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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 전집 읽기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2> 아포리즘  #168 - 253  후기

12월 10일

# 발제를 들으면서 관심있었던 주제들과 나의 생각

168. 음악의 감상성 : 음악이 우리 영혼의 심금을 울리게 되는 이유는 과거의 감정과 음악이 서로 감응하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미적 기쁨과 도덕적 고뇌와의 혼합으로서 이를 정감이라는 단어를 이용해 표현하고 있다. 나는 과거의 감정에 대해서 조금 생각을 해보았다. 과거의 감정은 우주의 역사를 관통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이는 이 진술에 대해서 실소를 터뜨릴 수도 있지만 나는 정말로 진지하다. 사실 우주에서 지구라는 생명이 살기에 적합한 계가 만들어진 것도 우연이며, 그렇게 해서 실제로 인간이라는 고등 생명체까지 진화가 된 것도 우연이다. 그 우연들 속에서 적자생존이라는 자연의 규칙하에 진화를 통해 생존에 적합한 유전 정보들이 유전자 속에 선택 및 축적이 되어 왔다. 인간의 유전 정보는 마치 컴퓨터의 데이터를 연상하게 하지만, 사실 그것보다 훨씬 더 정교하고 복잡하다. 인간의 유전자는 인간 이전의 역사, 그리고 인간의 역사를 내포한다. 유전자 속에 있는 유전 정보는 프로이트가 말하는 무의식의 거의 대부분을 구성한다(정확히는 잘 모르겠다). 이 구성된 무의식은 인간의 탄생과 노화와 더불어 한 개인의 새로운 무의식을 재구성한다. 이 무의식(여기에서 말하는 과거의 감정)이 음악과 감응하는 것을 정감이라고 부르는 것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예측해본다. 감정의 발생의 시발점이 이미 의식이 되었다면 굳이 과거의 감정이라는 단어를 쓸 필요가 있을까 생각이 되기 때문이다. 어쨌든 음악적 감동이 우주의 역사와 음악의 공명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라면, 우리는 충분히 이 감정을 신성하게 볼 수도 있지 않을까?

170. 노동 시간 중의 예술 : 거대한 예술이 필요 없는 자유롭고 충만한 축제와 기쁨의 날들이 우리의 삶을 언젠가 다시 이끄는 시대가 될 것이라는 그의 생각이 상당히 인상깊었다. 원래 삶(노동)과 예술의 구분이 모호했던 원시 사회와 다르게 점차적으로 효율성을 위해서 다양한 분야들이 분업화 되었고, 예술 역시도 노동의 영역에서 점차 멀어져갔다. 이러한 과정에서 예술이라는 특정 분야의 급격한 진보와 발달을 맞이하였으나, 삶과 분리된 예술이 과연 사람들에게 행복을 가져다 주는지에 대해서는 대해서는 쉽게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아닌가 싶다. 현재 예술을 향유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돈이 충분히 필요하며(예술 향유의 빈부격차), 현대인들에게 예술 향유란 사회에서 다음 날 자신의 본업에 재투입되는 그들 자신을 위한 모르핀이다(보통 재생산이라는 용어를 쓰는 것 같다). 그렇다면 예술과 노동의 경계가 허물어진 사회는 과연 행복할까? 냉정하게 얘기해본다면 그것은 우리에게는 미지의 세계이며, 아마 살아보지 않는 이상 모를 것이다. 경험해 보지 않은 이상 우리에게 그것이 적합한지 알 수 없다. 아마 사람마다도 느낌이 다를 것이다. 굳이 찾는다면 예술가가 이러한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어쨌든 현재의 대다수가 현대 사회에 대해 기본적으로 비판적인 안목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 어느 정도 낭만성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이와 같은 물음표가 필요한 곳에는 아마 물음표를 그대로 두어야 할 것 같다.

179. 학자들의 커다란 위험 : 학문에는 완전히 해결 될 수 없는 영역이 분명 존재한다. 예를 들어, 대표적으로 공리를 기반으로 논리를 전개해나가는, 그래서가장 심플하면서도 완결성이 있는 학문 분야인 수학에도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다.

-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 : 수학의 불완전성을 나타내는 정리이다. 첫째, 그 공리계(공리로 구성된 수학 체계) 내부의 자료만으론 참, 거짓을 결정/증명할 수 없는 명제가 반드시 있다. 그렇지 않으면 그 공리계에는 모순이 있다. 둘째, 공리계에 모순이 없다면 스스로의 무모순성을 증명할 수 없으며, 공리계에 모순이 있다는 것만을 증명할 수 있다.

수학 체계는 불완전하며, 그러므로 그 외의 수학보다 모호한 모든 학문 분야는 말할 필요도 없이 불완전하다. 현재도 그러하며,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학문은 엄밀함과 확실성으로 권위를 유지하는가? 바로 학문은 궁극적으로 절대적 진리를 지향하고 표방하지만, 사실은 상황적 진리를 연구하고 발전시키며 그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례로, 한 상황을 놓고 다른 학문 분야에서는 다른 입장과 결과를 표방한다. 마치 코끼리를 만지는 장님들처럼... 하지만, 장님들이 무수히 많아진다면, 그래서 그들이 서로 함께 융화하여 의견을 잘 조율한다면, 언젠가는 그들이 자신들이 만졌던 물체를 코끼리라고 단언하는 날이 오리라 장담한다.

185. 합리적인 죽음에 대하여 : 나는 한 인간이 죽음에 대해 자발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것에 절대적으로 찬성한다. 공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물론 이를 허락해주기 쉽지 않겠지만, 철저히 개인적인 입장으로서 나는 이를 지지한다. 죽는 것보다 사는 것이 더 처절할 때 보통 사람들은 죽음을 상상하고 이를 시도한다. 그것이 육체적 고통이던, 정신적 고통이던. 다만 나는 어떤 합리적인 입장으로 인해 이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철저한 인간에 대한 연민을 바탕으로 이를 지지한다. 그렇기에 니체가 얘기하는 자발적인 죽음과는 어느 정도 차이점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오히려 나의 입장이 더욱 포괄적인 자발적 죽음에 대한 범위를 가지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기술이 발전한다면 인간의 수명은 상당히 늘어날 것이며, 우리는 자연적 죽음 전에 고통스럽지 않은 죽음을 선택할 기회를 맞이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 속에서 죽음이 하나의 축제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마치 한 아이의 탄생처럼. 우주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 죽음이 자연으로 돌아가는 행위라면, 크게 거부감을 가질 필요는 없을 듯 하다. 다만 죽음이 우리에게 고통으로 다가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것마저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죽음 없이도 충분히 아프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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