子貢曰, "『詩』云, '如切如磋, 如琢如磨,' 其斯之謂與" 子曰, "賜也始可與言『詩』已矣, 告諸往而知來者."
자공이 말하였다. "가난하면서도 남에게 아첨하지 않고 부유하면서도 교만하지 않는다면 어떻겠습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그 정도면 나쁘지 않지.
그러나 가난한데도 즐겁게 살고 부유하면서도 예를 좋아하는(품위와 절도가 있는) 것만은 못하다."
자공이 말하였다. "시경에서 말하기를 '자르는 듯, 다듬는 듯,
정으로 쪼는 듯, 사포로 가는 듯하도다'라고 하였는데 이를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사(자공의 이름)야, 비로소 더불어 시를 이야기할 만하구나.
지나간 일을 말해 주니 알려주지 않은 것까지 아는구나(하나를 가르쳐주니 둘을 아는구나)"
논어는 공자의 말(語)을 후대 제자들이 토론(論)해서 만든 책입니다. 공자 사후에 3천명이 넘었다는 제자들이 모여서, 전에 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네, 나는 그런 얘기 들은 적 없었네 하는 치열한 논쟁 끝에 편집해서 만든 책이 논어라고 합니다.
책의 특성 상, 제자들은 선생님에게 묻고, 보통 혼나고, 어쩌다 칭찬받는 장면이 많이 나옵니다. 그래서 얼핏 보면, 본문에 등장하는 제자들이 좀 모자라 보이는 때도 있습니다.(특히 자로) 그러나, 이 책에 실린 제자들은 3000명 중에 엄선된, 공자학단을 대표하는 제자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당대 최고 지식인 그룹이었지요.
자공은 그 중에서도 최고의 외교가이자 투자의 귀재(워렌 버핏같은)였습니다. 세계적인 명성의 유명인이었습니다. 그는 부유하였고, 부와 지위 자체가 내뿜는 교만의 에너지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나도 모르게 목에 힘이 들어가고 , 걸음걸이가 달라지게 만드는 권력의 속성 말입니다. 가난 역시 사람을 위축시키는, 부 못지않은 엄청난 에너지를 품고 있지요. 자공은 그것을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었던 '대단한' 사람이었습니다.
학이편 15장에는 '그 스승에 그 제자'라는 표현에 딱 맞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자본 권력에서 탈주선을 탄 자공과 자공이 미처 깨닫지 못했던 탈주선 너머의 신세계를 보여주는 공자. 2500년을 넘어 이어지는 '안빈낙도'라는 동양의 패러다임은 이 때 처음 생기게 되었다지요. 이런 한 방이 있는 스승의 모습에 자공은 공자를 평생 떠나지 못했던 듯 합니다.
그리고 옛 시를 가지고서 선생님의 가르침을 확인하는 자공의 지적 수준은 아마도 선생이라면 모두 꿈꾸는 로망의 제자가 아닐까요. 공자 역시 기특한 제자에게 최고 수준의 칭찬을 해 줍니다. 참고로 같이 시를 논할 수 있겠다는 이런 칭찬을 들은 제자는 자하와 자공, 두 명 뿐이었습니다.
논어를 읽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저는 어떤 책이든 감정이입을 하면서 읽어야 재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자시대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공자는 어떻게 살았으며, 등장인물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알면, 상상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지게 됩니다. 효도해라, 예가 아니면 보지도, 듣지도 말라는 정언명령의 책으로만 본다면 지루하기 짝이 없을 것 같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반장이신 유미샘의 뒤를 이어서, 제가 위정편 발제를 하겠습니다. 시간이 되신다면, 사마천의 사기 중에 '공자세가'나 '중니제자열전'을 읽어 오셔도 좋을 것 같구요. 인터넷에서 공자의 대표제자에 대해 한 번 보고 오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유미샘이 하시는 스타일대로, 천천히, 발칙하게 논어를 뜯어먹는^^ 시간을 가지고자 합니다. 19일에 뵙겠습니다~
ㅎ ㅎ 기대 기대 동학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