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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권의 자본강의>, 마르크스 '프롤레타리아' 확장시킨 획기적인 저작"

일곡유인호학술상, 올해 수상작으로 <고병권의 자본강의> 선정

[프레시안] 2022.10.06 | 이명선 기자

 

2022-1006_고병권의 자본강의.jpg
ⓒ일곡유인호학술상 심사위원회

 

올해 일곡유인호학술상 수상작으로 <고병권의 자본강의>가 선정됐다. 맑스코뮤말레 사무국은 지난 5일 보도자료를 내고 "이례적으로 다수의 학술상 후보 도서가 추천되어 올라왔고, 심사위원회의 심사숙고 끝에 제14회 일곡유인호학술상 수상작으로 고병권 선생의 <고병권의 자본강의>(천년의상상 펴냄)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일곡유인호학술상 시상식은 오는 8일 오후 건국대학교 새천년관 통일인문학연구단 세미나실에서 열리며, 수상자 고병권에게는 부상으로 상금 500만 원이 수여된다. 일곡유인호학술상은 일곡 유인호 선생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일곡기념사업회'가 제정한 학술상으로, 매년 한 권의 책을 선정해서 수상하고 있다. 2008년 첫 시상 이래, 올해 14회를 맞았다.

철학자 고병권은 일곡유인호학술상 수상작인 <고병권의 자본강의> 외에도 <다시 자본을 읽자>, <철학자와 하녀>,<언더그라운드 니체> 및 <북클럽 자본 세트> 전12권과 에세이 <묵묵> 등 다수의 책을 냈다. 서울대학교에서 화학과 사회학을 전공했으며, 주로 국가·자본·인간의 한계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오랫동안 연구공동체 '수유너머'에서 생활했고, 지금은 노들장애학궁리소 회원이다.

 

"<고병권의 자본강의>, 마르크스의 '프롤레타리아' 개념 확장시킨 획기적인 저작"

일곡유인호학술상 심사위원회(위원장 최갑수)는 <고병권의 자본강의>는 "마르크스의 '프롤레타리아' 개념을 확장시킨 획기적인 저작"이라고 평가했다.

심사위원회는 "수상작인 <고병권의 자본강의>는 저자 고병권이 2018년부터 2021년까지 격월간으로 연속 출간한 <자본> 1권 강의록 12권을 다시 한 권의 책(총 1280쪽. 200자 원고지 약 1만 매)으로 묶어 출판한 것으로서, <자본> 1권에 관한 한 국내외를 통틀어 사상 최대의 역작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면서 "<고병권의 자본강의>는 옛 소련 정치경제학 교과서와 대동소이하게 <자본>을 '<자본>의 경제학', 즉 '마르크스 경제학'과 동일시해 온 기존의 해설서들을 넘어서 내용상으로도 새로운 지평을 연 획기적인 저작"이라고 했다.

뿐만 아니라 "기존의 <자본> 해설서들이 대부분 <자본>의 핵심구절의 인용에 그친 것과는 달리, <고병권의 자본강의>는 <자본>의 주석과 인용된 문헌들은 물론, 주요 용어들의 어원까지 세밀하게 검토하여, 마르크스가 <자본>의 독자들에게 전달하려고 했던 바를 거의 그대로, 혹은 그 이상으로 곱씹어 재현"했으며 "이 과정에서 고병권은 '포겔프라이 프롤레타리아'(vogelfreie Proletarier)를 재발견하여 마르크스의 프롤레타리아 개념을 확장하는 성과를 올렸다"고 했다.

이에 심사위원회는 "<고병권의 자본강의>를 수상작으로 선정하면서, 니체에 관해 다수의 대중적 해설서를 출판한 저자가 연륜이 쌓이면서 거꾸로 '좌경화'하여 이전에 니체에 대해 기울였던 것 이상의 열정과 노력을 <자본> 해설서 저술과 관련 대중 강연에 바침으로써 마르크스 독자층의 확대에 크게 이바지한 것, 저자가 장애인 투쟁 등 소수자 운동과 연대하면서 실천적 지식인의 삶을 살아온 것, 또한 일곡 유인호 학술상의 취지에 잘 부합한다는 점을 아울러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고병권 선생을 제14회 일곡유인호학술상 수상자로 선정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하며, 이 학술상의 수상을 계기로 <자본> 2권, 3권을 비롯한 마르크스의 다른 주요 저작들에 대해서도 수상작처럼 듬직한 '동반자'(companion)를 계속 생산해 주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심사위원회는 "올해 심사의 대상이 된 것은 학술상 심사위원회가 위촉한 추천위원들이 최근 2년간 비정규직 연구자들이 출판한 단행본 가운데서 추천한 저서들로서 <시간을 빼앗긴 여자들>, <남자들의 방>, <좀비, 해방의 괴물>, <공동자원체제>, <고병권의 자본강의> 등 다섯 권"이며 "이 저서들이 모두 진보적 관점에서 저술된 중요한 학술적 기여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 책들은 이른바 마트의 '캐셔 노동자'들과 유흥업소 '아가씨 노동자'들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우리나라 여성 노동의 착취와 억압, 차별의 현실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거나, 좀비 영화 비평의 형식을 빌려 팬데믹 이후 재난이 일상화되고 있는 세계로부터의 출구를 모색하는가 하면, 최근 포스트 자본주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커먼즈(commons)에 관한 본격적인 소개를 시도하거나, 마르크스의 󰡔자본󰡕에 대한 새로운 대중적 해설을 제시하고 있는 데서 보듯이, 모두 일곡 유인호 선생의 진보좌파 이념을 계승하고 맑스코뮤날레의 정신에 부합하는 노작"이라고 평가했다.

 

고병권 "<고병권의 자본강의>는 <자본> 요약책 아냐…<자본> 읽으라고 쓴 책"

일곡유인호학술상을 수상한 고병권은 수상 소감문을 통해 "영광"이라면서도 "한없이 부끄럽고 도망치고 싶을 정도로 부담스럽다"고 전했다. 고병권은 "'제가 쓴 책이 이 상에 합당한가'만이 아니라 '제가 걸어온 길이 이 상에 합당한가'를 물을 수밖에 없다. 유인호라는 이름이 그것을 묻게 한다"면서 "사회와 민중에 대한 참회 속에서 연구를 시작하고, 자신의 공부를 역사의 거울에 끊임없이 비춰보는 연구자. 공부와 해방을 도저히 뗄 수 없을 만큼 단단히 묶어둔 연구자. 오늘날 이런 연구자들이 얼마나 있을까요?"라고 자문했다.

고병권은 "돌이켜보면 이 책의 집필에만 3년을 매달렸고 처음 강연부터 북클럽 운영까지 따지면 거의 6년의 시간을 보냈다. 다른 일을 하는 게 거의 불가능했다. 체력도 많이 소진되었"지만, 그럼에도 "대학시절 사람을 바꾸고 사회를 바꾸고자 하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한" 독서모임을 떠올리게 했다며 "마르크스의 <자본>은 이 시대의 독서를 상징하는 책 중 하나"라고 했다.

고병권은 "지금 그때의 독서를 재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시대, 무엇보다 지금의 자본주의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책을 통해 만들어보면 어떨까 생각했"고 "무엇보다 자본주의를 구성하는 근본 개념들(가치, 상품, 노동력 등)과 그것을 떠받치는 사고들을 함께 검토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고병권은 "이 책은 마르크스의 <자본>을 요약해서 전달하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저는 반대로 접근했다. 한 문장 안에 접혀 있는 여러 개의 문장들을 펼쳐 보이겠다는 마음으로 썼다"면서 "<자본>을 대신 읽어주는 책이 아니라 <자본>을 함께 읽어가는 책이 필요하다고 생각"으로 "<자본>을 읽으라고 쓴 책"이라고 밝혔다. 고병권은 <고병권의 자본강의> 내용과 관련해 "<자본>이 자본가와 노동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이어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이 지배적 생산양식으로서 지위를 확고히 하면 고용관계 바깥에 있는 다양한 존재들, 실업자들은 물론이고, 주부들, 심지어는 동물들과 자연생태계 전체가 넓은 의미에서 자본관계 안에 포섭된다(배제적 형태의 포함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면서 "운명이 자본축적과 연동될 수밖에 없다. 저는 <자본>이 이들의 운명을 어떻게 기술하는지(혹은 기술하지 못하는지)를 드러내고자 했다"고 부연했다.

"뿐만 아니라 노동자가 고용관계 안에서 겪는 착취와 폭력이 이들 존재가 바깥에서 겪는 폭력의 변형이라는 점도 보이려고 했다"며 "노동자에 대한 착취가 노동자의 여성화, 동물화, 자연화와 맞물려 있다는 것이다(물론 여성화, 동물화, 자연화를 통해 착취가 이루어진다는 것은 여성, 동물, 자연(토지)이 이미 착취와 폭력의 상태에 놓여 있다는 뜻이다)"라면서 "마르크스의 비유가 이를 시사해준다. 이를테면 마르크스는 노동력 판매와 더불어 자본가에게 장악된 노동자의 처지에서 몸을 판 여성과 가죽을 팔고 무두질을 기다리는 소를 떠올렸다. 노동과정에서는 효모를, 잉여가치의 생산에서는 여물을 먹고 기수를 태우는 말을 떠올렸다. 매뉴팩처에서 일면적 존재로 전락한 노동자를 언급할 때는 단지 모피와 지방 때문에 통째로 도살당하는 동물들을 떠올렸고, 기계화된 자본주의 농업에서는 노동자만큼이나 생명력을 잃어가는 토지에 대해 생각했다"고 했다.

고병권은 "이 외에도 <자본>에는 여러 존재들이 등장한다. 공장에서 일하는 소년소녀 노동자들, 일자리를 찾아온 이주민들, 도시재개발로 밀려난 철거민들, 인간상품으로 팔려와 생산수단으로 사용되는 식민지인들. 이들 모두가 넓은 의미에서 자본관계 아래 포섭되어 있다"며 "저는 이들 모두가 노동자들만큼이나 자본축적에 필수적이며, 노동자들만큼이나, 아니 그 이상으로 착취당하고, 또 그만큼 자본주의 변혁을 고려할 때 중요한 존재들이라는 점을 보이려고 했다"고 했다.

 


▲ <고병권의 자본강의>(고병권 지음, 천년의상상 펴냄) ⓒ천년의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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