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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인지 노마디즘1 9장 전반부 발제

이재훈 2021.10.30 02:41 조회 수 : 61

9장 미시정치학과 선분성: 거시정치와 미시정치

- 이번 장에서는 지난 장에서 다루었던 선분성과 함께 양자적 흐름에 대해서 다룬다. 또한 탈영토화된 흐름을 포획하여 선분적인 동일성을 부여하는 것은 선분마다 작용하는 권력의 문제라는 점에 대해서 다루게 된다.

- 미시정치학과 관련하여 ‘대중’이라는 개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중은 분자적인 선분성의 선 내지 분자적 흐름과 결부된 것이다. 들뢰즈와 가타리는 ‘대중’을 분자적 흐름에 관한 개념으로 새롭게 정의한다. 이 지점에서 정치학의 중심문제는 흐름과 그 흐름을 포획하는 선분성과 권력의 문제로 이해된다.

 

1. 선분성의 양상들

1) 선분성 – 우리는 삶의 모든 곳, 모든 방향에서 선분화된 양상을 발견할 수 있다. 예컨대, 집의 방, 도시의 길, 공장의 작업은 모두 공간적, 시간적으로 선분화되어 있다. 여기서 주의해야할 점은, ‘선분’은 시작과 끝이 명확히 절단되어 있는 개념이기 때문에, 과거의 역법들처럼 느슨한 구분은 ‘선분’이라고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렇게 명확한 절단에 의해 작동하는 ‘선분성’은 거기에 행동을 일치시키려는 명령어와 권력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서 미시정치학과 연관된다.

 

2) 선분성의 세 형태

- 이항적 선분성: 거대한 이원적 대립에 따른 선분화

- 원환적 선분성: 선분들이 원환을 이루는 경우로, 하나가 다른 하나를 포함하는 방식으로 구분되는 관계

- 선형적(직선적) 선분성: 선분들이 절차를 표시하며 차례대로 배열되어 있는 선분화의 양상

 

2. 선분성의 두 유형

- 여기서 유형이란 선분성이 작동하는 양상에 따른 구별을 의미한다. 유형에는 ‘원시적이고 유연한 유형’과 ‘근대적이고 경직된 유형’이 있는데, 선분성의 세 형태는 각각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1) 이항적 선분성의 두 유형 – 이항적 선분성의 원시적인 유형은 이항적이지 않은 배치의 산물이다. 예컨대, 레비-스트로스는 원시사회에서 여성과 남성의 이항성은 세 개 이상의 상이한 부족(즉, 이항적이지 않은 것)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반면 근대사회에서는 이항적 선분성이 그 자체로 기능하는 이항적 기계에 의해 작동하며, 3항성이나 그 이상의 항들은 이항성에 의해 만들어진다. 그래서 근대적인 혼인규칙은 두 사람이 사랑해서 결혼한다는 ‘낭만적 사랑’이 된다. 맑스주의 계급이론 또한 근대적인 선분적 이항성을 잘 보여준다.

 

2) 원환적 선분성의 두 유형 – 원시적인 원환적 선분성의 특징은 중심이 다수이며, 따라서 원환적인 선분들도 복수로 존재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북아메리카의 원주민은 하나의 부족이 각자가 토템동물을 갖는 여러 씨족들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이들 사이에는 특권적인 중심이 없었다. 이와는 달리, 근대의 경직된 원환적 선분성은 단일한 중심을 갖는 동심원을 그린다. 봉건영주들이 나누어 가졌던 무력을 절대주의 이래로 국가가 독점하게 되듯이 말이다.

 

3) 선형적 선분성의 두 유형 – 원시사회에서는 사냥의 선분이 놀이로 이어지거나 그것과 뒤섞이는 것처럼 선형적 선분성이 유연하다. 하지만 근대적인 선형적 선분들은 경직되어 있어, 그로부터 벗어나와 경우 교정의 대상이 된다. 그리고 선분들은 공통의 척도에 따라 서로 번역될 수 있는 등가성을 가진다. 이와 관련해 들뢰즈와 가타리는 원시적인 기하학과 국가적 기하학을 대비한다. 국가적 기하학은 한두 개의 공리에 따라 모든 경우를 규정하는 일종의 ‘초코드화’를 수반한다. 실제로 우리는 역사에서 국가와 기하학의 연합을 자주 발견할 수 있다.

 

3. 거시정치와 미시정치

- 앞서 유연한 선분성과 경직된 선분성을 대비시켜서 살펴보았지만, 이 둘을 단지 대립시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왜냐하면 이 둘은 다름에도 불구하고 서로 분리할 수 없고, 서로 속에 얽혀 있기 때문이다. 경직된 선분성과 유연한 선분성은 뗄 수 없이 우리 안에 함께 작동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모든 사회뿐만 아니라 모든 개인들은 몰적인 것과 분자적인 것이라는 두 가지 선분성으로 동시에 가로질러지고 있다.” 그리고 이런 이유에서 “모든 것은 정치적이지만, 모든 정치는 거시정치인 동시에 미시정치다.”

 

1) 두 개의 성, N개의 성 – 성은 거대한 이항적 선분으로, 여성과 남성이라는 경직된 선분으로 작동한다. 하지만 남성적인 여자나 여성적인 남자, 애완견이나 난초를 사랑하는 사람, 섹스와 무관한 사랑은 그런 몰적인 선분성을 벗어나는 분자적 배치를 잘 보여준다.

 

2) 계급과 대중 –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라는 이항적 계급은 경직된 선분이다. 하지만 계급이란 그것을 구성하는 대중들이 없다면 공허할 것이다. 대중이란 활동이나 힘의 흐름이고, 조건에 따라 각이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분자적인 움직임과 결부된 것이다. 맑스가 ‘프롤레타리아트’를 호명한 것은, 이런 유연한 흐름인 대중에 몰적 선분성을 부여해 기존의 계급 관계를 전복할 수 있는 세력을 형성하고자 한 것이었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몰적 선분성은 모두 나쁘고, 분자적 선분성은 모두 좋다는 식의 오해는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몰적인 것과 분자적인 것에 대한 배타적인 이분법에서 벗어나서 분자적 욕망에 기초한 몰적 정치를 가동시켜야 한다.

 

3) 관료제 – 흔히 관료제라고 하면 경직된 선분성을 떠올리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르 코르뷔지에가 프랑스의 유연한 관료들이 법적 규제들의 선들을 유연하게 다룬 덕분에 자유로운 건축 활동을 할 수 있었듯이 말이다.

 

4) 전체주의와 파시즘 – 통상적인 생각과는 달리 들뢰즈와 가타리는 파시즘과 전체주의를 전혀 다른 것으로 본다. 그들은, 전체주의는 사람들을 몰적 전체로 통일시키는 거시정치학적 개념으로, 파시즘은 분자적인 흐름이 밀려가면서 형성되는 미시정치학적 개념으로 규정한다. 그래서 전자가 국가적 차원 혹은 몰적 전체성의 차원에서 작동한다면, 후자는 욕망의 분자적 흐름이 존재하는 모든 지대에서 형성될 수 있다. 파시즘은 분자적인 유연한 선분성의 선에서 욕망의 자극과 감염에 의해 증식됙 확산되는 미시정치를 작동시킨다.

 

5) 유연한 선분성에 대한 오류

1 - “약간의 유연성이 사태를 좀더 ‘낫게’ 하는데 충분하리라는 믿음.” 파시즘의 경우처럼 섬세한 선분화는 가장 경직된 선분만큼이나 해로울 수도 있다는 점에서 경직된 것이 나쁘고 유연한 것이 좋다는 생각을 버릴 필요가 있다.

2 - “분자적인 것을 상상력의 영역에 관한 것으로 생각하여, 그것을 다만 개인적인 혹은 간-개인적인 것으로 돌려버리는 것.” 분자적이라는 것은, 분자들끼리 서로 소통하고 상호작용하면서 움직이고 흘러가는 양상을 표현한다는 점에서 개별적 혹은 개인적인 것과는 다르다. 분자적인 것은 그것이 동시에 개인적인 경우에도 집합적인 성격을 갖는다.

3 – 몰적인 것과 분자적인 것의 구별을 크기 상의 구별이라고 생각하는 것. 미시적인 것은 분자적인 것이고, 분자적인 것은 개별적인 게 아니라 집합적인 것이며, 작음의 성질이 아니라 큼의 성질에 의해 특징지어진다.

4- 두 선의 질적 차이를 보면서 양자의 상호성을 보지 못하는 것. 미시정치와 거시정치가 대상을 달리하기에 서로 독립적이라는 생각은 오류이다. 이는 히틀러의 경우에 파시즘의 대중운동이 국가라는 거시정치적 장치를 장악한 것이나, 당이라는 몰적인 조직이 대중운동을 야기하는 경우를 보면 알 수 있다.

 

6) 68년 5월 혁명 – 68년 5월의 혁명은 분자적인 흐름이 몰적인 선분들을 넘어선 사례였다. 그것은 몰적 중앙의 지도를 따르는 방식이 아니라 분자적 상호작용에 의해 사태가 전개된 사건으로서, 기존의 계급적 혁명의 관념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분자적인 운동은 그것의 유연성만큼 불안정하기 때문에 몰적인 집합성이 필요하다. 몰적인 것에 반해 오직 분자적인 것만을 선택하고 거기에 머무는 태도는 배타적 이접을 벗어나지 못하는 잘못된 것이다. 따라서 문제는 대중의 분자적 욕망에 기초하여 계급적 운동과 계급혁명을 재정의하는 것, 그리고 대중의 욕망을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의 욕망에 기초하여 당이나 당적 운동을 재정의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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