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상을 통한 니체의 반실체론적 사유의 재구성                                                                     2018/0908 이아침

    쇼펜하우어의 영향을 받은 니체는 불교를 수동적 니힐리즘으로 이해했고 비판했다. 즉 니체가 접했던 불교 사상은 쇼펜하우어의 철학에 반영된 소승 불교였다. 니체는 소승불교의 사상을 비판함으로써 대승 불교의 사유와 가까워졌다고 볼 수 있다. 대승불교의 선구자인 용수(나가르주나)는 아비달마 불교가 가정한 요소, 연기, 업, 열반의 자성을 부정하며 공 사상을 통해 불교에서 실체론적인 사유를 몰아냈고, 니체 또한 영원회귀 사상을 통해서 실체론적 사유를 부정했다. 실체론은 필연적으로 삶을 니힐리즘에 빠트림으로써 삶을 부정하고 증오로 이끈다. 그러므로 생성을 긍정하려는 사상가는 실체론과 대결해야 한다. 용수는 연기법을 반실체론적 사유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중론]에서 여덟 가지 부정의 명제를 제시한다. 이것의 핵심은 원인, 결과의 개념을 파괴하지 않고서는 실체의 파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연기법을 인과적 발생과는 다른 ‘상호의존적 발생’으로 규정한다. 이런 상호의존성을 ‘공’이라고 부른다. 연기의 진리는 결과가 원인에 의존해서 생성될 뿐만 아니라 원인도 결과에 의존해 생성된다는 것을 뜻한다. 용수의 공 사상을 통해 니체의 반실체론적 사유를 바라보면, 실체론의 제거, 인과성 거부, 원인과 결과의 상호의존성, 원자론(제1원인) 부정, 변화와 생성의 사유는 인과의 상호의존성(상호인과성) 논리에 입각해 구성된다. 영원회귀와 함께 니체의 생성 철학을 구성하는 주된 개념인 힘에의 의지는 바로 이러한 상호의존성을 표현하기 위한 개념이다. 독립적 존재로 상정하기 어려운 힘은 언제나 다른 힘들 간의 상호의존적 작용을 통해서만 존재한다. 변화와 생성을 설명하려면 힘들 전체의 한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의 이행을 만들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즉 힘에의 의지는 힘들의 장 전체에 변화와 생성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러한 불교의 상호인과성 개념에서 이시적 상호인과성은 인과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이시적으로 또는 계기적으로 발생하는 것이다. 이는 결과가 원인으로부터 영향을 받을 뿐만 아니라, 원인도 결과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만남의 우발성을 인정하는, 원인과 결과의 이시적 상호의존성은 현재의 순간에 창조적 생성의 계기가 들어 있음을 보여주는 개념이다. 영원회귀를 시간 속에서 동일한 것이 절대적으로 반복으로 이해하는 것은 [즐거운 학문, 12:315] 구절에 근거하고 있다. 동일한 반복의 교의는 숙명론을 불러 일으킨다. 그러므로 주목해야 하는 것은 절대적 반복의 교의를 말한 자가 악마라는 사실이다. 절대적 반복은 영원회귀의 환영에 불과한 것이다. 이러한 환영이 지워질 때 진정한 영원회귀의 사상이 드러나게 된다. 우리의 현존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영원회귀의 물음은 위대한 긍정을 부르는 물음이며 위대한 부정을 부르는 물음이다. 그러한 대답 속에서 생성이 일어나는 것이다. 영원회귀는 단 한 번만 존재하는 것이면서 동시에 영원히 반복되는 것이다. 그것은 생성의 절대적 반복일 것이다. 영원회귀를 이시적 상호의존성으로 이해되어야 할 지점은 영원회귀의 시간에 발생하는 생성이 이미 창조된 것에 대한 자유을 되돌려 받는 지점이다. 이시적 상호의존성으로서의 영원회귀 사상 속에서 현재는 과거와 상호작용한다. 과거는 실체화된 시간이 아니라 현재의 단 한 번의 생성으로 새롭게 뒤바뀌는 시간이다. 니체가 실체론 비판을 통해 도달하는 사유는 끊임없는 변화를 긍정하는 실천적 행동주의이다.

-영원회귀는 현재의 생성이 과거를 다시 생성하게 하고, 미래를 생성하게 하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