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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학기 인문사회과학연구원

 

 

   "이데올로기와 주체" 강사 인터뷰

 

정리: 한샘

사진: 임당

 

 

 

 

 

 

1. 제목이 <이데올로기와 주체>입니다. 이데올로기와 주체는 무슨 관계가 있나요?

 

 

 

  주체라는 말을 처음부터 설명하지는 않아도 되겠죠?^^ 근대적 사유에서 주체라고 불리는 것은 타고나는 것, 인간 안에 원래부터 있는 능력으로 생각됩니다. 그 능력을 잘 따르면 사람은 자기 생각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이고, 이렇게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존재가 주체라고 본 거죠. 그런데 근대적 사유를 비판하는 중요한 논의들, 소위 탈근대적 사상들이 이야기하는 것은, 주체라는 것이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조건 속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감각하는 방식, 행동하는 방식이 원래 내 안에 있는 자율적 능력에 의해 형성되는 게 아니고 오히려 우리 밖에 있는 조건들 속에서 그런 주체의 판단과 사고, 감각의 방식들이 만들어진다는 거에요. 그렇기 때문에 ‘주체는 주어진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 것이다’라는 것이 근대 사상 비판의 핵심적 논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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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그 주체 외부의 조건이란 어떤 것일까요? 1960년대에 시작해서 70년대까지 지속된 알튀세르의 작업은 맑스주의 이데올로기론을 쇄신하는 것이었는데요. 이때 알튀세르가 주장한 바는 바로 이데올로기가 특정한 주체를 만드는 데 핵심 조건이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이러한 관점에서 이데올로기와 주체의 문제를 살펴볼 겁니다. 정리하자면, 주체는 이데올로기라는 외적 조건에 의해 구성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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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비슷한 맥락일 것 같은데, 주체와 주체화는 어떻게 다른 건가요?

 

 

 

  기본적으로는 주체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독특한 맥락이 있어요. 원래 주체라는 말은 라틴어에서 온 말입니다. 주체가 영어로 subject잖아요. 이때 subject의 어원이 되는 두 단어가 있습니다. 하나는 수브옉툼subjectum인데 이건 주인, 혹은 기초가 되는 것을 말합니다. 또다른 단어는 수브옉투스subjectus예요. 이 말은 종속된 것, 하인, 신하를 의미합니다. 사실 영어의 subject에도 이런 두 가지 뜻이 다 있죠. 이런 맥락에서 보자면 주체가 된다는 건 우리가 수브옉툼(주인)이 되는 것 같지만 동시에 종속된 자, 즉 수브옉투스가 된다는 말입니다. 오로지 기존의 가치체계, 우리 말로 한다면 이데올로기에 종속됨으로써 사회를 구성하는 기초가 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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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면 어떤 현대철학자들, 가령 랑시에르나 바디우 같은 이들은 그런 종속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주체화라고 불러요. 하지만 이들의 논의에서는 종속된 상태에서 벗어나서 그 종속을 만들어내는 조건들을 바꾸어내는 동역학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제가 생각하는 아쉬움입니다. 알튀세르와 발리바르는 유사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둘이 논점이 좀 달라요. 이데올로기를 바라보는 관점도 다르구요. 발리바르는 누구보다 알튀세르의 충실한 제자였지만 또한 스승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통해 스승을 넘어서려 하고 그를 통해 알튀세르와 구별되는 자신의 이데올로기론을 구성하죠. 우리는 이런 알튀세르와 발리바르의 이데올로기론을 살펴봄으로써 궁극적으로 종속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3. 알튀세르에 대해 궁금합니다. 알튀세르가 이데올로기론의 대표적인 인물 맞죠?

 

 

 

  그렇기는 하지만 이데올로기론의 대표는 역시 맑스겠죠^^ 물론 알튀세르는 레닌을 자기 나름으로 충실히 계승하는 철학자이긴 합니다. 오히려 알튀세르가 주목받은 건 사회주의 위기의 시기에 이미 알튀세르가 제기햇던 ‘위기’라는 문제의식 때문입니다. 우리가 이번 인사원에서 알튀세르의 전 저작을 보지는 못해요. 알튀세르의 이데올로기론은 중요하긴 하지만 알튀세르 사상의 한 부분입니다. 오히려 알튀세르의 핵심적 문제의식은 역사유물론에 있었고 그런 입장에서 이데올로기론을 구성하려고 했구요. 그리고 그의 역사유물론의 핵심에는 모순론이 있어요. 그러나 이런 작업을 다 볼 순 없습니다. 이번 인사원에서는 역사유물론에서 그가 재생산의 관점이라고 부르는 측면을 중심으로 볼 겁니다. 『재생산에 대하여』라는 책을 중심으로 재생산의 관점에서 이데올로기론을 검토하려 해요. 그런데 제 생각에는 우리가 알튀세르를 유행으로만 읽었지 그의 사상을 꼼꼼히 검토했는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 다행히 요즘 한국의 알튀세르주의자들이 열심히 활동을 해서, 낡은 철학자가 아닌 현대철학자로서 알튀세르가 재조명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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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그럼 발리바르는 알튀세르와 달리 어떤 흥미로운 점을 갖고 있는지요?

 

 

 

  제 생각에는 ‘이데올로기에서 주체화되는 존재가 누구냐’ 하는 것에 양자의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데올로기와 이데올로기적 국가 장치>에 보면 유명한 명제가 나옵니다. ‘이데올로기는 개인을 주체로 호명한다’. 여기서 이데올로기가 겨냥하고 있는 존재는 개인입니다. 그런데 발리바르의 저작들을 읽다보면 이데올로기의 상관항은 대중들로 나타나요. 물론 발리바르가 개인의 주체화에 무관심한 건 아니지만, 그러나 그 개인은 또한 다른 개인들에 의해 영향받고 촉발되는 개인들이기도 합니다. 그런 존재들을 대중들이라고 부르고, 이 대중들의 이데올로기라는 문제에 발리바르의 관심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런 정세 속에서 대중들의 이데올로기가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분석하고 그것을 통해 다시 이데올로기 일반을 규정하는 작업을 발리바르는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발리바르 이데올로기론의 핵심에 전형적인 맑스주의 이데올로기론을 뒤집어 엎는 점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 전형적 맑스주의 이데올로기론은 <독일 이데올로기>에서 잘 보여지는데요. ‘모든 시대의 지배적 사상은 지배계급의 사상이다’라는 명제가 그것입니다. 그런데 발리바르는 이 테제를 뒤집어요. 사실 지배적 사상은 피지배계급의 사상이라고 말을 합니다. 왜 그럴까요? 구체적인 건 인사원에서 텍스트를 같이 읽으면서 얘기해보고요^^. 다만 이 테제의 의미란, 이데올로기라는 것이 모든 사람을 예속화시킬 수는 없다는 것을 뜻합니다. 즉 이데올로기 내에서도 엄청난 계급투쟁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고, 이것이 이데올로기론에 대한 고전적 논의들을 뒤집는 지점이 됩니다.

 

 

 

 

 

 

5. 들뢰즈, 푸코, 지젝을 같이 검토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지젝은 이데올로기를 중요시합니다. 즉 우리가 이데올로기에 의해 예속화된다고 보았죠. 이 점은 알튀세르나 발리바르와 비슷합니다. 그런데 지젝은 알튀세르를 비판해요. 알튀세르가 라깡을 잘못 이해하고 있고 그럼으로써 이데올로기의 ‘외부’를 상상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겁니다. 즉 알튀세르에게 주체는 일방적으로 예속화될 뿐이라는 것이죠. 그런데 지젝은 후기 라깡의 실재론을 참조하면서 실재의 주체를 이야기합니다. 소위 주이상스jouissance의 문제에 주목하는 거죠. 이럼으로써 상상적 동일시로서 주체화와 예속화를 넘어설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지젝의 이런 알튀세르 독해나 맑스 독해가 유효한 것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지젝의 논의들를 살펴 보고, 알튀세르와 지젝 사이의 라깡 독해를 살펴보고, 한국의 알튀세르주의자들이 지젝의 이데올로기론을 어떻게 비판하고 있는지 같이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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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푸코와 들뢰즈인데요. 이 둘은 이데올로기 개념에 대해 매우 비판적입니다. 이데올로기론이란 주로 의식, 허위의식의 문제에 머물렀다고 보는 관점이라고 할 수 있어요. 즉 진실과 허구의 대립으로서 맑스주의 이데올로기를 이해하고 있는 거죠. 그래서 이들은 이데올로기라는 문제를 기각하고 주체의 문제를 살핍니다. 가령 푸코에게는 권력의 테크놀로지나, 권력의 테크놀로지가 실행되는 하나의 장으로서 담론 같은 개념이 중요하죠. 반면 들뢰즈에게는 배치라는 개념이 중요합니다. 욕망이 권력을 욕망하도록 만들게 하는 배치라는 게 있다고 보는 거에요. 특히 주체화와 관련해서 들뢰즈와 가타리가 이야기하는 ‘기호체제’라는 개념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들뢰즈&가타리의 기호체제론에는 라깡과의 논쟁점도 있거든요. 사실 기호체제 자체가 하나의 배치입니다. 이로부터 탈주의 가능성과 전략들을 구성하는 입장을 취합니다. 즉 이데올로기라는 개념을 안 쓰고 들뢰즈와 푸코가 어떻게 주체화의 전략을 구성하는지 살펴보고, 이것이 알튀세르나 발리바르와 어떻게 같고 다른지 살펴보려 한다. 그렇게 보면 우리가 주체화를 이해하기 위한 좀 더 폭넓은 관점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요?

 

 

 

 

6. 마지막으로 지금 왜 이데올로기와 주체라는 문제에 대해 공부해야 하는지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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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한국사회를 바라보면 소위 민주주의의 후퇴라고 하는 정치적 현실을 목도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에 딱 10년 정도만 민주화운동에 기반을 둔 정치세력이 집권했었죠. 그 나머지는 모두 군부독재 정권과 그 후예들이 집권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민주주의를 퇴행시키고 있는 지난 정권이나 현 정권도 국민들이 투표를 통해서 뽑은 정권이란 말이죠. 이런 모순은 특히 지역주의라든가 반공주의와 같은 이데올로기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그뿐일까요. 일상생활에서는 요즘 각종 혐오발화가 문제가 됩니다. 여성, 성소수자. 외국인, 장애인이 대표적인 대상이 되죠. 그런데 특히나 주로 경제적으로 힘들고 사회적 자원을 많이 갖지 못한 대중들이 타자에 대한 이런 혐오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약자가 또 다른 약자를 혐오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죠. 이런 상황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하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어떤 고민을 해야 할까 하는 겁니다.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이데올로기와 주체 문제를 살펴보는 것이 현 시기의 아주 중요한 정치적 사유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이 이데올로기 때문에만 발생하는 문제는 아닙니다 .당연히 한국 자본주의의 성격이나 정치권력의 성격이 큰 영향을 미치죠. 그러나 이데올로기와 주체화라는 문제를 빼고는 또한 이런 상황을 넘어서기 위한 사유의 길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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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소개:  정정훈

 

 

수유너머N 연구원이며 계간 <문화/과학> 편집위원이다.

현재 서울과학기술대학교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강의하고 있다.

대학교에서는 문화연구와 문화이론을 전공하였고, 정치철학에 바탕을 두고 인권과 민주주의

그리고 사회운동에 대한 글쓰기와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인권과 인권들>, <군주론-운명을 넘어서는 역량의 정치학> 등을 썼고,

<코뮨주의 선언>, <불온한 인문학>, <모더니티의 지층들> 등을 동료들과 함께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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