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인생에서는 자발성이 중요한 것 같아요.
강요도 없지만 그래도 1/n 만큼의 책임이 느껴지는 세미나가 없으니까 너무 좋아서~(죄송~~) 생각도 적고 싶고, 생각도 더 하고 싶어져요. ㅎㅎ
지난 세미나 뒷풀이에서 예술과 사랑 그리고 성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왔잖아요~.
사랑을 믿지 않는 저는 '사랑과 예술이 뭔 관련이람~ 사람들이 또 그렇게 관련없는 것을 엮어서 원하는 것을 얻고서는 진짜 사랑과 예술이 관련이 있는 듯이 말하는 자기기만을 해요...'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거든요.
전 평소에 '사랑 그 딴 게 어딨어? 열정/ 능동성/ 자발성/ 흥분/ 성그러운 감정/ 힘 감정/ 지배욕/ 안정감 등등 을 느끼고 싶고, 모종의 계약과 거래를 하면서 자뻑적 자기기만을 하는 게 "사랑"이라는 단어의 사용처인가보다~. ' 생각하는 사람이거든요.
또 아휴 누가 사랑 이야기를 하면~
"아휴 피곤해... 그래 사람들이 도파민(행복과 흥분의 핵심 호르면) 팡팡 나오는 거 좋아하지.. 근데 그거 끝나고 나면 또 다른 갈망이 찾아올텐데... 아구 왜 그런 굴레에 스스로를 몰아 넣어~. 뭐~ 좋은 거 있다고.. 다 끝이 있는 걸... 아휴... 듣기만 해도 피곤하다.. 그 끝에 뭐가 없는데 결국 다 허무인데.. 왜.. 저러남~" 했는데~
갑자기 뒷풀이 후 며칠 동안 생각하다보니....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1. 나는 사랑을 모르나보다... 그게 얼머나 좋은지 모르니 염세적이지~
2. 나는 결과 중심주의 사람인가보다.. 결론이 뭔지 알고 그 과정에 유용하지 않으면 폐기하고 싶은 아주 건조한 인간인가보다...
3. 나의 10/20/30/40대의 모든 사랑이 얼마나 후졌으면 이런 생각을 할까? 과연 나에게 니체와 모든 예술가가 말하는 사랑이 있었던가?
4. 전공이 성심리학이라서.. 사랑을 너무 과학적으로만 이해하나? 근데 생리학적 레벨의 성 기능/ 성의 욕망/ 성에 투영된 권력욕망/ 진화론적 성/ 대상관계적 성 등등을 보다보면... 감정이 휘~ 날아가는데 어쩌지? 사실.. 대부분의 감정이 학문의 필터를 통해서 들어오는 걸.. 어쩌라구...ㅠㅠ 특히 성은 더..
에까지 생각이 미쳤어요.
그리고 다시 생각해봤죠.
그럼 이 시점에서 성과 사랑 그리고 예술을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 나는 모험을 감행할 용기나 호기가 있는가????
결론은 언제가 같은 지점...
"아~ 피곤해.... 호르몬 팡팡 나오는 건.. 내 스타일이 아니여~! 그냥 호르몬의 항상성을 유지하며 전두엽(관조와 통찰의 기능을 담당하는 두뇌의 핵심, 아울러 공감을 하기 위해서도 전두엽 기능이 강화되어야 함! ) 기능을 강화시키며 이번 생 살다가 죽을란다..."로 회귀~.
그래도 사랑을 아릅답게 보는 사람들에 대한 나의 시선은~
'나처럼 건조하지 않아서 좋다~! 사랑에 대한 감정은 참 소중하지~.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사람 안에 사랑이란 샘물이 있다는 것이니까..' 예요.
"세상이 아름다운 것은 세상이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세상을 아름답게 보는 사람들이 있어서"이지가 오늘의 짧은 단상~!.
모두 휴셈에 즐거우시길~ ^^
<첨언>
저도 사랑이라는 단어를 살면서 가끔은 써요. 사랑을 믿지는 않지만 사용할 단어가 없어서 차용해서 쓰죠... ^^;
- 내가 가능한 최대한 내 욕망을 알아차리면서 나를 위해서 너를 사용하지 않을 때,
- 가능하다면 너를 위해 내가 무엇인가를 하면서 그것만으로 기쁠 때,
- 네 존재가 참으로 귀하고 아름다워.. 나와 무관하게 너를 온전히 바라볼 때,
- 가능한 너를 위한 의지를, 너를 돌보고 키우며 네가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마음과 행동을 지속할 때,
사랑이란 말을 쓰기는 해요. 근데 그러면 힘의 감각을 경험하기 보다.. 자아의 경계가 사라지면서.. 온 몸의 힘이 빠지고... 그냥 바람 한 점이 되는 기분이라서 니체가 말하는 사랑은 아닌 것 같아요. (이럴 때는 저는 성애가 빠지고 존재론적 접촉이 일어나는 것 같아요.)
남녀의 사랑에선... 저는 아마.. 노년에 배우자 병간호를 하면서 그제서야 떳떳하게 사랑을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내가 너를 진정 사랑했노라고.. 너의 죽음까지 내가 지키겠다고... 너를 죽음 앞에서 외롭고 두렵게 하지 않겠다고.... 불 타는 감정에서가 아니라 모든 초라함과 추함과 욕망으로 인한 고뇌와 비참함을 내가 봤기에.. 그럼에도 내가 너를 끝까지 안아내기에.. 내가 너를 사랑하는 것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초라하고 나약한 인간을 조건없이 온전히 안아낼 때(자녀, 가족, 친구, 인간 존재 모두....) 비로서 우리가 사랑이라는 단어를 사용해도 스스로 부끄럽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그런 의미에서.. 사랑이란 말을 쓰기엔 저는 너무나 사악하고 탐욕스럽고 교활해서....평소에 대부분은 "사랑은 무슨.. 거래지~!" 하는 생각을 하고 산답니다. ^^
댓글 3
-
재연
와, 솔직한 너구리님 글 정말 잘 읽었어요.
저는 과학의 사랑 해석 또는 도파민의 작용을 듣고
뭔지 모를 배신감을 느낀 1인인데요~ ㅋㅋ
과학적 현상, 논리적 현상이 그렇다 한들
모든 현상이 그에 대응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과학은 특정 현상의 관찰이나
연구자의 가설을 바탕으로 결과가 나오니,
실험 환경에 따라, 우리가 모를 우연한 변수들에 의해
언제든 예외성이 있다는 건 우리 모두 알잖아요~!
전 사실 사랑을 너무나도 믿고 싶어하는 사람이면서도,
사랑이 무언가 특별한 감정이나 현상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어쩌면 무언가를 하고자 하는 의지들? 조차 다 사랑의 영역으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경계가 없을 것이라고 믿어요.
우리 환상에서와 같이
사랑을 성스러운 것이라고 여기지 않는 거죠.
가볍고도 숭고하다고 평가되는 그 사이사이에
상상하기 어려운, 받아들이기 어려운
어떠한 형태의 사랑들이 있을 거에요.
내가 이해하고 있는 사랑과 다른,
그들의 세계의 사랑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기에..
그런 관점에서 니체는 니체의 관점으로 강자의 사랑과 약자의 사랑의 형태를 포착했을 것이고!
오라클님이 말씀하신대로 자기 자신에게 보다 더 유용한 형태의 사랑, 강자의 사랑을 해야한다~~ 라고 지혜를 남겨주고 싶었던 것 아닐까요~? ^___^ -
너구리
세미나에 참가하지 못한 어제~ 저는 나폴레옹에 대해서 찾아봤어요.
니체는 왜 나폴레옹을 그렇게 좋아한 것일까? 그리고 나폴레옹의 사랑에 대해서도 찾아봤지요... ㅎㅎ
당시에는 귀족만이 감정적 열애를 할 수 있었고, 사랑이라는 열정에 자신을 내맡길 수 있는 정도의 솔직함과 자신감 그리고 몰입이 흔하지도 쉽지도 않은 것이어서~ 니체가 그렇게 찬미했다는 것을 알았어요. 즉, 어떤 주제에서 출발했던지 니체는 자신이 되라고 말하고 싶었구나 그 시대에는 그것이 너무나 필요했구나 싶었어요... 너무 많은 것이 허용된 세상에서 니체의 열변이 왜 이리~ 과도하게 느껴지는지... 에 대해서... '아, 내가 맥락을 간과했구나...' 다시 생각하며...니체에게 조용히 마음으로 말 걸기를 해봤어요.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이었나요?'
'그 깊은 이야기를 들어줄 이가 진정 없었던 것이었나요? 당신을 이해할 이가 없었기에 그렇게 외쳤어야만 했나요? '
니체라면, 사랑 일반이 아니라 그게 어떤 사랑인가를 문제삼았을 거 같습니다! 약자의 사랑과 강자의 사랑, 말이지요.ㅎㅎ
약자가 사랑으로 소유하고 구속하려든다면, 강자는 사랑을 통해 더 자유로워지고 힘감정이 커지는 것을 느낄 것입니다.
또 전자에게 사랑이 자신을 경계로 하는 개체성이 강화되는 방식이라면, 후자의 사랑은 개체성이 해체되는 경험과 또다른 자신을 만날 가능성입니다!
이외에도 '그 사랑이 힘감정의 증대로 나타나는가, 감소로 나타나는가'의 맥락에서 더많은 차이=거리를 생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즉 '그것이 양(+)의 되먹임을 가져오는가, 음(-)의 되먹임을 가져오는가'에 따라 사랑의 맥락은 달라질 것입니다.
어떤 관계는 나와 그를 서로 강화시키지만, 어떤 관계에서 나와 그는 서로를 갉아먹는 경우가 있음을 알 것입니다
이런 관심을 에세이로 써도 좋을 거 같아요! 이를 테면 '니체적 관점에서 본 사랑의 존재론' 쯤 되지 않을까요? 너구리 앞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