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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온라인 팀에서는 기억과 망각, 채권-채무와 선물, 금욕과 금욕주의 그리고 금욕주의의 이상에 대해 이야기 했습니다.

니체는 반동적 힘에 사로잡힌 기억과 일차적 힘으로서의 망각을 대비시키고 있습니다. 5장을 발제해주신 수환선생님께서는 기억은 능동적으로 저장될 뿐이고 그 기억에 의해 반동적 행위가 일어나는 것 아니냐라는 질문을 덧붙여주셨습니다. 여기서는 먼저 기억이 그 자체로 미시적 기억임을 알아야 합니다. 내 안에는 수많은 미시적인 힘과 의지가 있듯이 기억 역시 그 자체로는 미시적 힘과 의지들의 기억입니다. 나의 의도와 상관없이 나의 귀는 소리들을 듣고 기억하고 피부는 온도와 습도를 코는 냄새를 지각하고 기억합니다. 이러한 기억들은 나의 의지와 관계없이 저장되는 미시적 기억들입니다. 그래서 기억 그 자체는 반동적 힘과 동일하지 않습니다. 좋음 나쁨과 관계없이 남아있는 기억들은 나의 의지와 관계없이 수동적으로 새겨진 기억입니다.

반동적 힘에 사로잡힌 기억이란 이러한 미시적인 기억들을 하나로 엮어내는 종합 작용입니다. 연인과 싸우고 헤어진 기억은 이전까지 있었던 연인과의 기억들에 힘에의 의지로 작용하여 기억을 부정적인 것으로 묶어 냅니다. 이제 연인과 관련된 모든 기억들은 싸우고 헤어진 기억에 의해 종합되고 그 기억은 나를 기억에 반해서 행동하게 만듭니다.

망각 역시 기억에 작용하는 힘에의 의지로 하나의 종합작용입니다. 망각이 하나의 종합인 것은 그것이 기억 그 자체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기억을 묶어내고 있는 특정한 반동적 힘을 없애기 때문입니다. 여러 기억들을 특정한 양상으로 묶어내고 있는 힘을 없애고 그 기억을 새롭게 종합할 수 있는 여백을 만드는 것입니다. 따라서 망각 역시 하나의 종합 작용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억에 작용하는 망각은 사실 일차적인 능력입니다. 미시적 기억들을 묶어내고 그에 반응하게 하는 특정한 기억의 종합은 외부적 장애물에 부딪쳤을 때 이뤄집니다. 장애물에 부딪쳤을 때 그에 맞춰 다시 반응할 수 있는 기억의 종합이 필요한 것입니다. 그러한 장애물이 없다면 특별히 기억을 묶어낼 필요가 없습니다. 결국 일차적 망각은 계속해서 작동하는 신체의 무구성이고 반동적인 기억의 종합은 그러한 무구성이 외부의 장애물에 부딪쳤을 때 나타나는 이차적인 힘입니다.

다음으로 채권-채무의 관계와 선물, 공동체의 정의에 관해 이야기했습니다. 채권-채무의 관계는 신체의 만남에서 오는 능력의 증감을 계산하는 것에서 비롯된 근원적인 개인 간의 관계입니다. 신체능력의 증감을 계산하는 것은 주고받는 것을 비교하는 것으로 이어집니다. 그런데 이때 주고받음은 교환이 아닌 선물입니다. 교환과 달리 선물은 비등가성, 비동시성을 갖습니다. 선물에서도 주고받음은 의무적입니다. 하지만 주고받음이 의무인 경우에도 선물은 주고받는 것의 비등가성을 전제합니다. 또한 주고받는 것은 동시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선물의 비등가성과 비동시성이 주고받음의 관계를 끊임없이 지속하게 만듭니다.

공동체와 개인의 관계 역시 채권-채무의 관계에 있습니다. 공동체로부터 이익을 얻는 개인은 공동체에 대해 채무자입니다. 그래서 개인은 공동체의 유지에 필요한 의무를 다하게 됩니다. 이는 비등가성 이전에 채권-채무라는 계산을 전제합니다. 채권-채무라는 계산 관계에서 비롯하지만 공동체의 정의는 이러한 계산을 넘어섭니다. 강한 공동체일수록 지불능력이 없는 개인을 수용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계산을 넘어서는 공동체의 수용력capacity이 공동체의 능력capacity을 정의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금욕과 금욕주의입니다. 먼저 금욕이란 철학자의 경우에서 잘 알 수 있는 것처럼 특정한 하나의 욕망을 강하게 긍정하는 데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특정한 하나의 욕망을 강하게 긍정하고 그것을 향해 자신의 힘을 쓰고자 할 때 그 밖에 다른 모든 것에 대해서 금욕하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때 금욕이란 특정한 하나의 욕망을 강하게 긍정하기 위해 다른 욕망을 억제하는 방법적인 것입니다.

반면 금욕주의란 모든 욕망에서 초월한 무에의 의지와 연결됩니다. 종교적 이상에서 알 수 있듯 금욕주의는 모든 욕망에서 벗어난 해방의 상태를 지향합니다. 그러나 생명이 추동하는 이러저러한 욕망들에서 벗어나 선한 해방의 상태를 이상화하는 금욕주의 역시 특정한 힘에의 의지입니다. 금욕주의는 어떤 것도 의욕하지 않음이 아니라 무無를 의욕하는 무에의 의지입니다. 즉 금욕주의는 욕망이 사라진 상태라는 무를 ‘추구’하는 힘에의 의지인 셈입니다. 무를 향한 의지는 여기서 거꾸로 무를 의지함으로써 삶을 구성하려는 특정한 욕망의 산물이 됩니다. 철학자에게 필요한 금욕주의의 이상이란 이런 점에서 금욕에 더 가까운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주는 다소 분량이 긴 8장 하나입니다.

발제는 김희선선생님 마리주선생님 두 분이십니다.

이번 주에 하게 되는 내용에 대해 궁금한 점이나 중점적으로 논의해보고 싶으신 내용은 댓글로 남겨주시면 됩니다.

토요일에 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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