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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
-이창기
우두커니 먼 산을 바라본다
코를 킁킁거리며 온몸 구석구석 냄새를 맡는다
사정없이 몸을 흔들어 나뭇잎을 떨어뜨린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오줌을 깔긴다
1초 정도의 간격을 두고 세 번씩 반짝거린다
적당한 나뭇가지를 꺾어 발로 움켜쥐고는 죽은
나무줄기를 두드린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다
무릎 꿇고 앉아 잔디 사이에 번진 토끼풀을
먹다가 쥐어뜯는다
그러다 밀짚모자를 벗어던지며
넌 도대체 어디에 숨어 있는 거니!
하고 버럭 소리를 지르고 싶을 때
어디선가 바람을 타고
지저귀거나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릴 때
시집 <나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 문지. 2005
강의를 들은 후, 떠올린 시입니다.
나라고 할 만한 것이 없으면서 거의 모든 것인 나!
오래도록 제가 짊어지고 가야할 화두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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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진완샘은 멋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