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일 [트러블연구소]에서는 『해러웨이, 공-산의 사유』(b.2020)를 쓰고, 『트러블과 함께하기』(도나 헤러웨이, 마농지,2021), 『종과 종이 만날 때』(도나 해러웨이, 갈무리,2022)를 번역하신 최유미 선생님을 모시고 기후위기에 대한 해러웨이의 핵심적 개념을 중심으로 강의를 들었습니다.
해러웨이는 『사이보그 선언』(1983)과 『반려종선언』(2003) 사이에 사유의 차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이보그 선언』이 사이보그를 성차별을 벗어난 사회정치적 모델로 제시하고 있다면, 『반려종선언』 육신과 대지에 관한 생명정치윤리로 심화됩니다. 이 사상의 변화는 자신의 주변에 대한 삶의 고려가 담겨 있기도 하였습니다. 도나 해러웨이와 함께한 카엔과 신디츄, 두 동물은 인간과 기계, 인간과 비인간의 잡종과 서로의 생명의 관계성까지 도나 해러웨를 사고하게 추동하였어요.
그래서 『트러블과 함께하기』에서는 ‘공-산’, 즉 ‘함께 만드’는 방법에 대한 과학자, 예술가, 동물보호가에 대한 인터뷰와 관찰, 비둘기, 거미 등의 비인간의 삶의 방식에 대한 고찰과 인간과 비인간의 함께하기에 대한 해러웨이의 고민이 실질적으로 담겨 있습니다.
인간은 스스로 자기를 만드는 과정을 문화라고 명명하지만 ‘공-산’의 삶에서 어떤 것도 스스로를 만들지 않는다. 『트러블과 함께하기』는 인간중심주의, 개체주의에 대한 비판적 함의를 강력하게 담고 있었습니다.
최유미 선생님은 입자particle와 파동wave의 예를 들며 ‘공-산’에 대해 설명해 주셨습니다. 빛을 입자로 설명할 때 우리는 빛을 물질을 구성하는 미세한 크기의 물체, 소립자, 원자, 분자로 상상하며 이 입자들은 경계와 장벽이 있는 것으로 영향을 주고 받기를 하지만 스스로가 변화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고에 그치게 됩니다. 하지만 빛을 파동으로 설명할 경우, 빛은 여러 공간을 넘나들며, 스며들어 갈 수 있으며, 경계가 없이 서로 겹쳐지거나 간섭하는 현상을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파동 개념은 중첩되면서 간섭하는 자와 간섭받는 자의 동시적 변환을 일으키는 현상(회절)을 사유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파동의 겹쳐짐은 또한 새로운 패턴을 생성하게 됩니다. 최유미 선생님의 파동에 대한 설명은 도나 해러웨이의 공-산의 사유, 반려종과 실뜨기 하기등의 사유에 쉽게 다가갈 수 있게 해주셨습니다.
또 강의가 끝나고 도나 해러웨이의 인간-비인간의 실뜨기 관계성이 어떻게 보면 인간이 비인간을 이용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질문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는 [트러블 연구소]의 시민연구원 여러분들이 궁금해한 점이기도 했는데요. 이에 대해 최유미 선생님은 해러웨이는 인간이 선함을 전제하는 사유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해주셨습니다. 인간은 어디에나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곳에 있으며, 우리는 세속적 사유를 하고 있으며, 해야 하고, 삶과 죽음, 고통 기쁨, 이용과 책임은 어떤 것도 서로 연결되어 있지 않은 것이 없음을 역설해주셨습니다. 다만 인간이 비인간을 도구적으로 대상화하며 이용하는 것을 비판하는 것은 당연하며, 동물을 행위자, 주체로 받아들여야 함을 분명히 하셨습니다.
개체주의를 넘어 '중첩되면서 간섭하는 자와 간섭받는 자의 동시적 변환을 일으키는 현상(회절)'에 주목하는 파동적 사유에 대한 설명이 인상깊었어요. 또 동물을 행위자, 주체로 받아들이면 동물과 관계맺는 방식이 어떻게 달라지고, 어떤 트러블과 마주하게 될지도 궁금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