추상개념을 익힐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는 추상개념으로 생각한다는 점이다. 
꿀이 달다라는 정보만을 배울때,  실제로 꿀을 먹는 체험을 하지는 않는다.    
추상개념으로 아는 정보와 체험으로 깨닫는 지식은 많이 다르다. 우리는 이를 경험으로 안다.

실제 꿀을 먹으면, 꿀은 달지만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체험한다.  단맛도 있지만 쓴맛(인삼이 들어있다면)도 있다. 
미끌거리고, 끈적거리는 오묘한 맛이 섞여 있는 게  꿀맛이다.
이런 관점에서 장자는 명에 집착함을 경계한다. 꿀에 달다라는 추상 개념을 자동적으로 연관시키는 행위를 경계한다.

추상개념을 경계하면,  의식한다라는 것, 생각한다는 것도 경계하게된다. 
만약, 추상개념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언어로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언어가 없다면, 의식도 없어진다. 이 경지가 망아(忘我)의 경지이고 이 경지에 이른 사람이 진짜 사람(眞人)이다.

장자가 떠나고자 한 것은 현실세계가 아니라, 언어에 속박된 세계다.
장자는 개념에 묶여 사는 것을 떠나고자 했지, 현실을 떠나고자 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장자는 자신으로 살고, 세계를 있는 그대로 살려고 했다.
나에 대한 개념을 세우고(예를 들어, 나는 군자다. 나는 대인이다), 이런 추상개념(군자,대인)을 나다움으로 규정하고 규정에 얽어매어져 살지 말고, 그냥 나를 살자고 말한 것이다. 이렇게 살때 인간은 창의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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