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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원 「타자성의 자연학」

 

[생동하는 물질]  1,2장                                                                                  2021/05/27 로라

 

[서문]

제인 베넷은 생동하는 물질의 서문에서 그녀의 철학적 계획과 정치적 계획을 밝힌다. ‘생명’과 분리된 또는 대립되는 개념으로서의 ‘물질’이 아니라 서양에서도 철학적 역사를 가진 “생기적 물질성”이라는 생각을 끌어내기 위하여 비기계주의적이고 비목적론적인 유물론의 전통을 상기시키려한다.

그리하여 베넷은 스피노자(전적인 유물론자는 아님), 니체, 소로, 다윈, 아도르노, 들뢰즈, 베르그송, 드리슈의 개념과 주장에 기대어 그녀의 철학적 구상을 펼친다.

그 주장의 목적은 생기를 물질성에 고유한 것으로 이론화하는 것이고, 물질성을 수동적이고 기계론적인 실체 또는 신성이 주입된 실체와 같은 의미로부터 떼어내는 것이다. 베넷이 추구하는 “생기적 유물론”과 “사적 유물론”의 주된 차이는 인간중심주의에 대한 완강한 저항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단지 현재를 평가하고 비판하고 탈신비화 하는 것 뿐 이라면 우리가 진정 달성하고자하는 것은 무엇인가? 에 대하여 고민한다.

 

1장. 사물들의 힘 (thing-power)

 

저자는 사물들의 부정적인 능력과 저항에 대하여 논할 뿐만 아니라 사물의 고유한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힘에 대하여 말하고자한다. 사물의 힘 또는 사물의 능력은 스피노자의 코나투스, 소로의 야생성, 기괴한 존재들, 괴물과 천재 같은 소외된 자들에 깃들어 있는 것과 닮았다. 인간만의 힘이 아닌 이 야생성은 인간과 다른 신체들을 혼란스럽게하고 전환시키는 힘이다. 그것은 다른 것으로 환원할 수 없는 물질의 기묘한 차원, “외-부”이다.

“사물-권력”이라는 개념은 행위소로서의 사물에 주목하며 사물들에 대한 인식론적인 언어가 아니라 존재론의 언어로 사물들을 기술한다. 그것은 내재성과 초월성 사이를 맴도는 알 수 없는 저항으로부터 능동적이고 실제적이며 생동하는 물질로 이동한다.

그리하여 자동론이나 기계론에 귀속시켰던 오랜 역사로부터 물질을 사면하여 물질성에 고유한 생기를 나타내려하고 인간 역시 비인간이라는 것, 그리고 사물들은 인간 못지않게 세계 속에서 활동하는 생기적 참여자임을 강조한다.

 

I. 사물-권력 : 잔해

베넷은 배수관 격자에 걸려있는 쓰레기들로부터 사물의 힘을 강하게 느끼는 계기를 갖게되는데. 버려진 것들이 자신에게 준 강한 감응과 더불어 행위성을 지니고 생기를 불어넣는 사물들의 능력과 어떤 행위를 하며 극적이고 미묘한 효과를 생산해내는 활기없는 사물들의 기이한 능력을 말한다.

II. 사물-권력 : 오드라덱의 비유기적인 삶

카프카의 단편 소설 「가장의 근심」 속 주인공인 오드라덱을 통하여 베넷은 물질이 가진 생기의 비인격적 형태의 작용에 대하여 말한다. 여기서 데란다는 비평형상태의 화학 체계가 특정한 발달 경로를 선택하는 ‘자발적인 구조의 생성’ 즉, 자기-조직적인 활동에 대하여 주목한다.

이러한 체계처럼 오드라덱이라는 물질적 배열은 무력한 물질과 생기적인 생명 사이의 선을 가로지른다. 존재론적으로 다자(multiple)인 오드라덱은 생기적인 물질성이고 수중 생명과 암석의 연속성을 보여주며 사물들의 생성에 대하여 명확히 보여준다.

III. 사물-권력 : 법적인 행위소

살인 사건의 증거물로 제출된 피고인의 지문이 찍힌 작은 유리병은 말없이 그러나 강력한 목격자로서 법정에 있다. 브뤼노 라투르의 용어인 행위소로서 그 유리병은 다른 행위소들과 함께 작동하여 피고의 운명을 결정하는 힘을 가지고 있음을 설명한다.

1200년 동안 영국의 법에 명시되었던 ‘봉납’이라는 개념에도 사물의 행위성이 반영되어있다.

IV. 사물-권력 : 걷고 말하는 무기질

생명체도 결국은 무기질의 구성 과정과 연속선에 있는 무기화 과정을 거쳐 진화되었다. 베르나츠키는 인류를 무기질이 강력히 혼합된 형태라고 말한다. 또한 린 마굴리스는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에서 “우리는 걷고 말하는 무기질이다.”라고 하였다.

이들이 말하는 개별적 인간은 생기적 물질로 구성되어 있으며 인간의 권력은 사실 사물-권력이라고 말하는데 이 것은 인간을 존재론적 중심 혹은 위계적 구조의 꼭대기에 위치시킬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러한 존재론적 연속성에 대한 비판에 대하여 생기적 유물론은 “휴머니즘의 유용성은 인정하지만, 사물들을 구도화하는 것은 댓가를 요구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목적으로서만 존재하는 인간이라는 존재론적인 위계가 실제로는 인간을 위해 잘 작동해 오지 않았음을 기술하는 것으로 대응하였다. 이에 베넷은 “우리를 구성하는 물질의 지위를 격상하는 것”(58)이라는 주장을 추가한다.

사물의 권력을 인정하는 것의 이점은 모든 신체가 관계들의 네트워크에 불가분하게 얽혀 있다는 점을 주목할 수 있고, 이 연결망에 해가 되는 것은 자신에게도 해가 됨을 알게 되는 것이다. 즉, 윤리적 동기로서의 인간의 이기심을 베넷은 긍정한다.

V. 사물-권력 : 사물-권력과 아도르노의 비동일성

베넷은 사물이 가진 능력을 포착하는 것은 인식론적인 것이 아니라 존재론적인 것임을 강조한다. 생동하는 물질이라는 아이디어는 아도르노가 주장했던 사물과 그에 대한 표상 사이의 “비동일성” 극복해내려는 것이 아니라 "대상들은 그에 대한 개념에 온전히 동화되지 않는다.“는 것과 그래서 삶은 언제나 우리의 지식과 통제를 초월한다는 것을 감각으로 알 수 있다는 사실을 수용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공유되어 있는 생기적인 물질성에 인간도 함께 참여하고 있음을 인정하고, 그것을 알아차리는 능력을 배양하고, 그것에 지각적으로 열리는 것임을 강조한다. 이렇게 저자는 아도르노의 부정변증법을 하나의 교육학으로 파악한다.

그러나 베넷은 아도르노가 “대상 우선성”을 말하고 사물-권력을 긍정하고 있지만 “충분히 다루고 유희하는 것을 원하지 않은 듯하다.”(65)고 말하는데 이 것은 아도르노가 비인간의 생기를 강조하는 것이 페티시즘으로 흐르는 것을 염려한 듯하다는 것이다. 또한 아도르노의 부정변증법은 부정신학에서처럼 불가지한 신을 찬미하듯이 비동일성의 대상을 찬미하고 그것을 초월적인 것, 부재하는 절대적인 것으로 여기는데 반해 베넷의 생기적 유물론은 철저히 무신론적이며 영적인 힘에 기대지 않으며 외-부는 메시아의 약속과 상관이 없다고 말한다.

 

저자가 비판하는 또 하나의 입장은 사물들의 낯선 권력을 인간의 행위성으로 모두 회귀시키는 구성주의이다. 인간의 사회경제적인 구조의 문제로 환원하는 구성주의적인 시각은 자연에 대한 도덕주의적이고 억압적인 접근을 정치화하지만, 그것은 인간만의 정치일 뿐이다. 이러한 접근은 사물이 있을 법했던 자리를 흐릿하게 만들어서 오히려 사물의 정치를 막는다고 강조한다.

생기적 유물론자들은 대상에 매료되는 것을 깨닫는 그 순간에 더 오래 머무르려고 하고 그 순간들을 대상과 공유하는 물질의 생기에 대한 단서로 간주한다. 외-부와의 기이학도 불완전한 공통성에 대한 이러한 감각은 “미신, 애니미즘, 생기론, 의인관 그리고 다른 전근대적인 태도에서 기인하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다소 신빙성이 떨어지는 것처럼 보이는 “자연철학”을 다시 살펴보고 그것에 잠시 물드는 것을 전략으로 삼는다.

 

 

2장 배치들의 행위성

 

베넷은 ‘사물-역량(res-power)’이라는 용어가 사물의 안정성이나 사물의 고유한 힘 같은 사물성을 지나치게 과장하거나, 원자론적인 접근으로 이해될 수 있음을 경계하면서 사물이 가진 힘 또는 역량을 설명하기 위하여 스피노자의 ‘감응적인 신체’ 개념과 들뢰즈-가타리의 ‘배치’ 개념을 들여와서 2003년, 북미에서 일어난 대규모 정전사태를 분석하고 외-부를 심도 있게 다루며 ‘행위성’의 분산된 특징을 설명한다.

 

스피노자의 감응적 신체들을 형성하는 의욕적인 양태들은 자신이 지속하기 위하여 자신들이 겪어내는 변화와 변용을 창조적으로 상쇄하기 위하여 새로운 마주침을 추구하는데 양태들은 연합들을 변화시키고 다른 양태들에 의해 변화된다. 여기에는 어떠한 양태도 위계적인 의미를 지닌 행위자가 아니며 언제나 우연이라는 요인에 종속되어있고, 모든 마주침에 내재하는 우연성에 종속 되어있는 다른 양태들의 변용에 맞서 견디고 다투기 때문에 항상 긴장된 변화과정에 있다.

스피노자가 말하는 의욕적인 신체는 무엇인가?(p 80)에 대하여 베넷은 그 것이 그 자체로 연합하는 신체, 자신의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목적 아래 서로 군집하려는 복합적인 신체로 변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 지점에서 생기적 유물론을 설명하기 위하여 스피노자로 부터 가져오는 개념은 “신체들은 이질적인 배치로서 혹은 이질적인 배치 내에서 자신의 능력을 향상시킨다는 것”이다.

 

배치를 이루는 구성 요소들은 당연히 생기적 힘을 가지고 있으며 이 요소들의 묶음(집합) 역시 고유한 효과를 가진다. 이것이 배치의 행위성이다. 이 것은 언제나 개방되어있고 ‘통일할 수 없는 합’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렇게 배치를 통해 생성되는 효과는 창발적인 성질을 가진다. 이는 형성의 역사를 가지고 있고 수명 또한 유한하다고 할 수 있다.

베넷이 예를 들었던 북미의 대규모 정전사태는 의도치 않은 결과들의 복잡한 연쇄 과정을 보여주었는데 이는 하나의 원인으로 환원할 수 없는 복잡한 성질을 띠고 있다. 이러한 것에 대하여 라투르는 “행위에 의한 약간의 놀라움”이라고 표현하면서 “객체도 주체도 없다. (...) 오직 사건들만이 있다. 나는 절대 행위하지 않는다. 나는 항상 내가 한 것에 의해 약간 놀란다.”라고 했다. (P89), -라투르의 “판도라의 희망”에서-

배치의 행위성은 이들의 배후에 있는 어떤 행위자를 상정 하거나, 인간의 행위를 제약하고 맥락을 제공하는 ‘구조’로 환원되지 않는다. 창발하는 인과성은 과정 그 자체를 행위소로 간주하고 그것에 집중하며 다양한 수준의 행위적인 능력을 가진다.

배치의 행위적 능력은 배치를 구성하는 물질성의 생기를 통해 가능한데 이러한 집합적 행위성의 예시를 베넷은 중국 전통의 “기세(氣勢)”에서 찾기도 한다. 기세는 사물의 특정한 배열에 내재한 양식, 에너지, 성향, 궤적, 활력이다. 기세는 배열 안의 특수한 몇몇 요소들로부터 나타난 힘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요소들의 시공간적인 배열에서 발산하는 역동적인 힘을 뜻한다.

 

배치의 행위성이 아우구스티누스, 칸트가 열망했던 강하고 자율적인 인간만의 행위성이 아니라 “인간과 외부의 물질성들의 연합된 행위성의 결과”라고 할 것 같으면, 어떤 발생된 사태를 초래한 정치적인 책임은 누구에게 물어야 할 것인가?라고 스스로 물음을 던진다. 이에 대하여 베넷은 연합된 행위성이 해로운 결과의 근원이 무엇인지를 확인하는 기획을 약화하기는 하지만 연합된 행위성을 폐기하기보다는 오히려 이것은 결과의 근원을 찾아내는 탐색의 범위를 확장한다고 주장한다. 개별 인간의 윤리적 책임에 대하여서는, 자신이 배치에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이 배치에 대한 자신의 반응에 달려 있다고 자각하는 정도라고 말한다. 개인은 배치 내의 하나의 행위소로서 수행할 수 있는 노력은 할 수 있다고 한다. 분산된 행위성의 세계에서는 단일한 요소에 비난을 돌리는 것을 주저하게 된다. 물론, 때로는 도덕적분노가 민주 정치에 필수적으로 요구될 수도 있지만 도덕적 비난에 필요 이상으로 집착하거나 행위적 능력들의 연결망을 정교하게 식별하는 데 충분하지 않은 정치는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베넷은 말한다. 행위성을 분산된 것 그리고 연합된 것으로 이해하는 입장은 도덕주의로부터 윤리를 분리시키고 생기적이고 종횡무진하는 힘의 세계에서 우리가 취해야할 적절한 행위가 무엇인지를 우리에게 호소한다고 베넷은 주장한다.

 

주1) 오드라덱

오드라덱.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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