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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이어 월러스틴의 <근대세계체제1>을 읽고 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5장 강한 핵심부 국가들: 계급 형성과 국제교역”을 읽었습니다.

 

우선 월러스틴은 16세기를 자본주의 ‘세계경제’가 형성되는 과정으로 설정한 후 유럽을 분석합니다. 5장에서는 “제2차”(1550~1640년) 16세기에 잉글랜드와 프랑스가 유럽의 핵심부를 차지하게 된 과정을 자국 내의 계급형성과정과 세계경제 안에서의 국제교역과의 상관관계를 통해서 분석합니다. 자본주의가 형성되는 과정은 일국의 관점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월러스틴은 이 시기를 연구했던 여러 학자들의 견해를 텍스트 안에 병기하여 교차하면서, 그들의 주장에 긍정하거나 반박하는 식의 복잡한 과정을 거쳐 자신의 주장을 도출합니다. 이 텍스트가 촘촘하고 복잡한 이유는 바로 이 부분 때문입니다. 덕분에 읽는이들에게 많은 고통을 안겨주기도 합니다.

 

우선 텍스트의 핵심을 짚어보기로 하죠. 월러스틴은 중세 말기까지 유럽 대륙의 식민지라고 기술될 만큼 취약했던 잉글랜드가 제2차”(1550~1640년) 16세기에 중심부 국가가 될 수 있었던 이유를 공업과 관련시켜 설명합니다. 잉글랜드의 직물 산업이 값싼 노동력과 기술력을 업고 계속 성장했고 결국 광범위한 수출시장을 개척하는 단계(국제교역)로까지 나아갔습니다. 이 시기까지 (아일랜드를 제외하고) 식민지가 없었던 잉글랜드는 국내 문제에 관심을 더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행정의 안정, 내부적 평화로 인한 상비군의 부재, 관료제의 안정으로 인한 적은 과세, 한 사람의 대지주로서의 국왕이라는 효과를 얻었습니다.

흥미로운 지점은 산업의 발전으로 인한 경제적 성장과 정치적 안정의 효과로 잉글랜드의 계급이 자연스럽게 자본주의적 계급으로 넘어간다는 점입니다. 1540년에서 1560년 사이 닥친 경제 위기는 수도원과 교회재산을 몰수하는 종교개혁을 선언하게 만들었는데요. 몰수한 토지들은 시장의 토지 매매량을 급격하게 팽창시켰고 토지가 여러 차례 매매되는 과정 속에서 자본주의적 작동양식이 확대되었다는 것입니다. 이 과정은 귀족, 젠트리, 요먼과 같은 낡은 계급구분이 사라지고, 자본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계급범주(자본주의적 지주)가 등장하게 만듭니다. 동시에 토지에 의존해서 살던 수많은 사람들은 터전을 잃고 유랑민이 되거나 계절적 임금 노동자가 되거나 도시의 룸펜프롤레타리아가 됩니다. 늘어난 빈민으로 인해 구걸과 유랑이라는 사회적 문제가 나타납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긴 빈민법은 민중을 보호하는 방향이 아니라 농촌 지역으로 밀어내어 간신히 생계를 유지하도록 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해외에 생긴 식민지로 밀어내는 방향으로 진행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잉글랜드 전체의 국제교역을 통해 계속 성장하지요. 1600년 이후 잉글랜드는 스코틀랜드와 통합하고 아일랜드를 잉글랜드의 노동분업 체계 안으로 더욱 확실하게 자리매김시킵니다. 그리고 북아메리카에 정착지들을 건설하기 시작합니다. 잉글랜드 직물산업은 번성했고 1614년에 절정에 도달합니다. 그러나 이후에는 잉글랜드에도 경제불황이 도래합니다. 1620년대에 닥친 위기는 1625년의 흑사병으로 더더욱 심각해집니다. 이런 위기들이 1640년을 기점으로 “잉글랜드 내란(영국혁명, 청교도혁명)”이 일어나게 만든다고 월러스틴은 주장합니다. ‘종교적 신념’의 문제가 아니라는 거죠. 이 사태의 중요한 추진력은 왕권을 강화시켜 느슨해지고 있던 특권계층의 질서를 회복하길 원했던 사람들(귀족)과 농업의 지속적인 상업화를 우선시하며 세계경제 내에서 잉글랜드의 이익을 극대화하고자 했던 사람들(부르주아) 사이의 투쟁이었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프랑스는 어땠을까요? 프랑스는 왜 결국 영국에게 밀리게 될까요. 이 시기의 프랑스는 잉글랜드에 비해서 훨씬 더 진전된 형태의 국민경제로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프랑스도 잉글랜드와 마찬가지로 왕정은 새로운 세계경제에서 성공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새로운 세력들에 기반을 둔 하나의 국민경제를 창출하려는 소망과 사회적으로 보수적인 세력들에 바탕을 둔 신분과 특권체제의 정점이 되려는 희망 사이의 모순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문제는 1557년 이후에 프랑스가 적어도 세 방향으로 끌려갔다는 데 있습니다. 프랑스의 정치적 심장부(북동부와 수도를 포함하는 지역)는 제1차 16세기를 지배했고 유럽 대륙 쪽으로 끌리고 있었고, 북서부와 서부는 새로운 유럽 세계경제와 그 세계경제 내의 대서양 및 발트 해 무역 쪽으로 끌리고 있었으며, 프랑스의 남부는 분익소작제를 발전시키고 있었는데 그리스도교 지중해 지역이 수출지향적인 농업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분열들 때문에 프랑스는 긴장 상태에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16세기 후반의 내란이 일어났고, 내란을 통제하기 위해 17세기 초반에 관료제적 중앙집권 체제가 등장합니다. 1600년경의 프랑스는 잉글랜드보다 강했기에 절대왕정이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즉, 프랑스에서는 봉건제가 강했기에, 귀족의 부르주아화를 막는 힘이 있었습니다. 부르주아지들은 강력하고 자율적인 사회 집단을 형성하지 못했기에 귀족으로 편입되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귀족이 되려고 관직을 매매했던 부르주아지들의 행동은 16세기 프랑스 왕권의 자본을 축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줬습니다. 이로써 프랑스가 에스파냐나 이탈리아처럼 반주변부 국가의 역할로 전락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잉글랜드에서는 귀족 자신이 부르주아 자본가로 변신함으로써 단기적으로는 손해를 보았으나 장기적으로 이익을 얻었던 반면에 프랑스에서는 귀족이 부르주아지로 하여금 그 고유의 기능을 포기하도록 강요함으로써 단기적으로는 이익을 얻었으나 장기적으로는 손해를 보았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프랑스와 잉글랜드는 모두 중심부(왕정)가 승리했습니다. 그러나 승리의 의미는 달랐죠. 잉글랜드는 민족적 부르주아지라는 대의를 더욱 발전시키는 것을 의미했고, 프랑스는 부르주아지의 후퇴를 의미한다고 월러스틴은 평가합니다.

 

이제 어떤 이야기들이 논의되었는지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논의 부분부터는 핵심적이라고 생각하는 내용을 기계적이지만 번호를 붙여, 문어체로 정리했습니다. 실제로 이루어진 논의는 종횡무진했고 각 번호마다 여러 사람의 목소리가 혼재되어 있습니다. 기억의 한계로 인하여, 제 시각으로 윤색한 면도 있습니다.

 

1) 자본주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세계라는 틀로 바라보아야 한다. 일국의 관점에서 분석하면 보이지 않던 부분들이 세계라는 시야로 보면 보인다. 세계로 시야를 확대하면 자본주의가 진행되는 과정 속에서 어떤 나라는 중심부가 되고 어떤 나라는 주변부가 되지만 분명 함께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 보인다. 한 나라가 중심부 국가가 되어가는 과정은 다른 나라를 주변부 국가로 밀어내는 과정이기도 하다. 주변부와 주변부의 (경제적) 관계는 평등하게 맺어지는 것이 아니다. 유럽이 제국이 되어가는 과정에는 유럽 내부에서 벌어지는 경쟁과 전쟁이 있는 동시에 식민지를 만들고 그들을 착취하고 탈취하는 구조가 함께 움직인다. 그러나 이 과정에 대한 분석이 반드시 자본주의의 대안을 찾는 결론으로 귀결되지는 않는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우리도 중심부의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중심부 국가들이 했던 과정을 배워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될 수도 있다. 대안을 찾는 결론에 이르기 위해서는 어떤 내용이 더 필요할까.

 

2) 푸코에 의하면 과거의 국가들이 죽게 하고 살게 내버려(방치) 두었다면 19세기 이후(자본주의) 국가는 살게 하고 죽게 내버려 둔다고 한다. 즉, 국가는 국민들의 삶에 개입하고 관리하여(“살게 만드는”) 국민들의 노동력을 이용하지만, 국가를 통치하는데 방해가 되거나 필요가 없어지면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도 (죽게) 내버려둔다는 것이다. 우리가 개인이나 일국의 관점에서만 사고하면 보이지 않는 지점들이 있다. 자본주의, 특히 1970년 이후 신자유주의라는 구조와 국가가 어떤 관계를 맺는지를 알아야만 ‘한국’과 ‘개인으로서의 나’가 이해가 된다. 넓은 시야로 바라봐야만, 그릇된 대상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그들을 혐오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게 된다.

 

3) 근대세계체제를 분석하면서 식민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다. 제국이 식민지에 가했던 폭력은 착취와 탈취만이 아니라 법적인 폭력과 법이 중지된 상태의 폭력도 있다. 단순화시켜서 정리하자면, 법적인 폭력은 현실‘법’을 수립하고 정초하는 것은 폭력이라는 관점이다. 식민지를 생각해보자. 식민지를 통치하기 위해 정해지는 법은 과연 ‘정당’할까. 법이 중지된 상태의 폭력도 있다. 한 국가의 국민을 위해 만든 법은 ‘난민’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아감벤의 경우 ‘법이 중지된 상태의 폭력’을 ‘아우슈비츠’로 본다.) 그러나 확대시켜 생각하면, ‘식민지’인에게도 적용될 수 있지 않을까.

 

4) 박유하의 <제국의 위안부>를 생각해보자. 이 책은 일제치하의 위안부 문제를 ‘제국주의’와 ‘자본’의 문제로 확대시켜 바라보았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일본 제국’과 ‘한국’의 문제로 여전히 축소시켜 바라보는 면이 있다. 그 결과, 어떤 부분은 식민사관을 가진 사람들과 비슷한 주장을 한다. 이를테면, 이 책에서는 위안부는 일본과 한국에서 똑같이 모집했다. 이를 근거로 ‘일본’의 문제가 아니라 ‘제국주의’가 작동하는 방식의 문제이며, 자본의 맛을 본 ‘한국’의 ‘업자’들과 ‘포주’들이 ‘위안부’가 무엇을 하는지 제대로 알려주지 않은 채 속여서 모집했기에 업주와 포주들의 문제를 지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식민치하’에 있었기에 한국인들은 법의 보호를 받지 못했고,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틈을 파고들어 업주와 포주들이 속일 수 있었지 않은가. 그런 면에서 월러스틴의 ‘세계체제’적 시각이 의미가 있다. 자본주의 ‘세계경제’라는 시야로 볼 때 ‘자본주의’적 생산과 개발이 진행되는 과정 속에서 모든 나라에서 ‘근대화’는 진행된다. ‘근대화’가 되어가는 과정 자체가 ‘발전’이냐, 아니냐로 보는 것이 쟁점이 아니다. 그 과정을 추동하는 힘이 무엇이냐를 봐야 한다.

 

5) 아울러 <제국의 위안부>에서는 '정대협'을 부정적으로 평가하지만 베트남 위안부 문제를 가장 먼저 알린 곳이 '정대협'이다. 한국에서만 '위안부' 문제가 있었던 것이 아니다. 베트남전에서도 '성폭력 피해자'는 있었다.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한국군들은 민간인 학살과 성폭행 등의 일을 저질렀다. 이 일에 대해 진정성 있게 사과하려는 움직임을 주도하는 단체가 정대협이다. 그런데 베트남 정부 쪽에서 오히려 이런 움직임을 막으려 한다. 베트남전쟁은 '공산당의 승리'로 끝났기에 베트남에서는 그 당시에 있었던 '비극적이거나 처참한 일'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려하기보다는 '승리'에 초점을 맞춘 '민족교육'을 해왔다. 게다가 요즈음 베트남에는 '한류 열풍'이 불고 있다. 우리나라의 공장이나 회사들이 베트남에 많이 진출해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베트남 정부 쪽에서 오히려 '한국군의 만행(?)'을 언급하는 것을 싫어한다. 그럼에도 과거에 저지른 잘못에 대해서 인정하고 사과하려는 움직임은 필요하지 않을까.

 

덧붙이어, 권헌익의 <베트남 전쟁의 유령들>을 보면 근래 들어, 베트남에서 유령이 많이 나온다고 한다. 저자는 왜 지금 베트남에서 유령이 많이 나올까라는 문제의식으로 이를 추적해간다. 이유는 이렇다. 베트남 안에서 전쟁을 다시 사유할 수 있는 조건들이 마련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베트남 전쟁으로 희생되었던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애도'할 수 있는 시기가 되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한국은? 한국은 언제쯤 그런 일들이 가능해질까.

 

6) 유럽은 ‘유럽을 중심으로 한 보편주의’를 성찰하며 ‘탈근대주의’, ‘탈구조주의’ 나아가 ‘해체론’을 말한다. 그러나 유럽을 기준으로 하는 보편주의적 사고는 사라져야 하지만 ‘보편’은 존재하지 않을까. 우리는 모두 ‘인간’인데 ‘인간’의 특성은 있지 않을까. (이는 인간이 우월하다는 시각이 아니다. 고양이는 고양이대로, 강아지는 강아지대로, 인간은 인간대로의 특성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보편’을 새롭게 사고할 수 있는 문제의식과 연구가 필요하지 않을까.

 

* 새로운 분들, 언제라도 합류 가능합니다. ^^

전체적인 일정은 다음 링크를 참조하시면 됩니다.

http://www.nomadist.org/s104/SeminarAD/30844

 <다음 세미나 공지>

 * 날짜: 1월 24일 수요일(목요일이 아니라 수요일입니닷!) 오후 1시

 * 장소: 수유너머104, 1층 오른쪽 세미나실

 * 내용: 월러스틴의 <근대세계체제1>, 6-7장

 * 발제 및 간식: 박성관 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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