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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권 2강 후기] 지하실에서 들은 것들

최철민 2022.04.17 02:37 조회 수 : 127

첫 번째 강의를 들으며 나는 이런 계획을 세웠다. 으흠, 앞으로의 강의를 따라갈 만한 흥미가 생기지 않으므로 두 번째 강의부터 줌으로 참석하고, 세 번째부터는 불참한다... 연착륙으로...  나는 개와 고양이가 다가오면 무서워하는 사람이고, 동물의 정치적 권리란 말이 아직 생소하다. 그래서 도중에 빠질 거란 건 예상했던 바이지만 이 강의를 나는 여러 가지 의미로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이러저러한 이론이 아니라 사람에 관심이 있었다. 동물의 권리에 대해 생각하고, 동물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사람들. 나에게는 이러한 사람들이 사회에서 어둡게 방치된 어떤 지하실처럼 생각되는데, 은밀하고 가장 값나가는 것을 찾으러 꼭 가야 할 장소에 지하실이 빠질 수 없는 법이니까. 

안타깝게도 줌으로 강의를 켜놓고선 모니터로는 키에르케고르에 관한 글을 읽었다. 이러면 안 되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멈출 수 없었다... 그래서 강의를 못 들었다. 그런데 재밌었던 이유가 바로 첫 번째 강의에서 혼란스러웠던 것들을 그가 집중 탐구했다는 것. 그는 말한다. 사람은 살아있는 한 항상 선택에 직면하는 방식으로 존재한다. 이것이냐 저것이냐. 인간살이가 '선택'을 매순간 요구받기 때문(결국 강의 후기를 쓴다). 선택의 부담을 피하기 위해서 대다수가 동의하는 방식을 모방하게 되면 '군중'으로 살게 된다. 선택에 따르는 책임과 불안을 회피하고 안정을 택한 것인데, 이는 자기 삶을 살지 못하는 '절망'의 상태이다. 작고 크건 자신에게 찾아온 선택의 순간은 어렵다. 전 세계 과학 논문을 전부 모아도 인생에서 무엇이 가장 가치 있는지에 대한 나의 선택이 더 편해지지 않는다. 어느 전공을 선택할까? 이 나이에 시작해도 될까? 많이 배운대로, 적게 배운대로 우리의 판단에는 '아마도'라는 불확실성이 가득하다.

"죽을 운명인 어떤 인간도 이 '아마도'를 돌파한 적도, 단절한 적도 없습니다." <성찬의 위로>

그러나 불확실성이 주는 불안 속에서 자신이 믿는 '진리'를 향해 살기로 결단하고 나아가는 사람이 있다. 진리라는 말이 거창하지만, 인간이 가지는 자유의 가능성 앞에서 성실하게 고민하는 태도를 뜻한다. 하지만 곧 심각한 문제 상황에 포위된다. 자기의 내적 확신과 신념을 보편적인 언어로써 적절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것. 합리적으로 납득시킬 증거가 없다. 예를 들어 동물의 권리(?)를 위해서 인간이 누리는 여러 가지 것들을 포기해야 된다는 주장이 그러하다. '뭐라고? 동물을 위해서 어쩌고 어째? 납득이 안 가.' 사람들에게 이해받지 못하고 때론 윤리적으로 부조리하단 비판을 받는다. 그러나 그에겐 이것이 '진리'인 걸 어쩌겠는가. 결국 주변으로부터 이해받기를 포기하고 집단의 윤리에 대치하며 외톨이로 전락하지만, 키에르케고르는 비판적 성찰과 체제 개혁의 가능성을 그에게서 보았다.

"진리의 전달자는 오로지 외톨이뿐이다. 그리고 또 진리는 오로지 외톨이에게만 전달될 수 있다. 왜냐하면 진리는 바로 외톨이에 의하여 표명된 인생관 속에서 성립되기 때문이다." <공포와 전율>

강의 마지막 슬라이드의 문구는 이러했다. "우리가 말해야 할 것은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이고, 이해해야 할 것은 이해할 수 없는 것에 대한 것이어야 한다." 동물의 정치적 권리 근거에 대해서 도달한 이론적 결론으로 보였다. 키에르케고르가 말한다. '봐라, 이 모순 속에 불안이 있다. 그리고 이 불안이 없으면 저 사람들은 더이상 저 사람들이 아닐 것이다.' 강의는 밤늦게 끝났다. 나는 지하실 계단을 되돌아 나왔고, 약간의 미안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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