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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봄강좌. 박준영 강사인터뷰

[철학, 개념의 성좌 - 고대부터 현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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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안녕하세요 박준영 선생님,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기본적 철학개념을 배울 수 있는 강의로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최근 몇년간 주로 신유물론 강의를 해오셨는데, 이번에 철학개념을 살펴보는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요?

네, 4년 정도 신유물론 공부와 강의, 그리고 집필에 메달려 왔습니다. 신유물론은 현대철학의 최첨단이지요. 그런 만큼 이 철학 사조에는 그간의 전통적인 철학 개념들이 새롭게 사용되고 있지요. 이를테면 ‘물질’이라는 개념이 대표적입니다. ‘물질’은 고대에서 근대에 이르기까지 일정한 의미로 통용되었는데요, 현대철학과 신유물론에 와서 완전히 다른 의미로 사용됩니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우리는 현대철학을 하기 위해, 그리고 그것이 고대, 중세, 근대 철학과의 공통점과 차이점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먼저 전통적인 개념들의 의미를 알아야 하겠지요. 그러나 대개의 분들은 그러한 전통적인 의미를 건너뛰고 현대철학의 텍스트들을 접하기 마련입니다. 누가 나서서 그것을 가르쳐 주지도 않을 뿐더러, 현대철학 텍스트에서 개념 하나하나를 되짚어 설명하는 것도 불가능하기 때문이지요. 때문에 텍스트를 독해하기가 그토록 힘든 겁니다.

이 강좌는 이렇게 여러분들이 철학을 할 때 필수적인 개념들을 공부함으로써, 현대철학이든 고대나 근대 철학이든 그 내용의 맥락을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 열렸습니다. 이 말은 곧 거의 모든 철학의 기초가 ‘개념’에 있으므로, 우리는 그것을 반드시 경유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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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2) 박준영 선생님은 학부 때 불교철학부터 공부하셨는데, 이번 강의에서도 동서양 철학개념이 다 같이 다루어지는지요, 또한 불교철학과 서양철학의 관계에 대해서도 알려주시겠죠?

ㅎㅎ 이 강의는 기본적으로는 서양철학의 개념들을 대상으로 합니다. 그러나 제가 아는 한도 안에서 동양철학 개념들을 소개하기도 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선 짚고 넘어갈 것이 있는데, 이 ‘동양철학’이라는 개념 자체가 요상한 말마디라는 점입니다. ‘철학’은 사실 중국 고유의 학문이나 인도의 학문에는 없는 말이에요. 보다 정확하게 하자면, 중국의 ‘경학’(經學)과 인도의 ‘수트라’(sutra, 경[經]), 비나야(vinaya, 율[律]), 사스트라(sastra, 논[論])가 있을 따름입니다. 이것을 ‘동양철학’이라고 부른 것은 근대 이후 서양철학이 일본으로 유입되고 난 뒤의 일이지요.

그러니, 소위 ‘동양철학’의 개념을 서양철학과 선형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굉장히 섣부른 일입니다. 이 두 학(學)의 갈래에는 서로 통약불가능한 맥락들이 더 많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비교철학’이라는 것도 상당히 섬세하게 접근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저는 저 두 학적 전통을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비교철학이 아니라 다른 길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존의 동서양철학이라는 관념적 분할을 먼저 깨야 합니다. 이것은 만들어진 이분법이에요. 개념도 마찬가지에요. 저 두 학적 전통에 속한 개념을 말할 때에는 ‘비교’가 아니라 ‘횡단’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건 정말 너무나 어려운 사유의 작업이지요. 저는 아직 그러한 수준에는 이르지 못한 사람입니다. 그러니 이번 강좌에서도 일종의 ‘횡단적 사유’를 통해 기존의 동서양 철학의 이분법을 깨보는 약간의 실험을 해 볼 수는 있겠지만 그것이 성공적일지는 장담을 못하겠습니다.

Q3) '개념의 성좌'라는 표현이 익숙하지 않은 분들도 계실텐데요, '성좌'를 좀 더 쉽게 설명해주신다면요?

‘성좌’(constellation)는 말 그대로 ‘별자리’입니다. 비유적 표현이지요. 개념들이 별자리와 같이 서로 군집을 이루면서 상호간에 길항하는 것을 드러내기 위한 것입니다. 철학 개념들은 서로 간의 이념적(ideal) 친소성에 따라 일정한 인력을 발휘하면서 모여 있는 축이 있기도 하고, 또한 서로 떨어져 적대적으로 척력을 띄기도 합니다. 때로는 군집이 깨지면서 다른 별들이 서로 이어져 완전히 다른 별자리가 탄생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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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개념을 안다는 것은 이러한 친소성과 인력, 척력을 통찰한다는 의미이지요. 그리고 여기에 더해 그러한 관계들이 어떻게 변화해 왔으며, 또 지금은 그때와 어떻게 다른 별자리를 그리고 있는지를 안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철학 개념들의 이러한 특성을 가장 잘 나타내는 말이 ‘성좌’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때 제가 자료들을 취합하던 ‘철학 노트’ 표지의 제목도 ‘성좌’였지요. 물론 이 ‘성좌’ 개념을 보고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의 박사논문인 그 유명한 『독일 비애극의 원천』의 한 장을 떠올리시는 분들도 계시리라 봅니다. 그러나 제가 개념을 성좌처럼 생각한 건 벤야민을 알기도 전이었으니 표절은 아닙니다. ㅎㅎ

Q4) 선생님께서 가장 기대고 있는, 혹은 대결하고 싶은 철학자는 누구신가요?  그분의 개념이 이번 강의에서도 주되게 다루어지나요?

제가 어느 위대한 철학자에게 기대거나 그와 대결하려고 한다면, 아마 그것은 충성스러운 제자로서 그러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원한에 찬 적수로서 그러는 것도 아닐 겁니다. 결국에 철학을 한다는 것은 자기의 뇌와 자기의 피부, 그리고 시공간과 얽혀 있는 자신의 신체와 내장으로 한다는 것입니다. 거기에 위대한 철학자들의 부분들도 뒤얽혀 있는 것이겠지요.

개념은 어쩌면 이 ‘철학함’을 가장 잘 드러내는 말일지도 모릅니다. 이를테면 들뢰즈의 철학은 그 안에 니체, 칸트, 프루스트, 베르그송, 사드-마조흐의 살과 신체가 뒤얽혀 있습니다. 그러니 그것을 받아들이는 나조차 그러한 잡종적 신체를 내 신체에 접붙여야 하지요. 그러면 거기 또 새로운 잡종, 돌연변이가 생겨날 겁니다.

그렇다면 과연 나는 누구와 대결하고, 누구에게 기대는 것일까요? 아마 아무도 아니면서 그 모든 것인 어떤 비인격적 물질이 아닐까요?

Q5) 강사님은 어떤 계기로 철학을 전공하게 되셨는지요? 관련하여, 비전공자인 수강생들이 어려운 철학 개념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요?

계기라... 갑자기 아련해지는군요. 일단 집에 책이 많았습니다. 아버지가 굉장한 독서광이셨거든요. 그리고 몸을 움직이기 전에 반드시 책을 보는 이상한 괴벽이 있기도 했습니다. 이를테면 친구들과 야구를 하기로 했다면, 그 전에 야구에 관한 책을 보는 식입니다. 그래서 실제로 잘 하지는 못하는데, 이것저것 앞서서 설명하기를 좋아했지요. 짐작하시겠지만, 이런 이유로 친구는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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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벽장 속에서 꺼낸 35년 전 독서노트들

‘아, 나는 철학자가 되어야겠다’라고 결심하게 된 계기라면, 17살 때 니체를 읽은 후라고 해야겠군요. 정말 엄청난 충격과 감동 속에서 니체의 책들을 탐욕스럽게 읽어 나갔습니다. 저는 그때의 독서이력이 평생 공부하도록 만든 동력이라고 믿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개념’입니다. 일단 철학 텍스트에 한 번이라도 흥미를 느끼셨던 분이라면 처음에는 가슴을 치는 ‘문장’이 기억이 남지만, 조금 더 읽다 보면 ‘개념’이 그 텍스트의 진정한 보물이라는 것을 깨닫지요. 왜냐하면 그 책을 쓴 철학자 자신들도 문장보다는 개념에 자신의 살과 피를 새겨 놓기 때문입니다.

비전공자분들이라 해도 인문학, 그중 철학은 가장 기본적인 개념들을 음미하도록 만듭니다. 여기에는 학문적인 사유 뿐 아니라 삶에 관한 사유, 일상에 관한 사유까지 모두 녹아 있습니다. 관심을 가지거나, 전공하는 분야가 물리학이든, 사회학이든, 인류학이든 철학 개념은 보다 깊고 넓은 우주의 별자리 안으로 여러 분들을 유혹할 것입니다. 이런 흥미진진한 모험에 전공자 비전공자의 구별이 있을 수는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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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개념의 성좌-고대에서 현대까지 :: 강좌신청

일 시: 2023. 4. 6 ~ 5. 11(6강) / 매주(목) pm 7: 30

장 소: [수유너머 104] 2층 대강의실 / 온라인 병행 (Zoom 접속시 비디오켜기!)

회 비 : 12만원 (카카오뱅크 3333-10-9629883 이유정)

          강좌가 시작된 후에는 회비 환불이 어려우니, 신중히 신청해주세요.

          회비를 입금한 분에 한해서, 온라인 강의 주소를 열어드립니다.

문 의: 모집공지 아래 댓글로 문의해주세요. (010-2768-2131)

신 청: 구글독스 신청 후 회비입금 [강좌신청▶클릭]

교재: 박준영 지음, 『철학, 개념-고대에서 현대까지』, 교유서가, 2023   [3월 출간 예정]

 

강사소개 : 박준영 (수유너머 연구원, 현대철학 연구자)

학부에서는 불교철학을, 대학원에서는 프랑스철학을 연구했다. 최근 ‘신유물론’에 관심을 두고 번역과 연구를 하고 있다. 또한 불교철학과 서양철학의 관계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다. 서강대, 상지대, 서울과학기술대, 성신여대 등 여러 대학에서 강의를 했으며, 하고 있다. 『신유물론-인터뷰와 지도제작』을 번역했으며, 『해석에 대하여-프로이트에  관한 시론』을 공역하였다. 공저로 『신유물론-몸과 물질의 행위성』, 『K-OS』, 『욕망, 고전으로 생각하다』, 『사랑, 고전으로 생각하다』 등이 있다.   

강좌소개 및 일정 

철학적 사유는 개념의 성좌로 요약됩니다. 고대 그리스와 중국 그리고 인도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그 성좌의 모습은 조금씩 변하기도 하고 때로는 격변을 겪기도 했습니다. 철학자들이 하나의 개념을 놓고 논쟁을 이어가면서, 개념들은 서로 충돌하기도 하고, 자리를 바꾸기도 하기 때문이지요. 

만약 우리가 이 개념의 성좌가 그리는 변화상을 건너뛰고 공부한다면 책 안에서 반드시 길을 잃게 될 겁니다. 그러므로 그 개념과 연관된 다른 개념들, 그리고 철학자들의 용법에 이르기까지 그 맥락을 아는 것이 철학과 인문학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강좌는 철학 책을 들고 길을 잃는 초심자든, 공부를 계속하는 학인이든 자신이 사용하는 그 말의 의미와 쓰임을 정확히 음미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합니다.

1강(4.6)  존재와 생성 :: 철학과 인문학 개념의 시작과 끝이 이 두 개념에 놓여 있습니다. 1강은 이 시작과 끝을 하나로 잇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2강(4.13)  원리와 원인 :: 세계의 전체상과 그 본질을 탐구하고자 하는 철학자들은 반드시 원리와 원인을 탐구했지요. 이 두 개념은 철학 뿐  아니라 과학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3강(4.20)  하나와 여럿 :: 난만한 세계와 삶 안에서 인간은 언제나 그것을 ‘셈’하려고 했습니다. 그 셈의 가장 기초적인 관념이 바로 하나와  여럿입니다.

4강(4.27)  유한과 무한 :: 고대에서부터 인간은 자신의 유한한 삶에 비해 우주와 신이 가진 무한함에 경이를 느꼈습니다. 이로부터 나온 대립적인 관념이 바로 유한과 무한입니다.

5강(5.4)  필연과 우연 :: 삶이 운명적이라는 생각, 때로 우연한 사건이 겹쳐 그 방향이 완전히 어긋난다는 실망감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끼는 것이지요. 필연과 우연은 그렇게 탄생한 개념들입니다.

6강(5.11)  주체와 타자 :: 인간이 스스로를 주체라고 생각한 것은 근대에 이르러서입니다. 주체는 세계의 중심이었고 그 반대편에 타자가  있다고 생각했지요. 근대 이후 철학의 중심이 되어온 이 두 개념을 살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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