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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유너머 104 2020 봄강좌 

 

신유물론의 도착

 

강사인터뷰: 박준영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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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안녕하세요? ‘신유물론의 도착’이라는 강좌명처럼, 최근 부쩍 ‘신유물론’자들로 분류(?)되는 이들의 책들이 활발하게 번역되면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저를 포함해서 ‘신유물론’이란 말이 생소한 분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신유물론이란 무엇인지 소개 부탁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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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신유물론(neo materialism)이라는 말이 처음 나온 것은 들뢰즈의 스피노자 연구서인 『스피노자와 표현의 문제』에서입니다. 들뢰즈는 이 개념을 그의 자연주의와 더불어 사용하고 있는데요, 그 의미는 인간과 자연이 양태적이고 속성적인 측면에서 서로 이어져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인간의 신체도 자연의 일부고, 물질적이며, 여기에 정신마저 그러하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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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에 1990년대 말 들뢰즈 연구자인 마누엘 데란다(Manuel DeLanda)가 자신의 에세이인 “The Geneology of Morals: A Neo-Materialist Interpretation”에서 개념에 대한 정의를 내립니다. 그리고 이를 이어 2000년대 초에 한 논문에서 로지 브라이도티(Rosi Braidotti)가 이 개념을 새로운 사상으로 끌어 올리지요. 전자의 경우 이 개념은 들뢰즈의 ‘기계론’과 관련하여 전개되고, 후자의 경우 페미니즘 철학에 기반하여 주체론의 측면에서 이루어집니다.

이 두 사람 외에도 초창기 신유물론을 이끌었던 학자들에는 데리다(Derrida)의 영향을 받아 신유물론을 전개한 카렌 바라드(Karen Barad)와 비키 커비(VIcki Kirby)가 있습니다. 아, 그리고 엘리자베스 그로스(Elizabeth Grosz)와 해러웨이(Donna J. Haraway)도 빼 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 이후 많은 발전이 있었는데요, 대표적인 사람이 다이아나 쿨(Diana Coole)과 사만다 프로스트(Samantha Frost), 아이리스 반 데어 튄(Iris Van der Thuin)과 릭 돌피언(Rick Dolphijn)이지요. 또한 좀 애매한 위치에 있으면서, 위 신유물론자들의 러브콜(?)을 받는 현대철학자들이 있지요. 대표적으로 퀑탱 메이야수(Quentin Meillassoux)가 있습니다. 이 분은 특히 사변적 실재론자(speculative realist)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한때 프랑스 철학계에서 ‘천재’라고 소문이 자자했습니다. 그의 박사논문이 해적판으로 읽힐 정도였지요. 근데 요즘은 좀 소식이 뜸합니다. 최근의 또 다른 핫한 트랜드인 SF(과학소설) 연구를 하고 있다고 하지요. 그에 관한 책도 냈습니다.

 

강좌에서는 이 사람들의 글들을 모두 볼 수는 없겠지만, 많은 부분 인용할 것이고, 논문 전체를 볼 기회도 가질 겁니다.

 

 

 

Q2. 그렇다면 신유물론은 이른바 ‘구’유물론을 전제하고 있는 것일까요? 만약 그렇다면 어떤 점에서 기존의 유물론과는 다른 새로운 사유를 신유물론이 보여주는 것일까요?

 

그렇지요. 신유물론은 구유물론과 스스로 차이를 가질려고 노력합니다. 그렇다고 해도 완전한 단절을 바라지도 않지요. 당연하게도 둘 다 유물론이지 않습니까? ㅎㅎ 둘 다 데모크리토스로부터 맑스 그리고 현대과학철학으로 이어지는 물질주의(materialism) 전통에 서 있지요. 하지만 신유물론은 구유물론이 물질을 수동적으로 전제하는 것에 반발합니다. 이 논의는 상당히 복잡한데요, 강의에서 풀어 놓을 것이지만 조금만 이야기하자면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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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물질이 가지고 있는 수동성이란 인간중심주의(anthropocentricism)의 착각일 뿐이라는 것이지요. 근대 이후 인간이 데카르트적 코기토를 중심에 놓고 만물을 대하면서, 이 착각이 심화되었다는 겁니다. 이렇게 보면 신유물론은 구유물론을 비판하는 와중에 반드시 근대성(modernity)에 대한 비판을 경유하게 됩니다. 즉 인간과 자연을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그 전통 말입니다.

 

 

 

여기에 근대에 있었지만 반근대적인 스피노자의 사상이 도입됩니다. 들뢰즈가 그랬듯이 말이죠. 마찬가지로 현대과학의 성과인 양자역학을 철학적으로 재전유하면서, 미시세계의 물리법칙이 가진 물질의 능동성을 전면화하는 것이지요. 카렌 바라드의 개념을 사용하자면, 만물은 인간을 포함하여 어떤 ‘뒤얽힘’(entanglement)의 결과라는 것입니다. 여기에 자연과 인간을 가르는 이분법은 소용이 없어요. 다만 ‘관계’가 중요해집니다.

 

물질은 이 관계 안에서 서로간에도 영향을 미치고, 인간에게도 영향을 미칩니다. 이 뒤얽힘의 양상이 만물을 ‘살리는 방향’인가 ‘죽이는 방향’인가에 따라 이 지구-대지의 운명은 정반대로 이어집니다. 이 부분에서 신유물론은 윤리적-정치적 지향을 드러내게 되지요. 이른바 인류세(Anthropocene)는 ‘죽이는 방향’을 가리킵니다. 이러한 경향 외에도 신유물론은 구유물론이 가지는 여러 이분법적 경향을 거스르고 횡단하려는 시도를 하지요.

 

 

 

Q3. 신유물론을 소개하는 친절한 해설서가 될 『신유물론-인터뷰와 지도제작』이라는 책을 번역하셔서 곧 나온다고 들었습니다. 미리 축하를!^^ 선생님께서는 신유물론이 ‘유명세’를 얻기 훨씬 전부터 관심을 갖고 공부를 해오셨던 것 같은데요, 처음에 신유물론에 매력을 느끼셨던 지점이나 지금까지 계속 관심을 갖고 주요한 분야로 연구하게 만드는 동력이 있다면 무엇인지요?

제가 유물론자라서 그렇습니다. ㅎㅎ 그리고 현대철학연구자로서 새로운 사조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지요. 물론 처음에는 들뢰즈 공부를 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제 들뢰즈라고 하면 대체로 누구인지 짐작들을 하십니다. 그만큼 유명해진 것이지요. 그렇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니 들뢰즈 이후에 이렇다할 만한 철학을 전개하는 분들이 없는 거에요. 그래서 이런 저런 저널들을 보면서 신유물론을 처음 접하게 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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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물론은 새로운 사조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여기에 인류세를 넘어설 수 있는 이념적 요소가 있기 때문에 관심을 계속 가질만 합니다. 특히 ‘이분법’에 대한 강렬한 거부는 물질성에 대해 적극적으로 사고하게 하고, 또한 페미니즘을 퀴어의 방향으로 결정적으로 틀어 놓을 겁니다. 다시 말해 신유물론은 우리에게 실천적 함축, 새로운 실천의 방향을 설정해 줄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이 사조는 결코 회고적이지 않아요. 오히려 역사와 사회를 더 급진적으로 앞으로 밀고 갑니다. 이와 관련해서 마지막 강의에서 ‘가속주의’와 같은 정치철학을 신유물론과 함께 사고해 보고자 합니다.

 

Q4. 들뢰즈 철학이나 유물론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이 강좌를 이해할 수 있을까요? 어떤 관심사를 가진 분께 강좌를 추천하면 좋을까요?

 

물론 강의는 쉽게 진행할 겁니다. 또 강의마다 질문시간을 가질테니 궁금한 점들을 같이 생각해볼 수 있겠지요. 게다가 강좌 초반부에 관련 개념들이나 배경에 대해 좀 설명을 하고 들어갈려고 합니다. 어렵게 생각 마시고 들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ㅎㅎ

 

만약 새로운 사조에 관심이 많고, 또 들뢰즈 이후 서양철학의 돌파구를 함께 생각하는 데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이 강좌를 추천합니다.

 

 

 

 

Q5. 강좌가 시작하기 전에, 신유물론이 무엇인지 대략의 이해를 도울 수 있는 책으로 추천해주실 만한 텍스트가 있을까요?

 

아마 강좌에서 배포하는 번역문들이 최적의 입문서 역할을 할 겁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신유물론’이라는 이름을 달고 출판된 책이 단 한 권도(믿어지시나요?) 없어요. 다만 신유물론자에 속하는 로지 브라이도티와 마누엘 데란다 등과 같은 사람들의 저서는 번역이 되어 있지요. 미리 궁금증을 푸시고 싶다면 이 두 사람의 책을 좀 살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러지 않으셔도 강의 중에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 감히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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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6. 마지막 한 마디?^^

천천히 그러나 빨리 가봅시다. Festina Len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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