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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인지13] 몸 페미니즘 7장_후기

이소 2022.05.15 22:35 조회 수 : 77

7장 강도와 흐름에서는 질 들뢰즈와 펠릭스 가타리의 <기관 없는 몸>과 이 개념이 페미니즘과 연결하여 어떤 의미를 갖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세미나를 통해 이해한 내용을 제 언어로 정리하는 후기를 작성하고자 합니다.

<욕망의 의미>

  7장 전반의 내용을 논하기 위해 들뢰즈에게 욕망과 강도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다니엘 파울 슈레버는 신이 세계를 멸망시키고 자신을 여자로 변신시켜 신인류를 낳게 할 것이며, 의사와 간병인 등 “일시적으로 급조된 인간들”이 자신의 영혼을 살해하려 한다는 망상에 시달립니다. 프로이트는 슈레버가 아버지의 엄격한 교육 방법 때문에 ‘거세 공포’를 느꼈고, 아버지의 남성성에 자신을 일치시킬 수 없게 되자, 그 결핍으로 자신을 여성성에 일치시킨 것이라고 해석합니다. 슈레버의 망상을, 슈레버의 아내가 아들을 낳지 못하는 ‘결핍’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는 해석 또한 욕망을 결핍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는 관점입니다. 이와 달리 들뢰즈에게 욕망은 ‘생성으로서의 욕망’을 의미합니다. 이 욕망은 긍정적이고 능동적인 욕망으로, 무언가를 획득하기 위함과 같은 목적을 향한 욕망이라기보다는, ‘연결하고 분리하며 생성해내는 일련의 실천’ 그 자체를 말합니다. 욕망하는 몸은 “욕망하는 기계”로, 이때 기계는 고정되지 않은 흐름으로서의 몸을 의미하며, 이는 하나의 고정된 기능, 목적을 수행하는 유기체와 구분됩니다.

 

<강도의 의미>

  들뢰즈의 강도의 의미를 둘러싼 논의가 있었습니다. 들뢰즈에게 강도가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으나, 그로스의 설명만으로 들뢰즈의 강도를 이해하기는 어려워 세미나가 끝나고 ‘질 들뢰즈의 초월적 감성론에 대한 연구(안소현, 2003)’ 논문을 읽으며 강도의 의미를 정리해보았습니다.

  들뢰즈의 강도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칸트의 강도 개념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칸트는 『순수이성비판』에서 <지각의 선취의 원리>에 대해 설명하며, 우리의 모든 감각 속에는 어떤 원리가 들어있으며, 이는 “모든 현상에서 감각의 대상인 실재적인 것은 강도적 크기를 갖는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색이나 맛의 느낌을 순간적으로 수치화할 수는 없지만, 더 붉거나 덜 달다는 차이를 포착하게 되는데, 이것이 내포적 크기, 즉 강도입니다. 칸트는 어떻게 우리가 강도를 하나의 크기로 인식하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강도를 실재성과 부정성 사이의 거리로 설명합니다. 감각에 실재성(=1)이 대응한다면, 감각의 결여에는 부정성(=0)이 대응합니다. 현상을 연속적이라고 한다면, 이 실재성과 부정성 사이에는 무한히 많은 정도의 차이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모든 실재적인 감각은 강도를 갖는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들뢰즈는 강도가 근본적으로 차이라는 것을 강조합니다. Simont은 들뢰즈에게 있어 “강도의 차이”는 동어반복이라고 말합니다. 이와 함께 더 어려운 말을 하는데, “감성적인 것의 근거, 현상하는 것의 조건은 시간과 공간이 아니라, 강도의 차이 안에, 차이로서의 강도 안에 포함되고 그 안에서 규정되는 ”즉자적인 불균등“, 불일치”라고 언급합니다. 이 복잡한 한 문장 안에 들뢰즈가 이야기하는 강도의 특징이 모두 담겨있습니다.

  들뢰즈가 이야기하는 강도는 다음의 세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강도는 칸트가 말한 대로 실재성(1)과 부정성(0) 사이의 차이입니다. 강도를 단위로(외연량으로) 환산하거나(ex.30℃), 질을 부여하여 설명하는 것(ex.따뜻하다)은 강도와 구분됩니다. 전자는 분할 가능하며, 후자는 분할 불가능한 하나의 질이 되어버리는데, 강도는 “보다 크다”, “보다 작다”라는 불균등함으로만 나타낼 수 있을 뿐이기 때문에 다르다는 것입니다. 칸트는 강도를 언제나 부정성(강도=0)과 비교에 의해서만 나타낼 수 있다는 점에서, 경험에 있어 가장 근본적인 것을 0, 즉 순수한 형식적 직관으로 보았습니다. 이와 달리, 들뢰즈는 강도=0이란 추상되어 가능할 뿐인 거짓된 개념이라고 말합니다. 우리가 강도를 포착하는 한, 그것은 언제나 실재하는 것이고, 그것이 아무리 작을지라도 부정성으로 표현될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들뢰즈는 강도에는 실재성으로부터 부정성으로 이행(0에서 1로 경험이 발생하지는 않으니까)하는, 점강만이 오로지 존재한다고 말합니다. 강도는 질과 양을 인식하기 위한 조건이자, 시간과 공간이라는 순수한 형식(=0)보다도 근본적인 지위에 놓입니다. 즉, 차이로서의 강도는 질과 양, 나아가 시공간이 발생하는 조건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차이는 거리와 깊이를 갖습니다. 먼저, 거리는 우리가 손을 물에 넣을 때 느껴지는 차이와 같이, “보다 크다” 혹은 “보다 작다”라는 상대적인 것으로 표현되는 차이를 의미합니다. 한편, 깊이는 실재성과 부정성 사이의 차이를 의미합니다. 우리가 강도에서 어떤 크기를 느낀다면, 그것은 실재성에서 부정성으로의 깊이를 느끼기 때문이며, 깊이는 “보다 크다”와 “보다 작다”로 표현되는 여러 거리들을 자신 안에 감싸고 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강도는 설명되거나 펼쳐지는 것이라기보다는 함축되어있다는 특징을 갖습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들뢰즈는 강도가 이념을 현실화하는 조건이라고 말합니다. 들뢰즈는 이를 녹색과 관련지어 설명합니다. 내가 색의 이념을 가지고 있을 때, 나는 감각하는 어떤 색이 녹색의 요소를 더 많이 가지고 있는지, “보다 크다”와 “보다 작다”의 관점에서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즉, 내가 색의 이념을 갖고 있을 때, 그 안에는 어느 정도의 범위 내에서 노란색과 파란색이 섞여 있는 것을 내가 녹색이라고 부르는지, 어느 정도의 명도와 채도를 가진 것을 내가 녹색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에 관한 미분율과 그 관계가 형성하는 특이점들이 존재합니다. 이를 강도의 개체화 기능이라고 하는데, 이를 통해 들뢰즈는 감성이 이념의 현실화의 조건이 된다는 것을 설명합니다. 즉, 강도는 우리의 경험이 발생하게 하는 실재적 경험의 조건이 된다는 것입니다.

  이로써 강도에 대한 약간의 지식과 함께 더 많은 혼란을 안게 되었습니다.

 

<기관 없는 몸>

  욕망하는 기계와 강도, 즉 차이가 강조되는 개념이 “기관 없는 몸”입니다. 여기서 기관이 없다는 것은 통일되고 단일한 유형. 조직 또는 구조가 아니며, 더 고차적인 목표를 위해 봉사하는 기관으로 구성된 몸이 아님을 의미합니다. 즉, “기관 없는 몸”은 정신적인 내부가 없는, 욕망하는 기계의 흐름과 강도에 순응하는 몸, 즉, 속도와 강도의 표면으로서의 몸입니다. 몸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리좀과 수형도를 대비해보는 것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원인과 중심이 분명한 수형도와는 달리, 리좀은 어떠한 목적, 근원, 중심이 없는 그물과 같은 네트워크를 의미합니다. 통일체로서의 몸이 어떤 고정된 목적, 중심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수형도의 이미지로 그려질 수 있다면, “기관 없는 몸”은 리좀의 이미지에 대응됩니다. 이 “기관 없는 몸”은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조직화, 구조화, 계층화되고 규제되고 배치되고 기능적인 몸에 반대하는 몸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의미화, 주체화가 일절 없는 몸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러한 몸은 텅 빈 기관 없는 몸으로, 텅 비어있는 채로 재결합의 반복 속에서 자기 자신을 무화해버립니다. 결국, 기관 없는 몸이 되기 위해서는, 약간의 의미화와 주체화의 공급은 필요합니다. 이 부분에서 기관 없는 몸과 탈계층화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그 반대가 되는 단계를 거쳐야 함을 말하는 것인가 하는 질문이 들었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며 기관 없는 몸은 단계들을 거쳐 최종적으로 도달하는 고정된 어떤 상태라기보다는, 다른 주체와 의미, 질서와 계층으로의 변화 가능성이 열려있는 상태 그 자체를 의미한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즉, 약간의 의미화와 주체화의 공급과 계층화는, 기관 없는 몸에서 유기체로 한 발 후퇴한 상태가 아니라, 이 의미화, 주체화, 계층화가 다른 의미, 주체, 계층으로 변화 가능한 상태에 놓여있다면, 즉 계층화와 탈계층화라는 두 표면 사이를 가로지를 수 있는 몸이라면, 이 또한 기관 없는 몸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여성 되기>

  들뢰즈와 가타리는 “몰적인 통일성”과 “분자적인 되기”를 대비하며, 전자에 남성성(혹은 남성 되기), 후자에 여성성(혹은 여성 되기)을 연결짓습니다. “몰적인 통일성”이란 통일체로서의 유기체, 정체성과 고정성을 형성하고 안정시키는 것과 관계된다면, “분자적인 되기”란 변화와 생성의 흐름과 관계됩니다. 이들이 말하는 “소녀 되기”는 “분자적인 되기”와 같은 의미를 가지며, 소녀가 자신의 몸에 각인되는 역사에도 불구하고, 나이, 집단, 질서, 왕국에 소속되지 않은 채 “모든 곳으로 미끄러져 들어가는”, “n개의 분자적인 성”을 생산하는 소녀의 이미지를 기반으로 합니다. 그로스는 이를 두고 이들이 ‘소녀 되기’라고 칭하고는 있으나, 사실 소녀의 몸으로부터 비롯된 소녀의 특수성이 배제된 ‘분자적인 되기’와 다름없다는 점에서, “특수성이 아닌 여성 되기라는 추상적 관념을 우월한 위치에 놓는”다며 들뢰즈와 가타리를 비판합니다. 이를 통해 그로스는 고정된 유기체로서의 몸보다는 “분자적인 되기”를 지향하면서, 들뢰즈와 가타리의 한계를 보완하여 몸에서 비롯된 특수성을 고려하는 페미니즘을 이야기하지 않을까 하는 예상을 해볼 수 있었습니다. 그로스가 “분자적인 되기”와 몸의 특수성을 고려하는 것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이야기할까, 혹은 다루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품으며 다음 주 텍스트를 읽어보고자 합니다. 또한, 이 부분에서, 여성성을 이야기할 때 여성이 공통으로 가지는 특징을 이야기하는 것과 개별 여성 간의 차이를 강조하는 것 사이의 균형과 긴장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었습니다. 여성 간의 차이를 강조하는 것은 페미니즘 담론이 다양한 소수자 담론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시사함과 동시에 페미니즘 담론이 갖는 특수성을 자칫 잃어버리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마지막 8장에서 모두가 기다리는, 그래서 대체 그로스의 의견은 무엇인지에 대해 알 수 있을 예정이라 많이 기대됩니다. 다음 주 선생님들의 프로포절을 응원하며 후기를 이만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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