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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여름강좌] 천 개의 밤, 뜻밖의 읽기 :: 강사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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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어: 이다희) 

Q. ‘페미니스트가 아니라 아웃사이더가 되자’는 제안이 인상적입니다. 최근 7~8년 동안 한국에선 어느 때보다 ‘페미니스트’라는 단어가 많이 쓰였습니다. 이 시점에서 페미니스트란 단어를 폐기하자는 울프의 『3기니』를 읽어야 하는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요?

[우리들의 인문학] 버지니아 울프, 그 찬란한 슬픔의 이름[3기니] 낭독모임 여섯번째 책  A. (김주원) 버지니아 울프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자기만의 방』을 쓰고 거의 10년 뒤 『3기니』를 발표하는데, 그 당시 유럽은 나치즘과 전쟁의 공포가 만연하던 시기였습니다. 울프는 이미 『자기만의 방』에서 여성의 지위와 독립에 대해 얘기했지만 그가 살았던 시대는 여성의 권리를 외치는 페미니즘만으로 충분하지 않았던 거죠. 울프가 보기에 여성들 앞에는 굴종적인 가부장제가 있고 뒤로는 탐욕적인 자본주의가 있는데 두 악(惡)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둘 다 최악이었는데도 말이죠. 초기 페미니즘의 문제 의식을 보여주는 울프의 분석은 지금 읽어도 탁월한 지점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3기니』는 여성의 자유와 독립의 중요성만큼 어떤 종류의 삶을 살고 어떤 인간이 되고 싶은지를 거듭 질문하는 책입니다. 울프는 페미니즘 운동이 동반하기 쉬운 분노의 정념, 반(反)남성주의와 거리를 둡니다. 울프의 관심은 여성들의 권리를 옹호하는 ‘페미니스트’가 아니라 전쟁하지 않는 인간이 되려면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였습니다. 울프의 소설을 읽을 때처럼 울프가 제시하는 ‘아웃사이더 협회’ 가입 조건은 까다롭습니다. 울프 스스로 페미니즘의 기준을 한껏 높히고 넓혀놓은 것이죠. 그러면서도 유머와 연대를 향한 손길을 놓지 않습니다. 울프의 인식은 ‘페미니스트’를 넘어서 있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페미니즘이 왜 필요한가를 다시 사유하게 합니다.

 

Q. 정화 선생님과는 몇 달 전 세미나에서 카프카의 『실종자』와 『소송』을 함께 읽었는데요, 그때 못들은 강의가 여기서 펼쳐지니 너무 기쁩니다. 카프카는 두 소설의 주인공을 두고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합니다. “로스만(실종자)과 요제프K(소송), 죄 없는 자와 죄 있는 자, 결국 이 두 사람은 모두 처벌되어 죽는다. / 죄 있는 자는 맞아 쓰러지고 죄 없는 자는 옆으로 떠밀리는 방식으로”(『일기』) 『소송』은 카프카의 여러 소설 중에서도 아버지의 법, 초월적 명령 등 ‘거대한 것’이 가장 두드러지는 소설이 아닐까 싶은데요, 카프카 작품 중에서도 왜 『소송』에 주목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카프카의 가장의 근심[도서 리뷰 - 프란츠 카프카의 '소송'] 소송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A. (황정화) 네, 저는 카프카의 『성』, 『소송』, 『실종자』 등 장편소설은 물론이고, 그의 아름다운 단편 소설들을 사랑합니다. 이번 강의에서 『소송』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모든 피고인은 아름답다”라는 이 한 문장에 매혹당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어느날 느닷없이 소송에 걸린 요제프 K는 ‘피고인’으로서 낯설고 불편한 세계 속으로 휘말려 들어가게 됩니다. 고요하고 정지된, 그래서 낯익은 세계로부터 떠밀려져 탐색하고, 도모하고, 흔들리는 피고인은 우리를 매혹하기에 충분할 것입니다. 이 여름밤, 카프카가 걸어오는 뜻밖의 소송에 연루되는 것은 어떨지요.

 

Q. 코로나19 시대에 가장 다시 읽힌 소설을 꼽는다면, 많은 사람이 카뮈의 『페스트』를 떠올릴 것 같습니다. 재작년 내내 베스트셀러에 올라와 있었죠. 저도 코로나19가 퍼지자마자 친구들과 『페스트』를 같이 읽었습니다. 그런데 이 고전이 정말 ‘다시’ 읽혔냐 되묻는다면 쉽게 답하기 어렵습니다. 역병에 대항하는 영웅적인 의인들, 인간의 선의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읽히지 않았나 싶어서요. 그래서 더 하얀 선생님의 강의가 기대됩니다. 선생님께서 드러내려는 『페스트』 또 다른 ‘결’, 힌트를 조금 주신다면요?

젊은날의 카뮈책A. (송하얀) 물론 『페스트』 속에서 재난 안에서도 지속되는 사랑 국가에 대한 저항, 자체적 연대 행위를 읽어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코로나19 속에서 현재 우리와 소설 속 오랑의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겹쳐지고, 소설을 읽으며 이 재난을 언젠가 우리도 마무리 할 수 있다는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재난 서사 안에 다른 글쓰기가 또 펼쳐지고 있음을 읽어낼 수 있어요. 바로 작품 속 등장인물인, 의사 리외와 예술가 타르, 말단 공무원인 그랑의 글쓰기가 겹쳐있어요. 리외는 재난의 생활사를, 타르는 오랑시와 시민들의 의미 없어 보이는 단편들을, 그랑은 문학적 글쓰기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재난과 어떤 관련도 없어 보이는 문학적 글쓰기에 대해 이번 강의에서 주목해보고자 합니다.

 

Q.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누구나 한 번씩은 들어본 말 아닐까요? 전세계적인 유행어를 가진 햄릿의 마지막 말이 ‘침묵’이란 게 흥미롭습니다. 많은 사람이 햄릿의 말을 되뇌고 있을 때, 햄릿의 침묵에 들여다보신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요. “the rest is silence (남은 것은 침묵)” 유정 선생님께선 왜 이 마지막 문장에 주목하셨나요? 

[책 리뷰] ‘생각을 바꾸면 행복이 보인다’ 독서보고서햄릿A. (이유정) 햄릿은 셰익스피어의 어떤 인물들보다도 많은 말들을 한 인물입니다. 전체 3880행 중 1500행을 햄릿 혼자 말했어요. 사실 햄릿은 유언이라고 할 만한 부탁을 친구 호레이쇼에게 남깁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전해달라(to tell my story)’고 그리고 마지막 숨을 거두면서 스스로에게 하는 독백같은 말이 ‘남은 것은 침묵’입니다. 저에게는 이 말이 아이러니하면서 무척 시적이었습니다. 사실 침묵할 나머지를 언급하기 전에 침묵해서는 안 될 이야기를 햄릿은 나름의 방식으로 끊임없이 말했죠. 햄릿에게 복수 혹은 애도의 수행은 ‘기억과 진실찾기’였다고 생각합니다. 진실은 결코 단편적이지 않으며 말해질 수 없는 것들, 기억 (불)가능한 기억과 망각을 포함합니다. 그런데 말해지지 못한 나머지의 침묵은 계속 되어야 할 이야기하기의 가능성이 아닐까요? 침묵은 어떻게 가능한가의 질문은 이야기하기는 어떻게 가능한가로 다시 물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지난 <Ten lullabies> 소네마리 전시(http://www.nomadist.org/s104/E2_GallerySonemari/476874)에서 보르헤스의 『픽션들』을 소개해주셨죠, 그간의 사진 작업을 다시 생각하게 된 각별한 소설이라고요.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무척이나 궁금했는데요, 이번 강의가 특히 반갑습니다. 응답과 물음이 반복되는 미로, 보르헤스의 미로 속에서 선생님께서 찾은 답이 궁금합니다. 그건 ‘헤맴’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답이었나요? 보르헤스 소설의 어떤 점이 선생님의 기억을 건드렸나요?

고전 소개 11/ 픽션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픽션들A. (이혜진) 이번에 전시했던 <Ten Lullabies>는 시간에 대한 작업이었습니다. 그런데 작가노트에서도 밝혔듯이 작업을 마무리 짓는 과정에서 엉뚱하게 포장해 그 뒤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았지만 다시 정리하지 못했죠. 사진을 찍을 당시 텍스트와 시간에 대해 가졌던 생각을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던 겁니다. 그런데 『픽션들』을 읽으면서 보르헤스의 시간에 대한 물음이 저를 응답하게 했습니다. 좀 거창하게 말하면, 응답과 물음이 반복되는 미로의 증식이 일어난 거죠. 저 또한 그 미로에서 응답에 물음을 가지고, 다시 응답하고 다시 물음을 가지고... 그렇게 ‘헤맴’이 지금도 반복되고 있습니다. 아마 계속 지속되겠죠. 하지만 이 ‘헤맴’은 시간마다 차이를 가져 지루하지 않아요. 보르헤스의 말대로 놀이가 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래서 이번 강의를 통해 누군가도 이 ‘헤맴‘의 놀이를 같이 할 수 있을 거라 봅니다.

 

Q. 로빈슨 크루소는 ‘경제적 인간’의 전형이라고 하죠. 한 페미니스트는 경제학자들이 로빈슨 크루소를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인용한다고 꼬집기도 했습니다. (『잠깐 애덤 스미스씨, 저녁은 누가 차려줬어요?』) 자기 이익 추구를 동력 삼아 자연을 개척하는 독립적 인간,이때 방드르디는 크루소가 개척하는 또 다른 자연일 뿐입니다. 이 방드르디를 전면에 세울 때 이야기가 어떻게 달라질지 정말 궁금한데요, 선생님께선 왜 이 소설에 끌리셨나요?

미셸 트루니에, 언젠가 어떤 여자를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 A. (김주원) 로빈슨 크루소는 현대인에 관한 신화이자 자기계발형 인간이라 할 수 있죠. 개발과 정복, 진보하는 인간의 표상입니다. 미셸 투르니에는 『로빈슨 크루소』를 뒤집어 다시 씁니다. 이 때 패러디는 의도적 모방이기도 한데 원본에 대한 비판적 분석이 수반됩니다.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을 그렇게 볼 수 있지만, 소설 자체로도 참 멋진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무인도에서 살아남기 위해 온갖 것들을 실험하는데 인간적인 것들을 넘어 가거든요. 이 소설은 우리가 아는 로빈손 크루소를 연상시키지만 사실은 그가 보지 못한 것, 끝내 볼 수 없었던 것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원시로의 회귀는 인류학적 탐색이기도 한데 이 소설은 그런 해석의 욕망을 자극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 소설에서 원시적인 타자성은 인간의 삶에서 배제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이 지금까지 길들여진 삶의 방식과 가치들을 지우거나 역전시키고 있어요. ‘경제적 인간’이 놓친 다른 삶의 모습이 거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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