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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랑쇼 9강 전반부 발제

Olivia 2020.11.17 18:07 조회 수 : 81

《문학의 공간》 <4부. 작품과 소품>

1장_읽기 pp. 278 – 288, 발제자: 황수진

음악과 회화를 듣고 보기 위해서는 재능이 필요하다. 재능은 은밀한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 사람들을 감싸는 닫힌 공간이다. 재능이 없는 자는 바깥에 머무르고, 재능이 있는 자는 그들이 원하는 대로 들어가고 나온다. 읽기는 재능조차 필요로 하지 않고, 천부적 특권에의 의지라는 잘못을 바로잡는다. 읽기는 오히려 거대한 무지가 부여하는 앎을 요구하며, 미리 주어지지 않고, 매번 자신의 망각 속에서 받아들이고 획득하고 잃어버려야 할 재능을 요구한다.

초현실주의자 앙드레 브르통은 음악을 부정한다. 그는 언어의 불협화음적 본질을 들을 수 있는 권한을, 음악적이지 않은 자신의 음악을 자신에게서 보존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카프카도 자신에게서 “비음악적인 나의 존재”를 발견했다. 일반적으로 음악을 좋아하지 않는 자는 음악을 견디지 못한다.

조형 작품은 공간 한가운데서 또 다른 반항의 공간을 마련하고, 그 앞에서 감상자는 보호된 격정을 마련하는 결정적 분리를 구성 요소로 삼는다. 이러한 결정적 분리는 책에는 없는 것 같다. 작가의 매개없이, 아무도 쓰는 사람 없이. 독자는 책으로부터 모든 저자의 부담을 덜어주려고 한다. 읽는 다는 것. 그것은 책을 다시 쓰는 것이 아니라 책이 쓰여지게 혹은 책이 쓰여진 것이 되게 하는 것이다.

모든 독서는 작품을 작품 자체로, 그 익명의 현전으로, 있는 그대로의 격렬한 비인칭의 긍정으로 돌려주기 위해 작가를 무효화시키는 놀이이다. 독자는 그 자신이 근본적으로 익명의 존재이고, 그는 누구라도 될 수 있는 유일하지만 투명한 독자이다. 책은 모든 것을 모두를 떠나서 쓰여진 것으로 나타난다.

독서는 조각(le fragment)이 되기 위해서 독자를 필요로 하고, 저자 없는 또한 독자 없는 무엇이 되기 위해 독자를 필요로 한다. 독서는 자유다. 존재를 주거나 존재를 포착하는 자유가 아니라, 맞이하고, 동의하고, “그렇다”라고 말하고, “그렇다”라고 말할 줄 밖에 모르고, 이러한 “그렇다는 통해서 열린 공간 속에서 작품의 놀라운 결정이, 작품이 존재한다는 긍정이 긍정되도록 두는 자유이다.

나사로야 바깥으로 나오너라” (Lazare, veni foras)

독서는 대화가 아니고, 독서는 토론하지 않고, 독서는 질문하지 않는다. 책은 아직은 결코 읽혀지지 않았으며, 매번 처음이고 매번 단 한 번뿐인 이 유일의 독서를 통해 열린 공간 속에서만 그 작품으로서의 현전에 이른다. 모든 독자들의 공동체가 형성한 울타리 안에서 책의 명증성은 확보되지만, 그 명증성 뒤에서 작품은 “나사로야 바깥으로 나오너라”라는 해방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보다 잘 닫힌 것만이 독서에 의해 열린다. 유래를 모르는 무의 짓누름인 양 견뎌 온 것만이 자유롭고 행복한 (긍정의) 그렇다의 가벼움 속에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읽는 다는 것은 보다 손쉬운 것, 수고 없는 자유, 즉각적으로 피어나는 순수한 그렇다이다.

독서의 가벼운, 무결한 ‘그렇다(Oui)’

읽는다는 것은 이해를 넘어선 곳에 이해에 이르지 못한 곳에 자리한다. 읽는 다는 것, 그것은 정확히 말해서 공동의 말이라는 나타난 것 뒤에서, 모두의 책 뒤에서 독서 속에서 드러나야 할 유일의 작품을 찾기 위해 부름을 던지는 것도 아니다. 읽기와 관련된 부름은 작품 자체에서 올 수 있을 뿐이다. 책을 작품으로 고양시키고, 같은 길을 따라 작품을 존재로 고양시키고 환대를 작품이 발음되는 매혹으로 만드는 환대. 독서는 이러한 머무름으로서의 가볍고 투명한 그렇다의 단순함을 지니고 있다.

독서는 실제로 분리된 공간에서 보이지 않는 상대와 함께하는 춤, 즐겁고 격정적인 ‘무덤’과의 춤인지도 모른다. 가벼움, 거기에 보다 무거운 염려의 움직임을 소망하지 않아야 한다. 가벼움이 우리에게 주어지는 그곳에 무게가 부족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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