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령, 인간, 돈
오늘의 얘기는 유령, 인간 그리고 돈에 관한 것이다. '우주선이 달나라에 가는 세상'에서 유령은 어떤 의미로 나타나는가, 유령에게 봉헌하는 돈이 구복의 차원이기보다는 유령과 인간의 자유와 해방에 어떤 역할을 담당하는가에 대한 얘기이다.
* 유령 : 이중의 의례행위 / 좋은 죽음, 나쁜 죽음 / 영웅, 조상, 유령
베트남에는 독특한 의례 문화가 있다. 의례를 행하는 사람은 조상 제단을 향해 세 번 절하고, 다시 몸을 돌려 잡신 신당을 향해 네 번 절을 한다. 좋은 죽음은 집이나 조상 대대로 산 마을에서 죽는 것으로 '쩨뜨 냐'(집에서의 죽음)라고 한다. 나쁜 죽음은 객사를 뜻하는데, '쩨뜨 드엉'(길에서의 죽음)이라고 한다. '슬퍼할 가족이 없이 혼자 죽는 것' '폭력적인 죽음' '사고사' 등의 의미를 갖는다. 베트남 국가는 마을에 전쟁 기념궁과 열사묘지를 만들어 전쟁 영웅을 부각시킨다. 반면 전쟁 영웅을 기념하는 자리에는 베트남 전쟁시 사망한 수많은 인정 받지 못한 죽음들이 배제된다. 이는 전통적인 가내의례에서도 마찬가지인데, 나쁜 죽음을 당한 혼령은 조상 제단에 모셔지지 않는다. 이들 영혼은 다만 유령의 신분으로 간주된다.
* 유령과 인간: 유령 드러내기 / 원격적 호혜성 / 유령의 변환
베트남 전쟁을 통해 의례 문화의 변화가 생기는데, 이는 배제되었던 유령들의 모습이 드러나는데 있다. 조상의 자리에서 배제된 유령이 점차 조상의 제단 옆에 나란히 놓이게 되고, 유령에게 적선이라는 행위는 감사의 행위로 바뀌는데 이는 누군가도 자신의 실종된 친인척에게 동일한 행동을 할 것을 기대하는 것이다. 유령은 사람의 기억과 관심, 그리고 유령의 자의식적인 노력으로부터 그 모습을 드러내며 인간과의 상호작용과 유령의 활통을 통해 그 위상을 변환시킨다.
* 유령과 돈: 전통적 의례 화폐 / 돈의 형태와 행위 / 영웅과 조상의 위계 / 돌라 돈의 앞면과 뒷면 / 자유와 저항
전통적인 의례에서 봉헌되는 화폐는 금, 은, 동의 형태를 갖는데, 이는 신, 조상, 유령의 위계를 구분짓는다. 봉헌용 화폐 돌라는 국가의 전쟁 기념의식과 가내 조상숭배 의례에 동화되지 않는 비극적인 전쟁 사망자의 흔적들이 활성화되는 것과 연관된다. 유령에게는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 이는 배제에서 관계로, 무관심에서 기억으로, 구속에서 해방으로의 전환이다.
국가는 영웅적인 숭배를 통해 그리고 계보적 공동체는 조상숭배를 통해 자신의 영역을 공고화하려 했다. 하지만 망자에 대한 기억은 이러한 국가의 영웅적 기억의 정치학과 통일된 계보적 공동체를 가로지르며 나아간다.
다음 세미나는 1/24(수) 오후 7시 30분 김현아, <전쟁의 기억 기억의 전쟁>(책갈피, 2002년)을 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