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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왜끊곁 4주차 후기

재연 2021.02.13 17:44 조회 수 : 64

우왜끊곁 4주차(2/7) 후기


왜 ‘우왜끊곁’ 책은 ‘금욕주의’를 마지막으로 끝마쳤을까? 이 물음이 온라인 세미나팀에서 나왔습니다. 저도 그 질문에 바로 답이 생각나지 않아 고민하다가 생각을 정리해보기로 했습니다.
제가 너무 텍스트에만 매몰되어서 맥락을 놓친 것인지 반성하며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이 책(또는 니체 설법)은 앞 장의 주요 개념을 전복시키고 그 개념에 다시 새로운 가치를 세우는 방식으로 진행한다는 점, 마지막 장에서 언급하는 ‘의지들’과 에필로그 메세지에 중점을 두고 정리해보았습니다. 


우주의 만물에는 운동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 운동의 의지, 니체는 힘에의 의지라 표현했다. 힘에의 의지에는 어떤 것을 시작하는 능동적 의지에 필수적인 능력이 필요한데, 그것은 '망각'의 능력이다. 반동적으로 만드는 무언가를 잊어버릴 때 비로소 어떤 것을 새로 시작할 수 있다. 물론 니체의 '망각'은 '기억을 지워버리는 것'이란 통상적 개념을 전복시키고 '기억을 사용하는 능력'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부여한 개념이다(211). 반동적인 것을 딛고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능력이다. 다시 말하자면, 기억을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은 능동적 의지를 발현하는 데에 필수적이란 것이다.

저자는 니체의 설법을 통해 만물이 반동의 의지를 너머 좋은 힘과 의지, 능동과 긍정을 산출하는 것이 중요한 전제라 말한다. 능동적 인간이란 반동적 감정에 사로잡히지 않기 때문에 대상을 편파적으로 보지 않는 '정의'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 이 속성은 '자연적 존재'로서의 자신에 대한 강력한 자기긍정을 가능하게 하는 속성으로도 간주된다. 이를 니체는 '위대한 건강'이라는 말로 요약한다.

능동적 의지의 산물에서 고귀함이란 천한 것과 고귀한 것을 이분법적으로 편 가르고 우위에 서려는 것이 아니라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고귀한 것, 좋은 것을 알아보고 찾아내는 감각과 능력이다. 이를 '안목'이라 한다. 고귀한 '안목'과 기억을 사용할 수 있는 능력(망각)을 통해 고귀한 행동을 할 수 있다. 어떤 고통이 예견되는 사태여도 반동적 감정에 얽매이지 않으며 의연히 통과하거나 돌파할 수 있다. 이는 다시 말해 이 능력을 통해서 힘의 의지들을 어떻게 배치하고 종합할 것인지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235).

종합능력은 곧 니체의 '주권적 개인'의 도구다. 이 도구는 지배가치에 길들여진 인간에서 스스로 의지를 종합(약속)할 수 있는 자로 고양시킨다. '금욕-금욕주의-금욕주의 이상'의 개념에서 종합능력의 성격과 방향설정을 규정지은 것으로 보았을 때, 여러 성격의 의지를 하나로 환원시키지 않으려면 내 신체의 무수한 의지들을 해체시키고 돌보려는 능력(힘 또는 의지)이 필요하다.

의지들을 돌본다는 것은 그 의지들이 질서 있게 종합(약속)되어 때에 맞게 표출시킬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의지들이 질서있게 표출된다는 것은 의지들의 리듬 또는 루틴을 갖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어, 인간의 하루 단위에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데에는 기본적으로 먹고 움직이고 자는 의지가 있다. 각각의 의지들을 자신의 신체와 환경에 맞게 규칙적으로 반복한다면 이는 자신의 신체리듬을 안다고 말할 수 있으며 건강한 생활루틴을 누린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힘에의 의지는 인간 뿐 아니라 우주 만물에 있다고 하였다. 신체의 내부 의지들에 귀기울이는 것은 물론 신체 외부 의지들과의 조화까지도 살펴보아야 한다. 이는 곧 나와 영향을 주고받는 자신의 신체, 가족, 친구, 사회, 자연의 의지들을 해체시킬 줄 알고 다시 전복시켜 자신의 의지들과 종합시킨 가치를 만들어 내야한다는 것과 같다. 끊임없는 운동을 인식하고 그 변화들에 지혜롭게 대응하면서도 내포된 일정의 질서를 파악해야하는 능력은 우주의 운동성을 지닌 만물에게 요구되는 것이다. 주권적 개인에게 있어 의지들의 질서를 파악하고 위치시킬 줄 안다는 것은 생활정치 능력을 말할 것이다. 생활정치에 능숙한 자는 그렇지 못한 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곁눈질에 편안할 것이다. 간단히 생각해보아도 내가 세운 루틴마저도 생애주기, 생활환경, 사회환경 등에 맞게 변형시켜야 할텐데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리듬에 영향을 주는 의지 외의 것을 가려낼 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의지들을 해체시키고 분별하여 종합시키는 능력을 얻어내야 한다는 점에서 결이 다른 “곁눈질”은 지속해야 할 것이다. 이 또한 니체 설법처럼 '곁눈질'의 역설이 담겨 있다. 그러므로 생활정치력을 키워나가려는 공동체를 니체적 공동체라 할 수 있겠다. 

 

 

이렇게 생각을 정리를 해보니, 제가 지난 후기에 작성했던(우왜끊곁 2주차 후기) 첫번째 질문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신체가 반복을 통해 얻은 이익의 중첩으로 만들어낸 생활리듬이나 사고루틴에 익숙해졌을때, 다른 루틴이 현재 유지하는 루틴보다 신체에 더 유용한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변화하는 세상에서는 자신의 루틴의 변화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내 루틴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킨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결과물로서 나타나는 신체의 이득을 경험하기 전에도 우리는 이득을 분별하려는 경향이 있을텐데, 과연 이는 어떻게 파악할 수 있는 것일까? 하는 질문이 이제야 이해가 되었습니다! 

제가 정리해보며 생각한 바로는 변화하는 세상의 양상을 최대한 파악하려고 하는 것. 우주 만물의 운동성에서 '힘에의 의지'를 발견했으므로 우주의 운동 양상을 살펴보아야 긍정의 방향을 파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곧 '와! 그래서 물리학자와 같은 과학자들이 우주를 탐구하며 얻은 지식으로 우리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하는 것이었구나!' 하는 즐거움을 새삼스레 느꼈습니다. 어렵고 복잡하다고 느낀 '과학'의 실용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요! 그리고.. '과연 어떤 과학도구를 통해 우주 만물에 작동하는 '힘에의 의지' 양상을 효과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까? 그 과학도구는 실용적이고 융통성 있는 성격을 지니지 않았을까?' 또는 '자연적 속성을 함께하는 여러 성격의 과학도구들이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실생활에서 개개인이 정치를 잘 해낼 방법은 운동의 원리를 알아내면 효과적일 것이다! 하는 희망도 함께 가졌어요. 이 질문과 희망을 가지고 나머지 청인지 시간들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 성장을 위해 부족한 부분에 조언 해주심 감사하겠습니다. 모두 설 연휴 즐겁게 보내시고 다음 주에 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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