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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가을강좌] 강사인터뷰 :: 오 영 진   
기계와 기계주의에 관한 콜라주coll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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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기계를 무어라고 생각하는가?

   엥겔스 ‘기계주의의 아이러니’     엥겔스는 인간이 과학과 기술에 연루되어 있는 방식 자체에 불가피한 권위주의가 깊이 뿌리내려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인간이 그의 지식과 발명의 재능을 가지고 자연의 힘들을 굴복시켰다면, 그 자연의 힘들은 인간에게 이용되는 대신 인간을 모든 사회조직과는 별개로 존재하는 타당한 독재에 굴복시키는 것을 통해 복수한다.” 즉 근대의 기계는 기계의 위력과 별개로 엄격한 위계를 따르는 복종의 마음, 즉 근대적 기계주의를 생산하게 된 것이다. 인간은 자신 내부의 것을 기술적 형태로 외부화하고, 이것의 효과가 언어와 이데올로기로서 다시 주조되어 돌아온 것이다. 만약 이것이 인간과 기술의 관계맺음의 전부라면, 우리는 기계에 자신의 욕망을 투사하고 되돌려 받은 것에 가깝다. 기술에 대한 열망과 그에 대한 비관 모두 이러한 관점에서 주조된다.

   시몽동 ‘인간-기계의 앙상블’     반면, 시몽동은 이러한 기계주의의 악순환은 인간과 기계의 개체 간 짝짓기가 실패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의 관점에서 인간은 기계를 조종하거나 활용하는 존재자가 아니라, 본래부터 기계의 조절에 참여하는 존재자로서 있었온 것이기에, 인간과 기계의 관계를 노동과 생산력의 목적지향적 관계로 보기만 해서는 그 관계의 본질을 잊기 쉽다고 본다. 실제로 공장 안의 노동자라 할지라도 계획된 컨베이어 밸트의 흐름 속에 단지 끌려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애초 구상하지 않은 방식으로 기계들을 제어하고 이를 자기 역량으로 재흡수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기술성이 노동의 위상인 것이 아니라, 노동이야말로 기술성의 위상에서 인식되어야만 한다. 인간-기계의 앙상블은 프로그래밍을 벗어난 우발성들을 받아들이고 재조정한다는 의미에서, 감응적 관계를 지칭하는 또 다른 말이다. 한마디로 말해 인간은 기계-인간의 센서이며, 자신의 신체를 센서로 변용하여 새로운 역량을 획득한다.

   ‘힘’이 아니라 ‘살’로서 기계     기술철학이 기술을 통한 인간의 역량확장에 집중했을 때, 우리는 기계주의의 역습만을 관찰할 수 있을 것이다. 혹은 그 반대 역량확장에 대한 신화만을 신봉할 지도 모른다. 어디까지나 인간만을 사유한다. 하지만 기술에 대한 철학은 인간성이 아니라 기술성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시작해야 하며, 이는 기계와 인간 사이의 관계성이 무엇으로 새롭게 진화할 수 있는 지에 대한 분석으로 나가야 한다. 도나 해러웨이는 이렇게 말했다. “기술은 우리 사이에 있는 매개체 같은 것이 아니다. 차라리 메를로 퐁티가 말한 바 ‘살들의 접힘’이라고 부르는 것이 맞다” 힘이 아니라 살로서 기계를 맞이하는 일은, 동력혁명-힘을 기반으로 한 근대적 기계주의가 시작부터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일이기도 하다.

스트란비스트.jpg해변동물 - 스트란트비스트Strandbeest (공학적 미술가 테오 얀센의 인조생물)

 

 

감응적 관계로서의 기술적 대상들

   인간은 기술적 대상들의 연결자     캐빈 캘리가 주창한 ‘테크늄’이라는 개념은 단순번역하자면 ‘기술계’이다. 이것은 인간의 제작술의 역사를 다루는 개념이 아니다. 반대로 기술계 그 자체의 힘을 포착하려는 시도다. 베시포드 딘의 『헬멧의 역사』를 살펴보자. 헬멧의 진화양상은 마치 다윈이 작성한 핀치 새의 부리변화와 비슷해 보인다. 이 공통점을 너무 신비화시킬 필요는 없다. 다만 이렇게 질문할 수 있다. 진화의 국면에 있어 각 분기의 변화에 개입한 엔지니어는 이 거대한 진화의 흐름을 알고 있었을까. 아니다. 헬멧의 진화는 손기술의 발전(엔지니어), 새로운 재료의 발견(자연), 전쟁의 발발(정치), 미적인 취향의 변화(사회) 등과 밀접한 연관을 맺으며, 그 총체적 상황에서 볼 때는 한 시대 인간들의 의도를 넘어서는 결과물이다. 인간은 기술적 대상들 사이의 연결자이며, 그 안에 흡수되는 존재다.

   인간의 기계체험과 언어능력     손으로 만지작거리기를 꾀하는 팅커링이 우리에게 언어, 정확하게는 표현적 능력을 강화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데이빗 E. 암스트롱은 『몸짓과 언어본성』(Gesture and the Nature of Language, 2001)에서 ‘언어의 뼈대를 이루는 범주들 자체가 의도적인 손동작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한다. 동사는 손동작에서 나온 말이고, 명사는 이름을 붙여서 사물을 ‘잡는’ 말이며, 부사와 형용사는 손이 사용하는 도구들처럼 동작과 대상에 변화를 주는 말이라는 것이다. 이 점에서 만들기는 문장을 구성하는 일의 또 다른 일이며, 목소리 그 자체이다. 기계에 대한 체험이 일방향적으로 자연화된 이데올로기의 언어와 자립할 수 있는 최초의 자기표현의 언어가 여기서 대립한다. 다음은 ifixit.com의 『자기수리 선언문』의 일부이다.

"수리할 수 없다면, 소유한 것이 아니다.
수리는 사람과 기계를 연결하고 소비를 초월하는 연결을 형성한다.
자가 수리는 지속가능하다.
수리는 우리와 물건들을 연결한다.
수리는 개인을 강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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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시포든 딘의 '중세헬멧의 계보도'

 

 

기계에 대한 욕망에서 기계의 욕망으로

   기계주의에 대한 2가지 퍼스펙티브     근대의 기계주의는 다만 인간의 기계화를 낳는 기계주의로서, 실은 기계 그 자체의 진화도 가로막고 있다. 이제 ‘높아진 기계의 생산력을 누가 독점하는가’라는 질문보다는, ‘기계-인간의 앙상블의 생기를 누가 제어하는가’라는 관점으로 이동한다면 어떨까? 기술의 발달과 자본주의의 억압에 대해 2013년 알렉스 윌리엄스와 닉 스르니체크는 「가속주의적 정치를 위한 선언」에서 “우리의 기술발달은 자본주의에 의해 해방되었으나, 꼭 그만큼 억제되어 있다. 자본주의적 사회가 넘어서지 못하게 막아놓은 능력에 대한 믿음, 그 능력을 발휘해 해방될 수 있고 해방되어야 한다는 기본적인 믿음”을 갖자고 말했다. A/S를 볼모로 봉인된 제품들, 수명이 계획적으로 제한된 물건들은 자본의 속도에 복무할 뿐, 기계의 진정한 기술성을 드러낼 기회를 우리들로부터 박탈한다. 기계들은 해킹되어 더 난잡한 것들이 되어야 한다.

   사이보기즘의 딜레마     인간의 기계에 대한 욕망은 거의, 항상, 언제나 도착(倒錯)된다. 기계가 되고자 하는 인간 즉 '사이보기즘의 딜레마'다. 기계에 대한 매혹은 힘에 대한 욕망과 병행되어 실패하기 쉽다. 기계와의 감응적 관계를 기계에 대한 욕망과 혼동해서는 안된다. 근대 기계주의는 인간을 가계의 일부로서 대상화시킨다. 대표적인 인물이 미래파의 마리네티이다. 기계를 욕망하다가 기계의 일부분이 되고자 기꺼이 투항한 그들은, 포스트휴먼이 아니며 모델로 삼아서도 안 된다.

   인간을 벗어난 새로운 기계주의    18-20세기의 기계주의는 기계의 생산력에 숭고함을 느끼고 동시에, 인간을 생기 없는 기계로 만드는 기획이었다. 이제 인간을 벗어난 새로운 기계주의를 말할 수 있을까? 근대의 기계주의가 기계를 대상으로 삼고 종국이 인간 자신을 대상화하는 결론에 이르렀다면, 반대로 기계를 해방시키는 일이 인간을 해방시키는 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통제와 관리의 대상으로서 기계에서 제 스스로 변형하고 증식하는 기계로 상상의 방향을 바꿀 때, 인간은 이 안에서 더 적극적인 연결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스트란비스트2.jpg해변동물 - 스트란트비스트 Strandbeest (공학적 미술가 테오 얀센의 인조생물)

 

 

   강의와 함께 읽으면 좋은 책들     [강좌소개▶클릭]  [강좌신청▶클릭]

① 『기호와 기계』, 마우리치오 랏자라또, 갈무리(출)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2269036

② 『기술적 대상들의 존재양식에 대하여』, 질베르 시몽동, 그린비(출)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6745729

③ 『인간ㆍ사물ㆍ동맹』, 브루노 라투르, 이음(출)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6214942

④ 『문화과학』 (잡지, 계간) 107호 신유물론, 편집부, 문화과학사(출),

https://www.coupang.com/vp/products/6077819967?itemId=11251360224&vendorItemId=78528448941&src=1032001&spec=10305201&addtag=400&ctag=6077819967&lptag=P6077819967&itime=20210914175022&pageType=PRODUCT&pageValue=6077819967&wPcid=15866072203810037835795&wRef=cr.shopping.naver.com&wTime=20210914175022&redirect=landing&isAddedCart=

 

스트란비스트3.jpg해변동물 - 스트란트비스트 Strandbeest (공학적 미술가 테오 얀센의 인조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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