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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의 철학과 영원회귀의 사유] 1강 후기

달공 2018.09.16 19:53 조회 수 : 255

1. 니체의 존재론에 대한 문제의식

이진경 선생님의 강의는 어떤 의미에서 ‘차이와 반복’이다. 이번 여름에 하셨던 「문학과 예술의 존재론」도 ‘존재의 존재론’의 문학적 ‘변주곡’(?)이었다고 본다면 이번 인사원의 “니체의 철학과 영원회귀의 사유”도 ‘존재의 존재론’의 니체적 변주곡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럼에도 왜 니체의 책이 아니라 니체에 대한 책을 읽고자 하는지에 대한 의문은 남겠는데 이에 대해서는 이미 인터뷰에서 자세히 설명하셨다. “그런 독서를 통해, 혹은 그런 독서와의 대결을 통해 우리 또한 쉽게 보이지 않는 니체의 모습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 때문이다. 역시나, 세미나 식으로 진행한다는 ‘고행의 길’에 기꺼이 동참하신 수강생들의 분위기는 뜨거웠다. 하이데거와 들뢰즈와 클로소프스키의 니체 해석을 통해 우리가 궁극적으로 도달하고자 하는 지점이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자신만의 니체적 존재론에 도달하는 것이리라. 그 여정의 시작에서 선생님은 우리에게 필요한 지도를 한 장씩 나눠주셨는데, 그 이정표의 중요한 키워드는 “영원회귀”와 “힘에의 의지”였다.

 

2. 생성의 긍정과 존재의 일의성

이번 세미나는 ‘들뢰즈의 니체’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고는 하지만 하이데거와 클로소프스키의 해석도 함께 공부하는 기회를 가질 것이다. 우선 워밍업으로 고병권과 진은영 두 분의 대략적인 글을 읽어보는 것이 도움이 될 듯 하여 『다이너마이트 니체』와 『니체, 영원회귀와 차이의 철학』에 대한 발제가 있었다. 두 분의 ‘영원회귀’에 대한 해석은 ‘나름’ 충분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힘에의 의지’에 대한 해석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 같았다. 선생님의 말씀에 따르면, 힘에의 의지가 돌파해야 할 대상은 동일한 것의 영원회귀인데 힘에의 의지를 존재론적으로 이해하기가 그만큼 쉽지 않다는 것이 이유가 될 수 있을 성싶었다. 다행히 발제자들의 질문을 중심으로 선생님께서 답변하시는 형태로 ‘세미나’가 진행되었는데, 인상에 남는 것 중의 하나는 ‘생성의 긍정’에 대한 선생님의 답변이었다. 우리는 생성을 새로 발생하는 것만을 염두에 두고 있지만, 가을의 낙엽처럼 허무나 덧없음, 심지어 늙고 죽어가는 것마저 긍정할 수 있겠는가? 이 긍정을 위해서는 질료적 일원성을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하다. 왜 이 이야기를 하는가? 존재자 모두는 ‘하나’여서 결국 우리를 포함한 모든 존재는 하나의 실체로 돌아갈 것이라는 것. 결국 우리의 소멸도 ‘하나’인 실체의 입장에서 본다면 끝이 아니라 계속 반복되는 생성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일원론은 실체의 영속성을 보증해 주는 역할을 한다. 질료적 일원성이라면 생성뿐 아니라 소멸의 니힐리즘마저 무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질료적 일원성은 둔스 스코투스가 말한 ‘존재의 일의성’을 연상시킨다. 신과 인간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려면 존재론적으로, 질료적으로 같아야 한다는 주장 말이다. 만약 영혼이 개별적인 개체성을 고집한다면 그 존재들이 어떻게 하나로 합쳐질 수 있을 것인가? 개체의 실체성을 부정하는 것은 자기를 넘어서는 자, 곧 자신의 개체성도 넘어설 줄 아는 자가 되는 것이며, 니체는 이런 존재를 ‘위버멘쉬’라 불렀을 것이다. 자신의 개체성을 넘어서는 것은 또한 집합적 개체를 형성하는 것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이러한 형성이 계속 확장된다면 우주 전제와 하나가 되지 않을까? 존재론적으로 우주 전체와 하나가 되는 경지는 ‘힘에의 의지’의 최대치가 될 것인데, 이러한 경지는 결국 개체성을 넘어서 ‘죽음’마저 긍정하는 경지이며, 이것이 일원성에 포섭이 되면 존재로의 회귀가 될 것이다. 이러한 면에서 본다면 결국 ‘영원회귀’란 ‘힘에의 의지’의 궁극적 결과로 남게 될 것이라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선생님의 답변이 너무나 멋있었던 이유는 이를 존재론적으로뿐만 아니라 ‘유물론적으로’ 설명하셨다는 점이다. 에너지는 총량이 있다는 ‘에너지 보존의 법칙’이 힘에의 의지와 무관하지 않으며, 지수화풍의 4원소가 질료적 일원론의 다른 버전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즐거움은 참으로 놀랍기까지 하다.

 

3. 니체에게 ‘의지’란 무엇인가

선물에 의해 만들어지는 공동체에 대한 휴식시간의 ‘강론’에 이어 선생님은 2부를 의지의 개념으로 시작하셨다. 우리에게 ‘의지’란 무엇일까? 『선악의 저편』에 따르면 의지는 복합적인 것이다. 보통 ‘자유의지’를 말하지만 우리가 아는 그런 자유의지란 없다. 내가 화장실에 가고 싶어하는 것은 나의 의지가 아니라 방광의 ‘명령’일 뿐이다. 니체에게 의지는 유기체의 의지가 아니다. 세포들의 의지? 우리 신체 안의 모든 것들은 의지들을 가지고 있다. 주권적 개인은 오히려 이러한 신체 ‘부분’의 명령을 거부하고 신체 ‘전체’의 의지를 관철시키는 자를 말한다. 이런 점에서 의지는 미시적이면서 동시에 거시적이다. 유기체의 의지는 결국엔 차이에서 생겨난다. 모든 에너지는 총량이 같은데도 그 ‘내재성의 장’ 안에서는 특정한 크기와 방향을 갖는다는 점에서, 의지라는 에너지가 되돌아오는 강도는 항상 다른 상태에 있다는 것, 즉 차이로서만 되돌아오는 반복으로서 힘에의 의지는 니체적 관점에서 ‘고양’에 대한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되돌아오게 만드는 것마저 차이나는 것만이 가능한 것이고, 고양으로서 반복은 윤리적인 의미를 함축한다. 실패로 되돌아올 때조차도 “자, 다시 한번!”을 외칠 줄 아는 경지 말이다. 들뢰즈가 『차이와 반복』에서 일자인 실체도 차이로 반복해서 영원회귀하면 결국엔 계속 다른 실체들로만 남게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은 존재의 일원성을 다시 한번 혁신하는 의미가 된다. 여기서 선생님은 일자에 대한 두 가지 해석으로 이러한 의미를 좀 더 분명하게 해 주셨다. 바디우가 들뢰즈를 일원론자라고 비판할 때는 일자가 가지고 있는 어느 한 가지 의미를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일자는 플라톤이 말한 ‘형상적인 일자’뿐만 아니라 ‘질료적인 일자’가 있다는 것 말이다. 쓰레기의 이데아는 있는가? 라는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는 것은 형상적인 일자를 염두에 둘 때 뿐이다. 들뢰즈가 전제하는 질료적인 일자는 개체화하는 차이로서의 일자, 신마저 질료적인 연속성으로 다 녹아버려 하나가 되는 액체적인 일자인 것이다. 칸토어가 말했듯 무한도 다 같은 무한이 아니다. 질료적인 일원성도 어느 것도 같을 수 없는 식별불가능한 상태로서 하나가 되는 일자로서 영원회귀하며 연속성을 증명하고, 모든 사건은 다른 양상으로 반복되면서 개체화된 양태들이 달라지면서 하나에 이르게 된다. 여기에는 둔스 스코투스와 스피노자와 니체가 한데 버무려져 있다. 니체의 의지를 설명할 때조차 니체의 의지 개념만으로 반복되지 않는 이 답변은 무엇인가?

 

4. ‘처럼’의 존재론

인공지능이 ‘결과적으로’ 인간이 하는 행태를 반복해서 할 수 있다면 차라리 ‘인간’이라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선생님의 존재론으로 말할 것 같으면 ‘미천한 것’과 ‘별 볼일 없는 것’을 포함하여 ‘인간도 아닌 것’마저 포섭하는 존재론이라 할 것인데, 오늘 세미나에서도 ‘사물의 의지는 무엇일까?’에 대한 질문마저 니체의 의지개념에 포함시켜 말씀하시는 걸 듣고 있자니 니체가 말한 ‘도래할 철학자’의 탄생을 눈앞에 목격하는 기분이 들기까지 했다. 마치 깨달은 자처럼 (죽을 때까지 그렇게) 살 수 있다면 그를 ‘깨달은 자’라고 말할 수 있듯이 우리가 아는 자처럼 살 수 있다면 ‘아는 자’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 라는 선생님의 마지막 말씀은 너무나 인간적인, 인간적인 격려로 받아들여졌다. 안다고 자랑할 것 없듯이 모른다고 기죽을 거 없다는 말씀을 에둘러 하신 말씀일텐데, 앞으로 남아 있는 여정이 험난한 것처럼 보여 미리 걱정하는 존재들에게 반가운 ‘복음’으로 남기고 싶다. 우리가 세미나에서 이해를 실패했을 때조차 “자, 다시 한번!”을 외치며 우리는 이미 다 이해했다고, 혹은 이해한 사람처럼 세미나에 참석하시면 좋겠다는 말씀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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