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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인지12_몸페미니즘_에세이_도윤

도윤 2022.05.28 16:41 조회 수 : 67

체액과 혐오의 관계성

 

체액에 대한 태도는 감정을 배제하고는 이해될 수 없다. 

누스바움에 의하면 감정적 상태가 된다는 것은 지향적 대상에 대한 평가적 믿음을 갖는 것이다. 혐오는 일차적으로 자신들은 오염물과 그것을 교환시키는 사람들과는 다르게 순수한 존재라는 믿음을 가지며, 이차적으로 그들이 규제받지 않는다면 결국엔 자신들을 오염시킬 수 있는 위험한 존재라는 믿음을 갖는다고 분석해볼 수 있다.

본 에세이에서는 체액을 혐오와 연결하여, 여성이 어떻게 사회를 파멸로 유혹하는 질병의 보균자로서 형상화되었는지 그메커니즘을 이해해보고자 한다.

 

한편으로 혐오는 위험한 것들을 수월하게 피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가이드라인으로, 인류의 진화적 유산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적으로 확장되어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를 공고히 하는 수단으로 활용되어 왔다. 본 에세이에서 다루려는 혐오는 후자의 혐오에 해당한다.

 

 

혐오에 대한 논쟁은 1957년 울펜덴 보고서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해당 보고서는 행위(대표적으로 동성간의 성행위)를 도덕성을 이유로 처벌할 수 있는가? 라는 물음을 촉발시켰다. 

보고서의 결론은 성매매와 동성애를 그 자체로 처벌받아야할 대상으로 보는 것은 죄악의 영역과 실질적 범죄의 영역을혼동한 까닭이며, 법적으로 타당하지 못하다는 것이었다.

 

이 보고서의 내용에 대해 반대를 펼쳤던 사람들 중 가장 대중적인 옹호를 받았던 인물인 판사 데블린의 주장은 "구성원의혐오에 반응해서 법을 제정하지 않는다면 사회가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최근에는 줄기세포 연구 위원회를 이끄는 레온 카스가 이를 이어받아 "심원한 것들을 위반하지 않도록 경고하는 깊은 지혜"를 혐오가 담고있다고 주장했다.

 

 

이들 혐오 옹호론자들의 주장을 분석해보자. 먼저 데블린의 논리는 사회가 요구하는 절제를 지킬 수 있는 자기통제의 능력을 지닌 주체만이 자유로울 수 있고 그렇지못한 주체는 예속되어야 하는데, 그 예속이 혐오를 법에 반영함으로써 가능하다는 것이다. 카스의 논리는 사회질서의 토대가 되는 금지를 위반하지 않도록 신호를 주는 것에 법이 귀기울여야 한다고 보며 혐오가 바로 이러한 최후의 경계선으로서 역할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사회의 근원적인 지배-피지배 관계와 질서가 혐오 감정에 의해서 지탱된다는 점을 분명히 말하고 있다.

지배집단은 자신들의 도덕성을 파멸시킬 수 없는 것으로 공고히 만들기 위해 동물성을 정상성의 범주에서 떼어놓는다. 그리고 취약계층을 '완충지대'에 위치시킴으로써 그들을 예속화시키며 안정감을 느끼는 것이다.

 

 

혐오는 과거에 발생한 실질적 손상에 반응하는 분노와는 다르다. 미래에 발생할 것이라고 여겨지는 상상적 손상에 대한반응이 혐오다.

혐오는 타인이 가하는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해악과는 무관하다. '동성애자가 공동샤워장에서 상대를 쳐다본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너를 전염시킬 수 있다'는 위협의 신호로 인지하고 정당방위(그에 대한 폭력 등)를 행사하도록 그를 강제하는힘이 혐오에 담겨있다.

 

유대인 철학자 바이닝거의 주장 "여성은 남성이 지닌 동물성이며, 남성은 혐오와 죄책감으로 반응하며 자신이 간직한 동물성에서 멀어지고자 한다" 

 

심리학자 어닌스트 베커의 주장 "신체 배설물에 대한 혐오를 키우는 주체는 모든 신체적인 것뿐만 아니라 퇴화와 죽음이라는 운명에 맞서고 있다"

 

 

이들의 주장을 종합해보면 혐오는 

"자신이 유한하며 부패하기 쉬운 동물적 존재라는 사실을 강하게 상기시키는 대상"과 연결될 수 있다는 가능성 자체를 위협으로 판단하고, 이런 대상에 의해 오염되지 않으려는 감정적 표현이라고 정리될 수 있다.

이것(인간의 취약성)을 상기시키는 가장 대표적인 것은 체액이며, 체액은 정상인의 신체에 끊임없이 비정상성의 공포를환기시킨다.

그리고 체액에 대한 혐오는 이처럼 알 수 없는 상태(예외상태)에 대한 불안에서 도피할 수 있게끔 해준다.

 

지배집단이 불멸의 존재가 아니라 취약한 존재라는 사실이 드러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기 위해 혐오의 전략이 채택된다. 오염물과 여성들을 환상적으로 연결시키는 믿음이 작용한다. 이때 여성들은 유동적이고 위험한 존재로 인지된다.

남성들에게서 출발해 여성을 지나 소유의 관계를 산출하는 방향의 운동만이 인정된다. 퇴화와 취약성의 한계를 넘어려는시도, 불멸을 향한 일방통행만이 허용된다. 남성의 정액만이 교환가능해야 하고, 여성의 체액은 전염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교환가능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성의 체액 중에서도 양수는 아늑하고 신성한것으로 여겨진다. 사실 체액 안에서 아기가 자라난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아이러니한 일이다.

여성을 온전히 유체적 존재로 보려는 시도는, 보균자의 이미지를 더 공고히 하거나 고체적 정체성과 유체적 정체성의 대립구도에 갇힐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마사 누스바움, [혐오와 수치심], 조계원 옮김, 민음사(2015)

엘리자베스 그로스, [몸 페미니즘을 향해], 임옥희,채세진 옮김, 꿈꾼문고(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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