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야화의 천두 번째 이야기] [엘레오노라] [요정의 섬] [한스 팔의 환상 여행] [타원형 초상화] [아른하임의 영토]
실재와 환상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이를테면 반쯤 열린 백합이 있는 꽃병과 감자가 탁자 위에 있다고 할 때, 보이는 대로 그린다는 것은 어떤 것을 의마할까요. 반사된 빛이 망막을 통해 맺는 상을 갖가지 기술로 '정확히' 그리는 것과, 지평선 끝으로 고기잡이배가 지나는 파란 바다와 흰 햇살의 환한 모래사장에서 살갗을 검게 그을리고 있는 이의 엉덩이를 그린다고 했을 때, 과연 무엇이 더 '진짜로' 표현한 것일까요.
저는 실재 있는 그대로의 세계와 마법이 걸린 세계가 구분할 수 있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맡고, 듣고, 느끼고, 먹고, 보는 것을 통해 인식하는 세계가 이미 특정한 마법이 작동하는 세계가 아닐까요. 세계에 대한 같은 이야기는 존재할 수 없고, 사람의 수보다 더 다양한 환상들 모두가 적어도 몽상하는 그 자신에게는 현실적인 이야기 일지도요.
『꿈을 빌려드립니다』 마르케스의 단편집 뒤표지엔 자신이 지금도 하늘을 나는 양탄자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씌여 있습니다. 과연 저 믿음을 포기해야 할 이유가 있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있는 그 자체'를 재현하기 위해 다른 무수한 즐거움들과 혹시 '진짜 잇는 것'을 희생시키는 것은 아닌가 합니다.
"그러나 그녀는 단단한 운명의 줄이 자신의 목을 세차게 조르는 동안, 많은 이야기가 여전히 이야기되지 않은 채 남아 있고, 성급한 언동으로 그 재미난 이야기들을 들을 기회를 잃어버린 것이 왕에게는 가장 적절한 보복이 되었다는 생각을 통해 커다란 위안을 얻었다."
꾸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